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디지털화 6%, 농업10%, 제조업 28%, 타 국가보다 뒤처져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부실시공 문제가 반복되면서 불안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국정감사에서도 질타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도 제도 개선을 통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건설 현장 전반의 디지털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16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의 핵심 쟁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실시공 논란이었다. 앞서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지난 4월 29일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원인으로 기둥에 들어가야 할 전단보강근(철근) 부족을 지목하고 부실설계, 부실감리, 부실시공에 따른 사고라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국토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날 국감에 참석한 이한준 LH 사장에게 맹렬한 질타를 쏟아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는 LH의 존립근거가 붕괴되는 상징적 장면”이라며 “철근을 빼먹은 게 아니라 시민의 생명을 빼먹은 것”이라고 말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 또한 “LH는 2021년 3월 땅 투기 사건 이후 해체 수준의 혁신 방안을 발표했는데 공염불에 그쳤다”며 “최근에는 부실시공 문제와 전관 특혜, 이권 카르텔 문제가 드러났고 이번 사태 처리 과정에서 조사 대상 누락이나 보고 누락·은폐 등의 무능력 민낯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부실시공은 검단아파트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1월에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로 근로자 6명이 사망하며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서울시 중구 서울역 센트럴자이 아파트 건물 1층 필로티 벽에 금이 간 모습이 드러나 이슈가 되기도 했다. 중구는 정밀안전점검을 시행해 건물의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미 ‘순살자이’라는 표현이 유행할 정도로 높아진 건설사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는 어려웠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에 대응해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앞서 국토부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발생한지 2개월이 지난 지난해 3월 시공품질관리 강화, 감리내실화, 부실시공 처벌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부실시공 근절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국회에도 부실시공 방지 법안이 여러 개 발의돼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설사업자가 직접 준법통제기준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도 부실시공으로 영업정지·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 공공 발주공사 하도급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설현장에서 5명 이상 사망사고를 발생한 경우를 필수적 등록말소 사유로 규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해당 법안은 아직 소관이에 계류된 상태로 입법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는 상태다. 

제도개선을 통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낙후된 건설현장의 디지털화를 서둘러야 부실시공을 근절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황규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부실시공 문제, 디지털 전환으로 대응하자’ 보고서에서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려는 일부 업체들의 안일한 판단이 바뀌지 않는 한 새로운 제도 역시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건설업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업계의 자구 노력이 필수적이기는 하나 기존 건축방식을 버리고 디지털 전환을 통해 휴먼에러를 줄이려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해외에서는 시공·감리 등 전 과정을 디지털화해 부실시공 위험을 방지하는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의 건설용 로봇 솔루션 기업 ‘더스티 로보틱스’는 건설현장에 디지털 평면도를 그려주는 로봇 ‘필드프린터’를 생산하고 있다. 설계도를 실제 현장에 그려넣는 작업을 디지털화함으로써 오차를 줄이는 한편 시간도 단축한다는 것. 더스티 로보틱스는 지난해 시리즈B 투자 라운드에서 4500만달러의 투자금을 모으기도 했다. 

감리 과정을 디지털화한 스마트 감리 기술도 부실시공 방지 대책으로 꼽힌다. IOT센서, CCTV, 액션캠, 드론, 3D카메라, 라이다센서 등을 활용해 건설현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련 기록관리도 자동화해 사각지대 없이 현장 감독을 할 수 있기 때문. 

문제는 국내 건설현장의 디지털화 속도가 다른 국가보다 뒤처져있다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건설업의 디지털화는 6% 수준으로 농업(10%), 제조업(28%)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지난 2020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건설산업의 디지털 혁신 수준을 제조업 수준까지 끌어올리면 생산성이 25% 증가할 것”이라며 “그간 낮은 생산성을 감안하면 캐치업 효과(Catch up effect)로 생산성 30% 향상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 연구위원은 “정부도 처벌에만 치우친 부실시공 대책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그보다는 중장기적으로 OSC(Off-Site Construction) 도입 및 디지털 전환을 유도해야 하는 만큼 현재 추진하고 있는 방안보다 더욱 과감한 유인책을 제시해 건설업체들이 기존 관행을 벗어날 수 있는 메리트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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