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불법 공매도를 사전에 적발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공매도 전산화 입법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쉽지 않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실시간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려면 공매도 거래시스템과 증권거래소 시스템을 연결해야 하고, 대차거래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데, 주식을 빌리는 거래 목적이 여러 가지이고 전화나 이메일 등 이용하는 플랫폼이 다 달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며 “파악하더라도 기술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은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파는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대책으로 이전부터 논의돼왔다. 특히 국내 공매도 시장이 외국인·기관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비판하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다. 

지난 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증권시장의 안정성 및 공정성 유지를 위한 공매도 제도 개선에 관한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현 증권거래 시스템은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시스템상 근원적으로 차입이 불가능하면, 매도가 불가능하도록 설정되어 있어야 하나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며 “무차입 공매도가 근원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증권거래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국회에서도 공매도 전산화를 위한 입법 논의가 추진된 바 있다. 앞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1년 2월 증권사가 공매도 업무를 처리할 때 반드시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구축·이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기 위해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20년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듬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드는 데다, 너무 많은 정보를 처리하게 되면 주식거래 체결이 늦어지고 시스템 과부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박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아직 소관위에 계류된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해당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전산시스템 도입을 위해 소요되는 시간, 전산시스템 도입에 필요한 비용의 마련 등에 대한 사전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검토보고서는 “두 거래당사자가 서로 다른 대차 플랫폼을 이용하는 경우 호환성 문제로 인해 시스템을 통한 원활한 대차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모든 공매도거래자가 단일한 플랫폼을 이용토록 하는 경우에는 전산시스템 독점 문제에 대한 검토도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개인투자자 보호’라는 공매도 전산화 취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처럼 외국인 투자가 중요한 나라에서 다른 국가에서도 하지 않는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어 거래를 어렵게 하는 것이 과연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정책인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공매도 전산화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진 만큼, 입법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위 국정감사를 통해 다시 떠오른 공매도 전산화 이슈가 실질적인 입법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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