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컨테이너가 쌓인 부산항 모습. 사진=뉴시스
수출 컨테이너가 쌓인 부산항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브롬과 항공기용 무선방향탐지기 등 한국이 이스라엘로부터 90% 이상 의존하는 품목의 공급망 위기 대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1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한국의 수입품목 1만1341개 중 이스라엘 수입의존도가 90%를 넘는 품목은 총 8개로 집계됐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국내경제 영향'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한국의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3∼0.4% 수준으로 매우 미미하다"면서도 "이번 사태가 교역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을 전망이나 브롬 등 이스라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품에 대한 공급망 위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 8개 가운데 식용 파래, 흑단 단판 목재, 주석 웨이스트·스크랩, 에틸렌 디브로마이드, 완전자동 라이플 등 5개 품목의 수입 의존도는 100%로, 수입 물량 전체를 이스라엘로부터 들여오고 있다. 

라이플(1∼8월 수입액 287만달러)을 제외하면 모두 수입 금액이 적고 대부분 대체가 가능한 품목이어서 실제 이들 5개 품목에 대한 공급망 위험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 의존도 99.6%(수입액 315만달러)에 달하는 브롬(Br)의 경우 난연제, 석유와 가스 시추, 수처리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는 비금속 원소로, 타 물질로 대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전 세계 브롬 생산의 46.2%(18만t)를 차지하는 1위 생산 국가이다.

자료=한국무역협회
자료=한국무역협회

보고서는 "이스라엘 브롬 공급 차질에 대비해 미국, 요르단, 중국, 일본 등으로 수입처를 전환할 준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드론용 레이더·GPS 등 항공기용 무선 방향 탐지기도 이스라엘 수입 의존도가 94.8%(수입액 36만달러)로 분쟁 장기화 시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 

레이저 작동식 외과수술용 기기 역시 이스라엘 수입의존도가 73.1%(수입액 619만달러)로,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동 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할 경우 한국의 무역 수지가 악화하고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될 우려도 제기됐다.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10% 상승할 경우 국내 기업의 생산 비용은 0.67% 상승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보고서는 "이스라엘에 있는 인텔 CPU 공장을 비롯한 첨단 분야 기업 운영이 중단될 경우 반도체 수요 둔화로 인해 반도체 업황 회복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10일째 접어든 가운데, 최근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국경에서도 양측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 국방부와 이스라엘 방위군은 16일(현지시간) 오전 SNS를 통해 레바논 국경에서 2km 이내 떨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계획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상대로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예고한 가운데 지상군을 투입하는 시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3일 가자지구 북부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내린 대피령을 내렸고, 시한은 14일 오후 끝이 났다. 이에 지상전 개시는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 조너선 콘리커스 중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에서 ‘다음 단계’를 시작하기 전에 해당 지역 주민들이 남부로 대피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집트 그리고 미국과 16일(현지시간) 오전 9시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국경 통행로'를 일시 휴전과 함께 재개방하기로 합의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휴전이 지속되는 정확한 시간은 명확하지 않다며 수 시간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중동의 불안으로 주춤하던 국제유가가 다시 반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산하 경제연구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13일(현지시간) 이번 전쟁에 이란이 뛰어들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선을 넘는 이른바 '오일쇼크'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이란은 주요 산유국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를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해 세계 경제를 압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란은 올해 미국과 관계 개선의 조짐이 보이며 하루 원유를 70만 배럴 더 증산했지만 미국의 압박이 이어진다면 이 증산 결정을 철회할 수 있다.

이 경우 유가는 배럴 당 3~4달러 가량 오를 수 있으며 전쟁이 레바논과 시리아 등으로 확전한다면 배럴 당 8달러 상승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지난 13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6% 가량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78달러(5.77%) 오른 배럴당 87.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이번 주에만 5.92% 올랐다. 주간 상승률은 지난 9월 1일 이후 최대치다.

레바논과 시리아 등으로 확전할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GDP) 하락 폭은 더 커져 0.3%포인트(p) 줄고 물가상승률은 0.2%p 오를 것이라고 외신은 전망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올해 연말까지 두 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앞서 유류세 인하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던 정부가 연장을 공식화한 배경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국제유가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25%, 경유와 LPG 부탄은 37% 인하한 조치가 두 달 더 이어진다. 

경유나 천연가스 가격이 기준 금액을 넘어서면 초과액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하는 유가연동보조금도 연말까지 한시 연장한다. 

추 부총리는 "지난 7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의 경우 현재로서는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향후 상황에 따라서는 국제유가 급등과 이로 인한 실물경제 및 금융·외환시장 등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24시간 시장 모니터링을 수행하는 한편, 필요시상황별 조치계획에 따라 관계부처 공조 하에 적기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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