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하나금융이 결국 KDB생명보험 인수를 포기했다. MG손해보험 매각 작업도 무산된 만큼, 하반기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은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KDB칸서스밸류PEF(KCV PEF)는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금융지주로부터 KDB생명보험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받았다”며 하나금융지주와의 KDB생명 매각 절차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KCV PEF는 지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당시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공동 설립한 사모펀드로, KDB생명 지분 92.7%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를 포기하면서 산은은 지난 2014년부터 추진해온 KDB생명 매각에 5차례나 실패하게 됐다. 지난 2020년에는 JC파트너스와 2000억원 규모의 KDB생명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으나, JC파트너스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결국 지난해 4월 계약이 해지됐다. 

하지만 최근 자금조달 역량이 충분한 하나금융지주가 인수 후보로 떠오르면서 4전5기 끝에 매각에 성공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다시 제기되기도 했다. 하나금융도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취약한 보험 부문을 보강하기 위해 KDB생명 인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실제 하나생명은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24.9% 감소한 13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만약 자산 규모가 6조원의 하나생명이 17조원대인 KDB생명을 품는다면, 단숨에 생보업계 10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하지만 4전5기의 매각 시도는 결국 무산됐다.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는 하나금융지주의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인수를 중단하게 됐다”며 공식 입장을 냈으나, 인수 포기의 구체적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KDB생명 인수에 따르는 비용 부담과 인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인수 절차를 중단하게 된 이유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KDB생명의 건전성 지표는 좋지 못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DB생명의 신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지난 6월말 기준  67.5%(경과조치 적용 전)로 보험업법 상 기준인 100%와도 상당한 격차가 있다. 경과조치 적용 후는 140.7%지만 여전히 생보사 평균(224.3%)은 물론 금융당국 권고치(150%)에도 미치지 못한다. 

만약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를 완료한다면 이후 재무건전성 지표를 개선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지출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이 KDB생명 정상화를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 5000억원 이상이라는 추정이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은 지난 8월 1425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9월 12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에도 참여하는 등 하나금융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매각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KDB생명의 ‘4전5기’ 매각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하반기 보험사 M&A 시장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예금보험공사가 최근 진행한 MG손해보험 매각 예비입찰도 유찰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5시에 마감된 MG손보 매각 예비입찰에는 단 한 곳의 원매자만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법 상 한 곳의 원매자만 참여한 경우 유효한 거래가 성립되지 않는다. 

MG손보의 신 지급여력비율은 6월말 기준 62.1%(경과조치 적용 전)로, 경과조치 적용 후(79.6%)에도 100%를 넘지 못할 정도로 건전성이 취약한 상태다. 게다가 대주주인 JC파트너스가 지난달 말 법원에 ‘입찰절차속행금지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사법리스크가 다시 불거진 것도 매각에 악영향을 미쳤다. 결국 우리금융, 교보생명 등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대형 금융사가 입찰에 불참하면서 MG손보 연내 매각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보험업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대형 금융지주사들마저 인수전에서 손을 떼면서, 다른 잠재적 매물의 매각 전망도 어두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험사 매물로 거론되는 곳은 KDB생명과 MG손보를 비롯해 ABL생명, 동양생명, 롯데손해보험 등이다. 이 가운데 손보업계 자산규모 7위인 롯데손보를 제외하면, 보험업계 경쟁구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규모 있는 보험사는 없다. 

롯데손보 또한 원수보험료 및 자산 기준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각각 2.4%, 5.3%로, 인수 시 경쟁 구도를 뒤집을 ‘게임체인저’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매각가격 또한 약 2~3조원으로 추정돼, 인수에 따르는 부담도 작지 않다. 

한편,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KCV PEF의 업무집행사원으로서 KDB생명보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과 함께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여 향후 처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이은 매각 실패로 위축된 보험사 M&A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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