냉장고의 화려한 변신.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냉장고의 화려한 변신.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이코리아] 올해로 54회를 맞이하는 한국전자전(KES)이 지난 10월24일부터 27일까지 4일동안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주최한 올해 한국전자전에는 한국,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등 10개국 480개사가 참가했다. 특히 코로나19 종식으로 중국업체들의 참여가 늘어났다. 한국전자전의 흥행으로 동시에 개최되었던 반도체대전(SEDEX), 메타버스코리아 전시회도 덩달아 관람객들로 붐볐다.

전시회에서는 무엇보다 AI기술이 미래를 선도할 기술로 꼽히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전시회 환영사에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이 세상을 빠르게 변모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필자도 엔비디아 제품들을 활용하며 AI모니터링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는데, AI모니터링은 단순한 영상해석을 벗어나 2개의 카메라가 동시에 작용하여 깊이나 입체를 쉽게 인식하도록 이미 변모하고 있다. 관련 기술은 작업자들이 위험구역에 접근하는지, 안전장구 착용은 잘하는지 또는 잠재적인 위험은 없는지를 매우 손쉽게 파악한다.

AI는 이미 현황 정리를 뛰어넘어 창의적인 활동에 보다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인공지능은 텍스트를 넘어 목소리, 동영상을 자유롭게 생성한다. AI는 예전 영상에 입혀진 외국어자막도 깔끔하게 지워내고 타국어 더빙을 위하여 입모양도 자연스럽게 바꾼다.

인공지능은 전시회에서 관람객의 얼굴과 동작을 실시간으로 따라 하기도 했는데 가상 캐릭터로 변모한 AI는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전시회에 출시된 최근의 인공지능은 방대한 학습 데이터와 충분한 매개변수로 관찰자의 나이까지 매우 정확하게 인식했다.

일반적으로 인공지능 개발자가 우수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모델이 단순하더라도 데이터가 충분히 많거나, 매개변수가 아주 많아야 한다. 널리 알려진 ChatGPT는 무려 3,000억개의 단어를 익힌 후에 다시 5조개의 문서데이터를 학습했다. ChatGPT가 보유한 매개변수만 무려 1,750억개나 된다. 또한 챗GPT는 엔비디아의 A100 등 다양한 GPU를 무려 28,900개나 채용했다.

하지만 챗GPT는 비싼 하드웨어에 대한 감가상각과 냉각비용을 포함한 전기료로 1년에 약3,200억원 이상을 사용할 것으로 추정한다.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AI가 한번 움직이면 26원 이상이 드는 셈이다. 한국인 전용으로 초거대 인공지능을 설계할 때, 하루에 500만명이 방문한다고 가정하면 매일 1억원의 이상의 비용이 지불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 AI전쟁에서 일부 대기업은 서비스를 위하여 보유한 사옥 중 일부를 매각할 정도라고 하니, AI전쟁에서 자금력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초거대 AI의 과도한 비용 때문에 전시회에 HBM와 PIM기술은 특히 부각되었다. HBM은 실리콘칩을 여러 층으로 쌓고 이를 관통하여 전극을 연결하는 TSV기술을 채용한 것이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전력사용량과 속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타사보다 앞서나가며 칩을 12층으로 쌓은 HBM3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첨단 HBM 제품들은 기존의 DRAM보다는 2~3배가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시스템에서는 만약 CPU가 빨간 문서를 골라서 달라고 하면 메모리는 빨간 문서만 전달하고 CPU가 파란 문서를 가져다주고 파란 문서만을 골라 주는 방식을 채용한다. 그런데, 최신 PIM 제품들은 메모리가 자료의 요약이나 정리 등의 작업까지 진행하면서 CPU의 부담을 덜어주고 처리속도를 개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PIM기술을 상용화시켜 메모리이지만 전환, 연산, 변환 등 CPU의 고유 기능도 담당하는 GDDR6 AiM 등을 출시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PIM 등 최신 기술들이 인공지능산업에 활용되면 GPU는 인공지능에 최적화된 NPU(Neural Processing Unit)로 대체될 수도 있다. 즉 다수의 DRAM들이 AI반도체로 변신하는 것이다. 첨단기술을 접목한 AI반도체 사피온(Sapeon)은 딥러닝 작업에서 기존 제품보다 1.5배 빨리 움직이면서 전력은 80%나 적게 사용하는데, SK하이닉스 부스에서 특히 주목을 받았다.

