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전업카드사 분기별 신용판매 이용실적 추이. 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7개 전업카드사 분기별 신용판매 이용실적 추이. 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이코리아] 업황 악화로 카드사 실적이 하락하는 가운데 임기 만료를 앞둔 카드사 최고경영자(CEO)의 연임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과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 최원석 BC카드 사장 등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 사장과 최 사장은 오는 12월말, 조 사장은 내년 3월말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임기 막바지에 다다른 세 CEO의 연임 가능성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고금리에 따른 조달비용 부담으로 업황이 악화하면서, 주요 카드사 실적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리더십 교체 전망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KB국민카드의 경우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9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5%나 감소했다. BC카드 또한 상반기 순이익이 3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6%나 줄어들었다.

롯데카드의 경우 306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매각에 따른 1회성 이익(1981억원)을 제외한 순이익(1079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39.1% 줄어들었다. 8개 전업카드사의 상반기 순이익이 같은 기간 12.8%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3개사 모두 업계 평균보다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셈이다. 

특히, KB국민카드의 민간소비 회복에 힘입어 신용카드 실적이 상승하는 가운데서도 오히려 점유율이 하락하며 현대카드와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BC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의 신용판매 이용실적(기업구매전용 제외)은 19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5% 증가했다. 이 가운데 KB국민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6.12%로 신한(20.12%), 삼성(18.54%), 현대(17.67%)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한때 2위 삼성카드와의 격차를 1%포인트 이내로 좁혔던 KB국민카드는, 올해 들어 애플페이를 앞세운 현대카드의 추격을 허용하며 올해 1분기부터 3위 자리를 내준 상태다. 1분기 0.25%포인트였던 현대카드와의 격차는 2분기 1.56%포인트로 크게 확대됐다. 

모그룹 지배구조 변화도 이들 CEO의 연임 여부를 판가름할 변수로 꼽힌다. 앞서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8일 차기 회장 후보로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을 선정했다. KB금융은 계열사 CEO에게 통상 2년에 연임 1년을 더해 ‘2+1’년의 임기를 보장하는 관행을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이 사장도 연임을 통해 1년의 추가 임기를 보장받을 거란 예상이 많았지만, 양 내정자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계열사 인사 교체를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2년 임기를 마치고 1년 연임에 성공한 최원석 BC카드 사장도 사정이 비슷하다. 결제망 대여를 주력사업으로 삼는 BC카드는 최근 회원사 이탈이 가속화되며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지난해 전북은행과 SC제일은행이 BC카드와 결별한 데 이어, 전업카드사 중 유일하게 BC카드 결제망을 이용해온 우리카드도 독자 결제망 구축을 선언했다. 수익 대부분이 결제망에서 나오는 상태에서 수익구조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당장 실적 악화를 피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BC카드의 모기업인 KT도 최근 우여곡절 끝에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지난 8월 30일 취임한 김 대표는 사법리스크 해소를 위해 부문장 3명을 교체하는 등 인사·조직 개편에 나선 상태다. 김 대표가 성과에 입각한 인사 개편에 나선다면,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BC카드도 리더십 교체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하며 2년의 추가 임기를 보장받은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은 내부통제 이슈가 발목을 잡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롯데카드 직원 2명과 협력업체 대표를 업무상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마케팅팀 팀장과 직원등 2명이 협력업체 대표와 공모해 해당 업체를 카드상품 프로모션 협력업체로 선정한 뒤 불리한 계약을 체결해 총 105억원을 빼돌린 것. 롯데카드 마케팅팀 팀장과 직원은 이 가운데 66억원을 페이퍼컴퍼니 및 가족회사를 통해 빼돌린 뒤, 부동산 개발 투자, 자동차·상품권 구매 등으로 쓴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빈번한 금융사고로 금융사 내부통제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의 관리·감시도 강화된 만큼, 이번 사건이 조 사장의 연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카드사 업황 악화로 실적 하락이 불가피했다는 점, 현 CEO의 성과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연임이 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사장의 경우 해외법인을 4곳으로 늘리고 인도네시아·태국·캄보디아에서 연간 60억원대 순이익을 거두는 등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또한 카드 앱 ‘KB페이(PAY)’를 통해 미래 수익원 확보를 위한 기반도 다졌다. KB페이는 지난해 10월 플랫폼 구축 후 사용자 층을 확대해 올해 6월말 기준 1000만 가입자를 돌파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는 이 사장 취임 전보다 약 400만명 늘어난 수준이다.

조 사장 또한 로카(LOCA) 시리즈를 통해 점유율을 끌어올린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20년 8월 출시된 로카 시리즈는 올해 4월 발급매수 300만장을 돌파하며 주력 상품으로 안착했다. 롯데카드의 신용판매 이용실적 또한 지난해 1분기 15조5912억원에서 올해 1분기 19조7885억원으로 26.9% 증가했는데 이는 7개 전업카드사 증가폭(19.5%)을 웃도는 수치다. 같은 기간 롯데카드의 점유율도 9.56%에서 10.16%로 0.6%포인트 높아졌다. 

최 사장 또한 주력사업인 국가 간 결제네트워크(Network-to-Network, N2N) 기술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며 결제망 대여에 치중된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BC카드는 지난해 인도네시아‧베트남 등의 현지 기업을 인수하며 동남아시아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고, 올해 들어서는 몽골·우즈베키스탄·키르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 중앙은행과 결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네이버페이와 손잡고 일본·중국 등에서 해외 QR 현장결제 서비스를 개시했다. 

다만 당장 수익성 악화를 무시하기 어려운 만큼 4분기 실적 개선 여부가 CEO들의 연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황 악화 속에서도 고군분투 중인 세 카드사의 CEO가 성과를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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