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 UAM 사업 본격화

미국 아처 사의 '미드나이트' = 아처 누리집
미국 아처 사의 '미드나이트' = 아처 누리집

[이코리아] 도심항공교통(UAM) 기술의 상용화가 다가오고 있다. UAM은 도심 내 항공기를 이용해 승객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항공교통체계로, 일명 '하늘을 나는 자동차'·'에어택시'·‘드론택시’ 등으로 불리며 과밀화된 현대 도시의 교통난 해결책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은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실용화를 준비하고 있으며 기업들 역시 잇따라 소형 항공기의 시제품을 내놓고 있다.

사업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 업체 프레시던스 리서치는 작년에 29억 4000만 달러(약 3조 9808억 원) 규모였던 플라잉 택시 시장이 2032년에는 372억 4000만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UAM 시장의 규모가 2040년까지 1조 4,749억 달러 (약 1,924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 SKT 제공
= SKT 제공

UAM 사업에는 통신사, 자동차 제조사, 항공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힘을 합쳐 뛰어들고 있다. 25일 SK텔레콤, 한국공항공사, 한화 시스템, 티맵모빌리티가 참여하는 ‘K-UAM 드림팀’ 컨소시엄은 세종시, 대전시, 충북도, 충남도 등 지자체와 충청권 초광역 UAM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드림팀은 지난해 9월에는 제주도, 10월에는 대구시, 올해 5월에는 경상남도와 UAM 사업 협력을 잇따라 발표한 바 있다.

드림팀은 충청 지역의 UAM 생태계 조성을 위해 충청 지역 기반 기업들과의 상생 및 협력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으며, UAM이 충청 지역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공동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등에 대해서도 서로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SKT는 AI 기반의 UAM 서비스 운영과 통신망 구축을 담당하게 되며 한국공항공사는 UAM 버티포트 구축, 교통 관리서비스 제공 등을 담당한다. 또 한화시스템은 기체개발과 운영, 제조, 유지보수 등을 맡게 되며 티맵모빌리티는 UAM과 지상교통을 연계한 플랫폼을 개발하게 된다.

이에 충청권 지자체는 UAM 운용부지 및 시설 등 인프라를 확보하고, 인허가 등 사업 추진을 위한 행정 지원에 나선다. 또한 UAM과 지상 교통수단을 연계하고, 지역 사회의 수용성 확보에도 힘쓰기로 했다.

= 슈퍼널 누리집
= 슈퍼널 누리집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9년에 현대차그룹 미래사업의 30%를 UAM이 맡게 될 것이라고 강조할 만큼 UAM 사업에 적극적이다. 지난 2021년 현대차가 미국에 설립한 UAM 현지법인 슈퍼널은 2028년까지 전동화된 UAM 모델을 내놓고, 2030년대에는 인접한 도시를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UAM 비전 콘셉트 모델은 최대 5명이 탈 수 있으며, 1회 충전 후 최대 약 100㎞를 시속 290㎞로 비행할 수 있다.

현재 슈퍼널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미래 항공 모빌리티 솔루션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17일에는 대한항공과 도심항공교통 운항사업 생태계 구축과 상용화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양사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국내 도심항공교통 운항 생태계 구축을 함께 진행할 예정이며, 특히 국내 도심항공교통 시장 및 운용환경에 최적화된 수직이착륙비행체(eVTOL)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기술적 요구사항을 협의해 확정한다. 또 기술적 데이터들과 실제 운용하면서 축적되는 경험들을 바탕으로 향후 적용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의 개발에도 협력할 예정이다.

현대차 외에도 전 세계의 완성차 업계들이 UAM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는 지난 2021년 전기 수직이착륙기 ‘e-VTOL’을 공개했으며, 피아트크라이슬러도 베이징, 두바이, LA 등 대도시에서 기체 운행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정책적인 뒷받침은 어떨까. 지난해 8월에 발의된 ‘도심항공교통 활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UAM 법)’은 지난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4일 공포되었다. 도심형항공교통과 버티포트에 대한 정의를 신설하고 규제 특례, UAM에 대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UAM 법은 내년 4월 2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발표하며 UAM 상용화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은 상태다. 2025년에 UAM 서비스를 최초로 상용화해 주요 도심과 공항 중심으로 서비스를 선보인 뒤, 2030년에는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1단계는 비교적 안전한 비 도심지에서 체계를 검증하고 2단계는 실제 서비스 여건과 비슷한 도심지와 공항을 연계하는 실증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생활밀착형 드론 서비스를 활성화해 고부가가치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가 제시한 UAM 실증사업 노선 = 서울시 누리집
서울시가 제시한 UAM 실증사업 노선 = 서울시 누리집

서울시는 지난 5월 국토부와 함께 UAM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에 개활지에서 1단계 실증사업을 실시하고, 2024년부터 수도권에서 1단계를 통과한 컨소시엄의 참여 속에 2단계 실증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또 서울시는 UAM을 ‘함께 누리는 더 위대한 한강’을 비전으로 하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와 연계해 한강 내외를 연결하는 이동수단을 지상·수상·공중으로 다양화하고, 한강 관광 상품을 개발할 방침이다. 아울러 성공적인 UAM의 도입 및 상용화를 위해 서울형 UAM 도입 방향, 비전, 중·장기 추진계획 등 마스터플랜을 담은 ‘서울형 UAM 도입 기본 계획’을 금년 하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항공우주국과 연방항공청의 주도하에 UAM 관련 감항요건과 운용지침 등을 마련하고 실증 사업을 추진 중이며, 미 의회에서도 지원 법안을 제정하고 있다. 또 항공우주국은 도심뿐만 아니라 교외 지역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활용을 염두에 두고, UAM의 확장된 개념으로 AAM이라는 비전을 제시해 인프라 구축 및 기술 개발 등을 위한 실증 사업을 추진 중이다.

미국에서는 UAM 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도 탐색하고 있다. 미 공군은 지난 2020년부터 조비 에비에이션, 리프트 에어크래프트, 베타 테크놀로지스 등 UAM 스타트업을 지원하며 군사 목적의 소형 항공기 개발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유럽항공안전청이 인증체계 및 규제 마련을 주도하고 있다. 항공안전청은 지난 2019년 수직이착륙 항공기를 기존 항공기의 분류에 포함하지 않고 새로운 분류 기준을 마련하는 규정을 마련했으며,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유인수직이착륙기 관련 규제를 마련해  감항성, 항공종사자의 자격, 항공 규칙 등에 대해 규정했다.

그 밖에 영국에서는 연구혁신기구가 미래 항공 시스템 개발 및 관련 혁신 기술 도입을 지원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2024년 파리올림픽에 맞춰 UAM 서비스를 개시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 주도의 구체적인 UAM 정책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그 대신 UAM 개발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어 중국 기업들은 이미 UAM 산업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의 전기차 업체 샤오펑의 자회사 샤오펑후이톈이 개발한 플라잉카 X2가 두바이에서 비행 시연에 성공했다. 샤오펑후이톈은 이미 UAM과 관련된 200여 개의 핵심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AI 기술을 활용해 UAM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밖에 지리자동차, 이항, 샤오펑 등 중국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UAM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 참고자료

홍아름, 박안선 and 김민선 (2023) “Policy and Industry Trends in 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모빌리티 관련 정책·산업 동향 및 이슈),” Electronics and Telecommunications Trends. 한국전자통신연구원, 38(4), pp. 36–46. doi: 10.22648/ETRI.2023.J.3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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