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금융권 주담대·기타대출 증감률 추이. (전월 대비, 단위: %) 자료=금융위원회
全금융권 주담대·기타대출 증감률 추이. (전월 대비, 단위: %) 자료=금융위원회

[이코리아] 가계부채 증가세가 계속되면서 정부의 정책 실패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를 두고 여야 간 책임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대출규제 강화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다시 증가하는 가계부채, 향후 관리 방향에 대한 제언’ 보고서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산정 예외 적용을 최소화하고  DSR 산정시 대출상품별로 적용하는 만기 및 적용금리를 보수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DSR은 모든 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일정 비율을 초과할 경우 대출을 받기 어렵다. 지난해 1월부터는 은행 40%, 비은행 50%의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데 ▲전세자금대출 ▲이주비·중도금 ▲예·적금 담보대출 ▲상용차금융 ▲할부 ▲1억원 이하 신용대출 등은 예외다. 최근에는 정부가 역전세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전세보증금 차액 반환목적 대출에 대해서도 올해 7월말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DSR 40% 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감소 중이던 가계부채가 규제 예외가 늘어나면서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8.7조원 줄어들며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연말 기준 잔액이 처음 감소했다. 하지만 가계대출은 올해 4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해 지난 8월에는 6.2조원이 늘어나며 13개월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9월에는 2.4조원이 늘어나며 증가폭이 축소됐지만,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를 이끈 주택담보대출은 5.7조원 늘어나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101.7%로 스위스(126.1%), 호주(109.9%), 캐나다(103.1%)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관리 실패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앞서 참여연대는 지난달 14일 논평을 내고 “최근 가계부채 증가와 서민 가계의 대출상환 부담 가중의 가장 큰 책임은 가계 빚을 동원해서라도 주택 경기를 부양시키고자 한 정부에게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정책자금 공급뿐만 아니라 다주택 및 임대사업자, 고령자의 40년 주택담보대출 허용 등 대출 규제를 크게 완화하는 정책을 펴면서 소강상태에 있던 가계부채 증가의 고삐를 풀어버리고야 말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를 비롯해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주빌리은행,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6일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초장기 모기지 및 정부의 가계부채 정책 전반 등과 관련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한국주택금융공사를 대상으로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서민층의 주거안정에 우선적으로 지원되었어야 하는 이러한 정책자금이 특혜를 줄 필요가 없는 중상위 소득 계층, 유주택자, 일반 차주까지 그 대상을 확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며 “금융당국은 은행의 비정책금융에도 50년 초장기 모기지론이 도입되면서 DSR 등 규제 회피를 방치한 문제점이 있음에도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를 초래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가계부채가 윤석열 정부의 정책 실패라는 비판에 반박하며 책임 공방을 벌이는 모양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 대상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실패에 대한 야권의 비판에 대해 “가계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건 기본 원칙으로 누구나 동의한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는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부동산이 폭락하면 또 서민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최근 국토부가 공급대책을 내놓았듯 시장 상황 보며 미세조정을 해야 한다”며 “고금리·고물가로 어려운 상황인데, 경기도 부양하고 어려운 분들도 돕고 부동산도 연착륙시키면서 조화롭게 하려다 보니 보기에 따라 안 맞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할 때 이미 GDP의 105%가 넘는 상태로 인계를 받았다”며 “지난 정부에서 엄청나게 부동산 규제를 했는데 그때 가계대출이 엄청나게 늘었다... 지금 정부 때문에 늘었다는 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가계대출 증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해서는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50년 만기 상품에는 연령 등의 제한이 있다”며 “은행이 내놓은 상품은 연령·보유주택 등의 제한이 없어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민간은행에 책임을 돌렸다. 

다만 가계부채 책임공방보다 대출규제 적용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연구원이 주장한 ‘DSR 규제 예외 적용 대상 축소’는 이미 한국은행에서도 강조한 대책이다. 한은은 지난 7월 발표한 ‘장기구조적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및 연착륙 방안’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대출을 DSR 산정 대상에 포함시키는 한편, DSR 규제도입 이전 이루어진 대출의 만기연장분에 대해서도 DSR을 점진적으로 적용함으로써 가계 간 DSR 규제 형평성을 제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신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대출 증가 시에 DSR에 대한 다수의 예외 적용은 대출의 우회경로 및 풍선효과 유발 수단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상환능력범위 내 대출’이라는 본래 의미의 DSR 원칙만 제대로 정착이 된다면 굳이 과잉대출 또는 약탈적 대출 개념의 도입을 전제하지 않더라도 거시건전성 차원의 가계부채 관리는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가계대출 규제 환경을 보완하기 위해 ▲주택 및 위험자산 투자 리스크에 대한 대한 통화당국의 선제적 시장 경고 ▲생애주기 기대소득 흐름을 반영한 가계부채 만기구조 설정 ▲임대사업자 자기자본 투자 비중 확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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