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종순 한국가스공사 부사장, 최문규 한국석유공사 부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대비 석유·가스 수급상황 점검회의를 주재, 발언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뉴시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종순 한국가스공사 부사장, 최문규 한국석유공사 부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대비 석유·가스 수급상황 점검회의를 주재, 발언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뉴시스

[이코리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인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9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4% 이상 치솟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3.57달러(4.2%) 오른 배럴당 88.15달러에,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3.59달러(4.3%) 오른 배럴당 86.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국제 유가는 고금리 장기화 전망 속에 국제유가가 단기간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가격을 끌어내렸다. 브렌트유는 약 11% 하락했고 WTI는 8% 이상 하락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기습공격을 해온 하마스를 상대로 전쟁을 공식 선포하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급등해 이틀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로 이번 달 들어 내림세였던 국제 유가가 중동 전쟁 여파로 반등한 것이다. 

하마스는 7일(현지시간) 새벽 수천 발의 로켓을 이스라엘 남부지역을 향해 발사하고 무장대원들을 침투시키는 등 수년 만에 가장 큰 공격을 가했다.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역시 가자지구에 보복 공습을 가했다. 이스라엘군은 사망자가 9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고, 팔레스타인에서도 690명가량이 숨지는 등 양측에서 1600백 명 가까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유엔(UN)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피해 가자지구 주민 12만3000여 명이 피란길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번 하마스의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란 안보 당국자들이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에 협력하고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세를 축하했지만 이번 공격에 직접 개입했다는 점을 공식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산유국들은 연말까지 기존의 감산 연장을 지속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여기에 이란의 개입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서방의 대이란 제재, 중동 확전 등으로 번질 수 있어 유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제3자가 개입하지 않는 한, 석유와 가스 가격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에너지 컨설팅사인 팩트글로벌에너지의 이만 나세리 상무는 9일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양측의 '전쟁'이 미국과 이란을 비롯한 당사국 지지자들이 직접 관여하는 지역전쟁으로 빠르게 확대되지 않는  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버디의 석유 분석 책임자인 패트릭 드한은 "일자리 보고서와 같은 하락 압력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유가를 계속 둔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자지구와 이스라엘과 달리 이란은 석유 수출에 있어 '주의해야 할 와일드카드'"라고 덧붙였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과의 방위 협정에 대한 대가로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협상 중이었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발생하기 전인 6일 사우디 관리들은 미국이 제안한 이스라엘과 관계정상화 협상의 거래 일환으로 내년 원유 생산을 늘릴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이번 분쟁으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상화와 이에 따른 원유 증산 가능성이 줄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공격으로 단기 석유 재고에 즉각적으로 큰 영향이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석가들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크게 성장한 이란산 원유수출이 이번 분쟁으로 인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분쟁으로 인한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을 강화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수요가 위축될 수 있는 금리 인상을 강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수석 상품 이코노미스트인 캐롤라인 베인은 로이터에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에 연루되었다고 미국이 판단하면 제재를 더욱 엄격하게 시행해 이란의 석유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브라질 페트로브라스의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분쟁으로 인해 석유 시장의 변동성과 투기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쟁이 주변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란이 하마스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하기로 한 미국과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전 세계 석유의 20%가 지나다니는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이 봉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정부는 긴급회의를 열고 국내 석유·가스 수급 상황을 점검한 결과 당장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이 이번 사태와 관련한 국내 석유·가스 수급 현황과 국내외 유가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해 한국석유공사와 가스공사와 긴급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분쟁지역이 국내 주요 원유‧가스 도입경로인 호르무즈 해협과 거리가 있어 국내 원유·LNG 도입엔 차질이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중동 인근에서 항해 또는 선적 중인 유조선 및 LNG 운반선이 모두 정상 운항중임을 확인했다. 

강경성 2차관은 "중동은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67%와 가스의 37%를 공급하는 지역이며 중동의 정세가 우리의 에너지 안보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매우 큰 만큼, 향후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국내 수급 차질로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유관기관, 업계가 합동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이스라엘이 직접적인 산유국이 아니라서 시장수출 원유 물량은 없다. 수급적인 영향이 없는 게 일단은 맞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최악의 시나리오는 확전이 돼서 아랍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국내 원유 도입 물량의 약 70%가 중동에서 가져오는 만큼 타격이 있겠지만 아직 거기까지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면밀히 지켜보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