NPU와 유사하면서도 각방을 받는 반도체 기술은 뉴로모틱 AI칩이다. 이 제품은 인간의 뉴런 시냅스 구조를 모방한 것으로 매우 적은 에너지로 한 번에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는 마이크, 스피커, 무선이어폰.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는 마이크, 스피커, 무선이어폰.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전시회에 나타난 또다른 변화는 시스템온칩(System On Chip) 기능의 강화이다. SOC는 프로세서, 컨트롤러, 타이밍장치, 메모리 등이 모두 하나의 칩에 통합되는 것이다. 자율주행 차량용 AI칩은 장시간 복잡한 계산보다 미리 학습된 내용을 바탕으로 매우 빠르고 즉각적으로 추론을 하도록 설계된다. 

자율주행자동차나 고속으로 일하는 로봇들은 신속히 반응해야 하므로 효용성이 높은 SOC칩이나 뉴널모픽칩을 선호한다. 관련 반도체 기술의 성장에 힘입어 사람이 탈 공간이 전혀 없는 자율주행 화물차 등 다양한 개념의 새로운 자율주행 기기들이 전시회에 새롭게 등장하기도 했다.

전시회에서 참가했던 KT는 자사의 초거대AI ‘믿음’을 활용하여 시장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KT의 시장진출전략은 'AI 풀스택'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다. 이 개념은 AI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이 하드웨어에 주력하고 AI인프라 소트웨어 기업 모레 등이 SW를 보강하며, 소비자들은 KT클라우드망에서 손쉽게 다양한 HW와 SW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듀얼모니터, 트리플모니터로 활용 가능한 탭과 폰.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듀얼모니터, 트리플모니터로 활용 가능한 탭과 폰.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한편 한국의 세계시장 디스플레이 점유율이 상당히 떨어졌는데, 전시회에 참가한 많은 기업들은 메타버스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출하량을 기록하는 LG디스플레이는 LCD패널을 냉장고에 장착하여 분위기에 따라 색상을 변경하는 ‘무드업 냉장고’를 출시했고, LCD패널을 접을 수 있는 ‘그램폴더’로 참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HMD와 같은 안경형 디스플레이의 가격은 30만원 정도로 상당히 떨어지며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넓혔다. 다수의 승객이 열차나 고속버스에서 보통의 안경 크기의 디바이스를 착용하고 실감나는 대형 화면을 즐기는 날이 멀지는 않다.

LG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예전 전시회와 유사하게 투명LCD와 대형LCD 제품을 전시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100인치가 넘는 마이크로LED 제품을 더욱 부각시켰다. 다양한 LED제품은 이미 강남구나 마포구 등의 버스정류장이나 보행자 휴게공간을 차지하면서 거리를 빛나게 하고 있다. LED 디스플레이 제품은 완전한 구체 등 다양한 형태로 가공이 가능한데, LCD보다 밝은 빛을 내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고곡율 피벗모니터.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삼성전자의 고곡율 피벗모니터.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삼성전자는 전시회에서 갤럭시탭과 갤럭시폰을 듀얼모니터로 활용하는 기능을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등의 카지노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고곡율 대화면모니터를 피벗형태로 만들면서 새로운 변화를 주도했다.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장비는 IT산업을 발전시키는 주요한 동기 중의 하나이다. 삼성전자는 전시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환이 가능한 삼성갤럭시버즈와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OLED G9'을 자사 부스에 설치하기도 했다.

여러 중소기업들은 취미용이나 오락용으로 사용되던 마이크와 헤드폰, 무선이어폰에 다양한 캐릭터 모양의 옷을 입히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 게임용 무선패드는 플레이스테이션이나 XBOX, 닌텐도 스위치에서 주로 사용되는데, 관련 제품을 위하여 개인적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커버들이 소개되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Z폴더의 외부 LCD나 배경화면을 보다 쉽게 변경할 수 있는 신기술을 소개했다. 누구나 휴대폰의 NFC기능을 작동시키고 원하는 캐릭터의 근처에 접근시키면 스마트폰의 외부 LCD나 배경화면을 보다 손쉽게 바꿀 수 있다.

오감으로 즐기는 다양한 햅틱슈트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오감으로 즐기는 다양한 햅틱슈트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사용자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또 다른 획기적인 상품은 햅틱 슈트였다. 필자가 직접 착용하고 게임과 영화감상을 진행하니, 마치 4D영화관에 와있다는 착각을 느끼게 해주었다. 다수의 로봇들은 단순한 운송이나 안내를 이미 벗어나 정보를 보다 예술적으로 전달하며 고객의 낙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틀간 전시회를 둘러보며 AI의 급격한 발달로 머지않아 다수는 직접 진행했던 많은 작업을 AI와 로봇에 맡기고 여가를 즐길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반면 미래를 살아갈 새로운 인류는 AI가 담당하기 힘들 수 있는 인성교육이나 오프라인에서의 소통, 창의적인 생산과 같은 새로운 분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을 엿볼 수 있었다.

[필자 소개] 여정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안양대 평생교육원 강사, 국회사무처 비서관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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