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열린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열린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충을 선언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언론은 정부의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일관되고 구체적인 정책 추진을 주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에서 열린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 참석해 “지역 필수 의료를 살리고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 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은 필요 조건”이라며 “산부인과, 소아과 등 필수 분야에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법적 리스크 부담을 완화하고, 보험 수가를 조정하고, 보상체계의 개편이 아울러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분명히 한 발언이었으나, 기대와 달리 구체적인 증원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당초 정부는 3058명인 현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는 안을 검토 중이었으나, 의료계 반발을 고려해 구체적인 확대 규모를 밝히는 시기는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 언론의 ‘의대 정원 확대’ 보도, 의료계 반발 초점 맞춰...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트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검색하자,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총 1382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 보면, 16일부터 차츰 기사량이 증가하기 시작해 19일 가장 많은 360건의 기사가 쏟아졌다. 이는 이날 윤 대통령이 충북대에서 열린 회의에서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재확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의대 정원 확대 관련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핵심 키워드는 ‘의료계’였으며, ‘대한의사협회’,  ‘의사들’, ‘의사단체’ 등도 연관키워드 목록에 포함됐다. 이는 언론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지난 17일 의협회관에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열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해 논의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정부가 의대 증원 방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할 경우 14만 의사와 2만 의대생은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력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며 “2020년 파업 때보다 더 큰 불행한 사태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매체는 의료계의 반발에 대해 직역 이기주의라며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다. 세계일보는 17일 사설에서 의협의 파업 경고에 대해 “정원 확대 때 수입이 줄고 경쟁은 심화할 것을 우려해 기득권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길이 없다”며 “의사단체도 정원 확대를 막무가내로 반대하기보다는 국민건강권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논의에 참여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중앙일보 또한 19일 사설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전체 인구가 감소하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늘어나겠지만 노인 인구 증가로 인한 의료 서비스 수요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며 “의료계는 기득권에만 연연하지 말고 정부와의 대화에 전향적으로 임하며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어떠한 경우라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한 극한 투쟁은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16~20일 보도된 '의대 정원 확대'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16~20일 보도된 '의대 정원 확대'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구체적 증원 규모 빠진 尹 발언... 언론 “의료계 반발 고려한 숨고르기”

‘윤석열 대통령’도 의대 정원 확대 관련 보도에서 가장 자주 언급된 인물이었다. 언론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다양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경향신문은 “그간 정부·대통령실이 의대 정원 확대 원칙을 밝혀왔지만 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를 강조한 것은 처음”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가 ‘국면 전환용’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에 선을 긋고 의대 정원 확대를 대표적인 민생 어젠다로 부각해 지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작지 않다. 한국일보는 19일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 정원에 대한 구체적 언급 없이 ‘의료 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은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며 “총파업을 경고한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들 반발과 교육계를 포함한 전 사회적 동요를 의식해 속도 조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또한 이날 기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며 “속도를 늦춘 이유는 '밀어붙이기 정책 추진'이라는 비판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전문가 평가는 호의적”이라며 “(의료의 서울·수도권) 쏠림 대책이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그나마 종합적으로 나온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 지역언론, “지역의사제 도입, 국립의대 신설 함께 추진해야...”

한편, 정부의 의대 정원 확충 방침에 대한 지역 언론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다수의 지역 매체들은 의대 정원 확대와 더불어 다양한 보완 조치를 통해 수도권과 지역 간의 의료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의사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영남일보는 20일 사설에서 “숫자가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며 “일정 기간 해당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는 '지역 의사제' 같은 의료 제도가 보완되지 않으면 수도권으로 의사가 빠져나가는 상황을 강제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김정민 경북대 의대 부학장의 발언을 전했다. 영남일보는 이어 “공공·필수 의료 분야의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수도권과 지역의 의료 격차를 줄이는 것이 의사 정원 확대의 기본 취지인 만큼 '지역 의사제' 도입에 대한 적극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역 의사제의 도입이 없으면 의대 증원도 무용하다”고 강조했다. 

국립의대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도일보는 20일 사설에서 “의사 인력 규모를 늘린다고 비수도권 지역의 의사 분포가 곧바로 개선되는 건 아니”라며 “전공의부터 의료 환경이 좋은 수도권으로만 향하고 지역 의사 구인난이 계속 유지되면서 지역거점병원조차 무너질 형편”이라고 말했다. 

중도일보는 이어 “지방의대의 지역인재 선발 제도로 '지역 학생'이 많아져도 졸업 후 수도권으로 향한다면 이 문제를 치유할 수 없다”며 “의료의 수도권 편중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국립의대 신설이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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