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현대차 코나 하이브리드. 사진=현대자동차 그룹
사진은 현대차 코나 하이브리드. 사진=현대자동차 그룹

[이코리아] 테슬라의 주가가 배터리 주요 공급업체인 일본 파나소닉이  9월 분기에 자동차 배터리 생산을 줄였다고 발표한 후 약 5% 급락하면서 전기차(EV) 판매의 세계적인 둔화 우려를 굳혔다.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전거래일보다 4.79% 급락한 197.36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파나소닉이 이날 북미에서 고급 전기차에 대한 점유율 둔화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초부터 장기 차입 비용이 증가하면 차량 수요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주가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에드워드 모야 오안다 증권 수석 시장 분석가는 "파나소닉이 테슬라의 모델S와 모델X 자동차에 대한 수요 부진을 경고한 것은 세계 경제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많은 우려를 낳았다"고 말했다. 

이날 전미자동차협회가 파업을 중단한 것도 테슬라 급락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완성차 3사는 이날 전미자동차노조와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체의 파업으로 테슬라는 반사익이 기대됐으나 이제 이마저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한편, 전기차 수요가 부진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 국내 전기차 시장도 올해 처음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고, 유럽에선 절대 판매량에서 하이브리드가 전기차를 크게 앞서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에서 팔린 전기차는 11만 500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과 비교해 2228대가 줄어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반면 올 1~3분기 국내에서 팔린 하이브리드차는 총 26만 130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 대비 37.3% 늘었다. 

하이브리드 강세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유럽에선 전기차 성장세도 가파르지만, 절대적인 판매량에선 하이브리드가 전기차를 크게 앞서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워즈 오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미국 시장의 하이브리드 수요는 52.4만 대(+31%YoY)로 전기차 시장 수요와 동일한 규모로 집계됐다. 유럽의 하이브리드는 150만 대(+28%YoY)로, 111만대 가량의 전기차 시장 대비 더 컸다. 

또 이 같은 시장 흐름에 따라 하이브리드에 주력해온 일본 토요타가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신차 생산과 판매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토요타는 최근 2023회계연도 상반기(4월~9월) 세계 신차 생산과 판매량이 각각 500만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생산량이 전년 동기보다 12.8% 증가했고, 판매량은 9.1% 늘었다.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지난 25일 "세상은 마침내 실상을 깨닫고 있다"며 최근 전기차 판매 부진 현상을 꼬집기도 했다. 

그의 발언은 전기차 개발을 등한시해 토요타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과거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전망에 따르면 미국 하이브리드 시장은 2023년 7% 비중에서 2028년 24% 비중으로 3배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내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60만대 이상의 판매가 전망되는데, 이는 전년 대비 7.5%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하이브리드는 개발비 상각이 완료된 내연기관차 기반 기술이다. 하이브리드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현대차·기아, 토요타, 혼다, 포드 5개 뿐이다.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차보다 판매 단가가 20%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하이브리드 차는 따라 미래차 투자비를 서포트 할 수 있는 캐시 카우이자 고수익 차종으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팀장은 "올 상반기에 미국 및 한국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 기대치가 하회했다. 여기에 토요타와 혼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하이브리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 팀장은 "하이브리드의 한계는 연비 규제 강화 환경에서 전기차의 보조 역할"이라면서 "토요타는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 하락 및 전기차 경쟁력 미비로 자체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중국 시장에서는 전기차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오히려 토요타의 판매량이 부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차 보조금이 사라진 중국은 치열한 가격 경쟁과 신차 출시에 힘입어 올해 1분기에 전년 대비 37%나 상승한 351만대를 기록했다. 중국은 전기차 침투율이 30%에 육박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50%에 이를 전망이다. 

임 팀장은 "중국 시장의 하이브리드 수요는 3% 비중에 불과하다. 2021년 이후 하이브리드가 소비세 감면 대상이 되었지만 이미 전기차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성장세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제네시스를 제외하고 전 차종에 대해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며, 최근 5세대 싼타페부터는 배터리 설계도 내재화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 대수는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와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판매 확대로 올해 3분기 기준 전년 대비 33.3% 증가한 16만 8953대를 기록했다. 기아도 올 3분기 기준 하이브리드차가 10만 대 팔리면서 기아의 친환경차 판매 대수는 지난해보다 20% 넘게 늘었다. 

또 현대차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이 10%를 눈앞에 뒀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렉 등에 따르면, 올 3분기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전치가 판매 비중은 9.8%였다. 제네시스를 포함해 전체 판매량 21만9961대 중 2만1638대가 전기차였다. 

지난해 3분기 전기차 비중은 3.4%에 불과했다. 비중 면에서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기아의 3분기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은 4.8%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1.6%포인트(p) 늘어난 수치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에 대해 "전기차 전략에 대해서도 경쟁사와 달리 적극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나갈 계획"이라면서 "견조한 이익과 경쟁력 있는 라인업에서 나온 자신감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반값 전기차’ 등 가격을 낮춘 전기차 출시가 이어지면 또 다른 경쟁 국면에 접어들 수 있어 당분간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주도권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31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전 세계적으로 전쟁, 고금리 등 글로벌 시장의 악재가 많은 터라 전기차의 미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전기차의 부진으로 하이브리드 기술과 종류도 다양한 토요타가 상대적으로 풍선효과를 누렸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하이브리드의 성과와 더불어 저가 전기차가 대량 생산되는 2025년까지는 전기차의 '숨고르기'가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 부진 타개책은 가격을 낮추는 방법 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반값 전기차’의 화두를 던지는데, 국내 업체들도 반값 전기차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앞으로 숙제가 많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