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컨테이너가 가득 쌓인 부산항 모습. 사진=뉴시스
수출 컨테이너가 가득 쌓인 부산항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국내 수출기업 가운데 실제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기업은 10%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5일 이 같은 내용의 '수출 기업의 기후 변화 대응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탄소국경제도(CBAM) 및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의무화 등 다양한 기후 변화 정책이 추진되는 시점에서 기업 대응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수출 기업 408개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기업의 95.6%는 기후 위기 대응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했고 85.0%는 기후 위기가 경영 활동 및 수출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했다.

보고서는 "195개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그중 한국을 포함해 80여 개 국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가운데, 우리 수출기업은 탄소배출량 산정법과 저감방안조차 마련하지 못해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는 응답은 10.0%에 그쳤다. 향후 대응 계획이 없다는 기업도 40.4%에 달했다.

특히 기업 규모가 작고 수출 경력이 짧을수록 대응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 기업들은 기후 변화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 '자금 부족'을 뽑았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중이라고 응답한 기업(165개사) 중 절반 정도(46.1%, 중복 응답)는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응할 자금이 부족해 기후 변화 대응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있거나 대응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243개사)도 탄소중립 목표 달성 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으로 '공정 개선 및 설비 도입 관련 비용 부담'(65.4%, 중복 응답)이 가장 크다고 답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장현숙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업들의 부담 요소를 줄이기 위해 금융 지원을 보다 확대하고, 특히 기업 규모가 작고 수출 경력이 짧은 기업일수록 기후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기업 규모와 수출 경력을 고려한 맞춤형 컨설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 비용 절감 조치를 넘어 기업들이 기후친화적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을 통해 신시장 선점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관련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중장기적 차원의 제도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원하는 수출 기업의 정부 지원 수요 조사 결과. 자료=한국무역협회 
기후변화 대응을 원하는 수출 기업의 정부 지원 수요 조사 결과. 자료=한국무역협회 

한편, 친환경 전환이 글로벌 산업 경쟁력의 주요 요소로 부상하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및 탄소배출 정보를 포함한 ESG 공시 의무화 등 다양한 기후변화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지원책을 구상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3월 '중소기업 탄소중립전환지원 사업'을 공고한 바 있다. 

중소기업 탄소중립전환지원사업은 EU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탄소무역장벽, 글로벌 저탄소 공급망 대응을 위해 국내 탄소감축 규제(배출권거래제, 목표관리제) 대상이 아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설계지원(컨설팅, 공정분석, 시장조사) △탄소저감 설비도입 등을 원스톱 패키지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중기부는 지난해부터 매년 50개사 내외를 선정해 수입품목 국산화 등을 지원했으며, 올해도 50개사 내외를 선정해 지원을 지속할 계획이다. 기존 탄소중립형 스마트공장 사업과 연계되는 만큼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올해는 기초단계 참여기업 또는 탄소중립형 스마트공장 보급사업 참여 후 중간1 등급 이상 판정받은 기업이 탄소중립전환지원 사업을 신청하면 기존 국고보조율을 50%에서 70%로 상향지원하는 트랙을 신설했다. 1차 금속 제조업, 금속 가공제품 제조업, 비금속 광물제품 제조업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영위기업은 가점부여를 통해 선정 시 우대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기업들의 탄소중립을 지원한다. 산업부는 지난달 5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4대 업종별 협회·단체를 중심으로 한 '탄소중립 그랜드컨소시엄' 출범식을 열었다. 

정부는 앞서 지난 2월 발표한 ‘산업 부문 탄소중립 R&D 추진전략’을 통해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4대 업종의 탄소중립 기술 개발에 올해부터 2030년까지 총 9352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탄소중립 기술개발과 함께 2030년까지 총사업비의 80% 이상을 실증에 투입해 현장에서 즉각 개발 성과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또 조세특례제한법상 탄소중립 분야 신성장·원천기술을 추가로 지정하는 등 세제 및 융자 지원, 규제 개선, 국제 공동연구 등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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