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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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지난해 대화형 챗봇 AI 서비스 챗 GPT의 등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AI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국들은 AI 기술패권과 디지털 주권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 역시 네이버, 카카오, 통신 3사 등 기술기업들이 잇따라 국산 AI 개발에 뛰어들었으며,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지원정책을 내놓는 등 AI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딥페이크, 가짜뉴스 등 AI로 인해 생겨나는 부작용 역시 점차 부각되고 있다. 이에 전 세계 정부는 AI 산업 육성책과 함께 AI의 부작용을 억제할 규제안의 준비에도 분주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에 법안소위를 통과한 AI 기본법안은 7개월째 국회에 머물러 있으며 해당 법안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이 시급히 AI에 대해 들여다보고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는 현 상황에서 10일부터 시작된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에서는 AI 이슈에 대해 어떤 논의가 오갔을까.

질의에 응답하는 하정우 참고인 = 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질의에 응답하는 하정우 참고인 = 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10일에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는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센터장이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하 센터장은 생성 AI는 특정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가 아닌 기반 기술로서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에 전 세계의 기업들이 대대적으로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골드만삭스는 AI가 글로벌 GDP의 7%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블룸버그 역시 10년 내에 1,600조 원 규모의 AI 관련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했다고 덧붙혔다. 

윤 정부가 AI 관련 예산을 43% 삭감한 점에 대한 의견을 묻는 양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는 “(정부에게) 어떤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을 하지만, 이것 때문에 젊은 연구자들이 입게 될 상실이나 피해 같은 게 걱정된다. 또 미래 세대들이 공학, 과학 분야의 미래 직업으로서의 희망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우려가 있다.”라고 우려했다.

하 센터장은 세계 각국의 국가대항전에 가까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AI 분야에 대해 정부가 파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센터장은 해외의 사례로 영국 정부가 1조 6천억 원을 투자해 ‘브릿 GPT’를 만들고 있으며, 일본 정부 역시 소프트뱅크가 초거대 AI 자체기술을 만드는데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정책적인 뒷받침도 강조했다. EU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술에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AI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수립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백악관에 빅테크 CEO들을 초청해 AI 규제에 관해 논의하고 있는데 이 역시 미국의 AI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하 센터장은 현재 한국이 초거대 AI로 전 세계에서 3위를 차지한 국가인 만큼, 국가 전체의 AI전략을 잘 수립해 규제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춰 AI를 새로운 성장 엔진 도약의 기회로 삼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 = 뉴시스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 = 뉴시스

10일에 진행된 문체부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AI 저작권 문제가 다루어졌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에 질의하며 해외에서 생성 AI 운영사를 상대로 저작권, 개인정보 침해 관련 분쟁이 활발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문체부에서는 AI 저작권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학계와 법조계가 참여해 워킹그룹을 운영 중이지만, 이 과정에서 네이버 등 AI 운영사와 서비스 이용자의 의견 청취 절차가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AI 저작권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이용자들의 저작권과 개인정보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유 장관은 “문화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창작자 보호다. 이는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다.” “AI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최근 헐리우드에서 이 문제로 작가들과 창작자들의 파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환경의 변화 때문에 AI 저작권 부분을 빨리 손대지 않으면 우리가 시기를 놓칠 수 있어 이 부분은 우선적으로 개선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현재 국회에는 AI 산업 발전을 위해 저작물 사용을 폭넓게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저작권법 전부개정안'이 발의되어 계류중인 상태이다. 개정안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화된 정보 분석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이용허락을 받지 않아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 분석을 위한 복제, 전송 허용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일부 창작자 단체들은 해당 법안이 저작권자의 권익을 지나치게 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어 이에 대해 심도 깊은 정치권의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 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 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문체부 국정감사의 말미에는 ‘유인촌 AI’가 등장해 시선을 끌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의 목소리를 AI로 흉내내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부르도록 만든 딥페이크 영상을 시연하며 “이렇게 생성 AI의 발달이 고도화되어 가짜뉴스,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본 위원장이 지난 5월 발의한 AI 콘텐츠 표기 의무화 법안에 대해 문체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시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AI을 이용하여 제작된 콘텐츠에는 이를 명시하도록 하는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이전에도 무언가 바꾸고 개혁하려는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정치적으로 해석해서 정말 힘들었다. AI 문제는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미래에 대한 과제이기 때문에, 의원들께서 협조를 해주면 개정이 잘될 것 같다.”라고 답변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 뉴시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 뉴시스

한편 11일에는 AI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인 과기정통부의 국정감사가 진행되었지만, 윤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대한 여야의 논쟁이 벌어지며 AI 정책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에 진행될 과기정통부 종합감사에서 AI 관련 현안이 제대로 다뤄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16일 발간한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관련 주요 현안으로는 AI 규제 정책, 생성 AI 육성과 규제, 생성 AI 윤리 등이 꼽혔다. 과기정통부는 현재 민간 자율의 인공지능 신뢰성・윤리 규율 체계와 인공지능 영향력에 대한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있으며, 생성형 AI 분야에서는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4월에 ‘초거대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AI 관련 정책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이번 국정감사에서 AI가 건강, 안전, 기본권, 환경, 법치 등 여러 분야에 미치게 될 영향을 살피고 신뢰성, 책임성, 공정성, 투명성 등의 차원에서 구체적인 규제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하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생성형 AI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어 향후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 설계 요구가 크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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