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 갈무리
= X 갈무리

[이코리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장세력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이 전쟁으로 번지면서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 되는 가짜뉴스 문제가 함께 부상하고 있다. X(구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및 유튜브 등 대형 플랫폼에 이스라엘-하마스 교전과 관련된 가짜 영상과 여러 근거 없는 허위 정보들이 검증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이용자를 최소한으로 규제해오던 일론 머스크의 X는 언론과 정치권이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X를 지목하며 비판하자 계정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X의 보안 팀은 공식 계정을 통해 "최근 몇 일 간 X에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에 관한 게시글이 5천 만개 이상 올라오고 있다. X 경영진은 최고 수준의 대응이 필요한 위기 상황이라 판단하고 최고 수준의 대응을 하겠다."라고 밝혔다.

EU 역시 정부 차원에서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 등 주요 소셜 미디어 기업 CEO에 가짜뉴스의 온라인 확산을 막도록 요구하고 있다. 티에리 브레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11일 저커버그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지난 8월부터 시행된 유럽 디지털 서비스법(DSA)에 따라 불법·허위·유해 정보의 유통을 막는 데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으며, 메타의 검열 시스템이 효과적인지 확인하고, 하루 안에 이에 대해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또 12일 EU는 X가 전쟁과 관련된 가짜뉴스에 적절하게 대응했는지를 두고 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조사는 EU 디지털서비스법 (DSA)에 의거한 것으로, DSA의 권한이 최초로 행사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 유튜브 갈무리
= 유튜브 갈무리

한편 일부 이용자들은 사실적인 그래픽을 지닌 전쟁게임으로 만들어진 게임 영상을 이스라엘에서 촬영된 영상이라며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하는 등 허위정보를 전파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유튜브, X, 틱톡 등 소셜 미디어에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공습을 가하는 영상, 하마스 병사가 이스라엘 헬리콥터를 격추하는 영상 등 다수의 전쟁 영상들이 올라와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해당 영상들은 대부분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 ‘아르마 3’ 속 장면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르마 3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높은 자유도가 특징이다. 이용자는 각종 모드(Mod)를 통해 차량, 항공기 등의 전투 병기와 지형, 시나리오를 게임에 추가해 현실적인 전쟁 상황을 연출하고 플레이할 수 있다. 

= 보헤미안 인터렉티브 누리집
= 보헤미안 인터렉티브 누리집

아르마 3를 개발한 체코의 게임사 보헤미안 인터렉티브는 현지시각 11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게임 이용자와 콘텐츠 제작자가 게임 영상을 책임 있게 사용하도록 촉구했다. 개발진은 “아르마 게임 이용자들에게 현재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적인 사건과 관련해, 자사의 게임 아르마 3를 가짜뉴스 영상 제작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우리의 성명을 공유한다”라고 밝혔다.

개발사는 모두가 사랑하는 게임이 이런 식으로 이용되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현재 주요 팩트 체크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양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게임으로 만들어진 가짜뉴스 동영상을 폭로하는 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이용자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도 덧붙혔다. 

= 보헤미안 인터렉티브 누리집
= 보헤미안 인터렉티브 누리집

보헤미안 인터렉티브는 위와 같은 메시지와 함께 게임에서 제작한 영상과 실제 전투 영상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를 공유했다. 해당 가이드는 지난해 11월에 공개된 것으로, 당시 아르마 3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된 가짜뉴스에 악용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게임으로 만들어진 가짜 전쟁영상의 가장 큰 특징은 매우 낮은 해상도와 흔들리는 카메라, 그리고 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세부적인 부분을 보기 힘들게 만들고 게임 그래픽이라는 사실을 숨긴다고 설명했다. 

가짜 영상에는 인물이 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게임 그래픽을 통해 군용 차량의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는 있지만, 사람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폭발, 연기, 불 등의 입자 표현 역시 게임 그래픽으로는 한계가 있어 이런 입자 표현 역시 눈여겨봐야 한다고 덧붙혔다.

화면만 있고 소리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게임 내의 음향 효과는 현실의 음향 효과와 구별되기 때문에 이것을 숨기기 위해 음소거 처리를 한다는 것이다.

비현실적인 차량과 군복, 장비에도 주목해야 한다. 군사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은 현실적인 상황과 맞지 않는 군사 장비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부대의 휘장 등이 있는지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짜뉴스의 확산에 게임이 악용된 사례는 이전에도 다수 있었다. 2011년에 영국의 한 방송사 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에는 당시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제공한 무기를 사용해 IRA가 헬리콥터를 격추하는 장면이 포함되었는데, 사실 이 영상은 ‘아르마 2’의 게임플레이 클립에서 따온 영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2017년에는 러시아 국방부가 미국이 IS를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소셜 미디어에 증거로 게시한 이미지가 ‘AC-130 건쉽 시뮬레이터’라는 모바일 게임의 이미지였다.

2018년에는 러시아의 국영 방송사 ‘채널 원’이 시리아에서 전사한 러시아 파일럿에 대해 보도하며 아르마 3의 영상을 사용했다. 이후 채널 원 공보실은 편집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였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에 러시아의 전투기 40대를 격추시킨 ‘키이우의 유령’ 이라는 조종사가 존재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런데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DCS (Digital Combat Simulator: World)의 영상이 키이우의 유령의 전투 영상이라며 소셜 미디어에 퍼져나갔다. 심지어 국내의 한 방송사에서도 해당 영상을 키이우의 유령에 대해 보도할때 자료 영상으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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