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국회 앞에서 우주항공청 특별법 제정안을 촉구하는 경남도민들 = 뉴시스
지난 7월 국회 앞에서 우주항공청 특별법 제정안을 촉구하는 경남도민들 = 뉴시스

[이코리아] 여야가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다루기 위해 만들었던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23일 활동을 마치면서 우주항공청 연내 설립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안건조정위가 활동을 종료하면서 법안은 다시 과방위 법안소위로 넘어가게 되었는데, 여야가 국정감사가 끝나면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게 된다는 점을 감안 하면 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어진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주항공청 설립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다. 지난 7월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우주항공청 설립·운영 기본방향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은 미국의 NASA를 모델로 하고 있으며 우주항공 전담조직으로 대표성과 리더십을 확보하고 임무 달성을 위한 전문적이고 유연한 조직과 네트워크형 운영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설립 방향으로 한다.

또 최고 인재들이 언제든 합류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규모로 출발해 필요와 요구에 따라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며, 조직 및 인력 규모는 관계부처와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도 밝혔다.

우주항공청 설립 특별법 처리가 국회에서 지연되는 가운데 여야가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야는 우주항공청을 과기정통부 산하의 외청으로 두는 등 주요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합의를 마쳤지만, 우주항공청의 기존 기관과의 관계와 위상, 그리고 기능과 역할의 범위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여당은 우주항공청이 항우연, 천문연 등 기존의 기관과 별개로 R&D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업무 중복이 우려되어 우주항공청에 조정, 기획, 집행 등의 총괄 기능만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3일 여야는 각각 관계자들을 모아 토론회를 개최하며 입장차를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이날 경상남도 및 산·학·연 관계자, 도민 400여 명이 참여한 ‘우주항공청 조기 개청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여야가 신속히 합의해 특별법을 입법시켜 우주항공청의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우리나라도 우주개발 선도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속도를 내려 하고 있지만, 우주항공청 특별법안이 국회에 발목 잡혀 안타깝다. 대한민국 백년대계를 위한 계획이 특정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앞서 국민의힘 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은 우주항공청법의 발목 잡기를 중단하고 정부 여당 수정안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은 대전 연구개발 특화지구, 전남 발사체 특화지구, 경남 위성 특화지구 셋으로 이뤄진 우주산업 클러스터 삼각체계를 우주항공청 설치로 완성해야 하며, 정쟁 때문에 우주 강국 대한민국을 실현할 우주항공청 설치를 늦출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경남도민 350여 명이 민주당사 앞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반면 야당은 우주항공청을 신속히 설립하기보다 현장과 전문가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제대로 된 우주정책전담기관 설립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안건조정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조승래 의원은 이날 안조위 활동 경과와 활동 종료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박시수 스페이스레이더 대표, 신명호 전국과학기술노조 항공우주연구원 지부장, 정동규 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 한국천문연구원 지부장 등 토론회 참가자들의 우주항공청 설립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조승래 의원은 “항우연 천문연 등 30여 년 간 연구 기능을 잘 수행해 왔던 기관들이 있는데 우주청항공과 그 기관들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 라는 문제가 쟁점이었다.” “우주항공청을 만들어놓고 항우연이나 천문청과 관계없이 뚝 떼놓고서 우주항공청 자체가 나사형 모델이 되어야 하니까 연구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에 참가한 박시수 스페이스레이더 대표는 “우주 분야의 국제협력이나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우주청이 장관급 부처로서 원활한 정보 교류 능력을 지녀야 하며 어떤 의제가 있으면 그것을 중심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능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차관급 외청 안은 그 부분에서 한계점이 있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과거에는 우주 미션을 추진하기 위해 국가 간의 협력이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우주를 빌미로 다른 협상과 외교전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우주 개발의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에서는 장관급의 권한을 지닌 우주청이 중심이 되어 해외와의 협상을 조율해야 한다고도 덧붙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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