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솔루션 관계자들이 삼성화재의 석탄 발전회사 운영 보험 유지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기후솔루션 
기후솔루션 관계자들이 삼성화재의 석탄 발전회사 운영 보험 유지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기후솔루션 

[이코리아] 최근 국내외 기후단체가 삼성화재에 석탄발전 운영 보험 중단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했지만 삼성화재는 “국가 기반 인프라의 안전망”이라는 이유로 수락을 거부했다. 이에 기후솔루션은 26일 서울 강남 삼성타운 앞에서 집회를 열어 삼성화재의 책임 있는 기후 대응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기후솔루션을 비롯한 그린피스, 우르게발트(Urgewald), 한국사회투자포럼(KoSIF) 등 국내외 29개 기후환경단체는 삼성화재에 ‘석탄 발전회사에 대한 운영 보험 제공을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공개 서한을 삼성화재 홍원학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요 임원 등에게 발송한 바 있다. 

운영 보험은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에 대한 보장 보험이다. 동시에 삼성생명에도 기후위기 상황에서 석탄을 포함한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기업을 상대로 하는 금융 지원 철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세울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는 지난 12일 기후단체 측에 보내온 회신에서 “기존 운영 보험에 대해서는 국가 기반 인프라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보험의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며 요구에 대한 거부의 뜻을 밝혔다. 이어 “정부의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탈석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기후단체는 26일 강남 삼성타운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삼성화재의 인식이 현재 당면한 기후 위기 상황에 견줘 안일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규탄했다. 

한수연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삼성화재는 현재 국내 9개 석탄화력발전소의 운영보험이 포함된 패키지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 보험 계약은 1년 단위 매년 '새로운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면서 "석탄화력발전소에 계속 석탄 보험을 들어주는 것은 1년 치 보험료 수익을 얻기 위해 중장기 위험을 증가하는 매우 근시안적인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삼성화재가 여전히 주 보험사로서 또는 컨소시엄의 일원으로서 국내 석탄 발전소 운영 보험에 관여하고 있었던 것이 드러난 것이다. 기후단체 측은 기존 운영 보험까지 포함한 완전한 석탄 발전 보험 지원과 결별이 삼성화재의 기존 행보에 걸맞은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삼성화재는 국내에서 비교적 진일보적인 기후 관련 대책을 도입해왔다.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등 삼성 그룹 계열의 금융보험사는 2020년 말, 그룹 금융사와 함께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며 ESG 경영을 고도화했다. 국내 보험업계 최초로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신규 건설 보험의 인수 중단을 선언하고, 유일하게 오일샌드, 셰일오일, 가스 등 비전통적 석유·가스에 대한 보험 인수를 중단하는 등 선진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2023 삼성화재 ESG보고서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상생 금융 실천을 위해 친환경·사회적 보험상품 매출을 2030년 5조원(2022년 3.7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ESG 누적 투자 약정 규모를 지난해 7.65조원에서 2030년 10.5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해외 보험사의 선진 기후 대응 정책에 비하면 모자란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 보험사 알리안츠, 악사, 제너럴리 등은 2018년 석탄발전소 건설 및 운영 보험 중단뿐만 아니라 석탄발전소 및 광산에 대한 기존 계약까지 갱신하지 않기로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이탈리아의 ‘제너럴리’는 석탄 매출비중 또는 발전비중이 20% 이상인 기업은 보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데 반해 삼성은 아직 30% 이상인 실정이다.

국내 보험사들의 경우 지난 2021년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 4곳(DB손해보험, 현대해상화재보험, 한화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이 신규 석탄발전 사업에 관한 일체의 보험 제공을 중단한다는 ‘탈석탄 보험’을 선언했다. DB손해보험은 나아가 기존 발전소에 제공한 석탄보험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삼성화재 관계자는 26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당사는 2020년 탈석탄금융선언을 통해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신규 건설 및 신규 운영보험 인수를 중단한 상태"라며 "기존 운영보험에 대해서는 국가 기반 인프라에 대한 보험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중단을 단계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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