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Aramco)의 쿠라이스 유전 시설. 사진=아람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Aramco)의 쿠라이스 유전 시설. 사진=아람코 

[이코리아] 국제유가가 이틀 새 7% 가까이 밀려 80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가운데 글로벌 전문가들 사이에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와 배럴당 70달러 선까지 하락 등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1월 인도분 선물은 전장보다 1.91달러(2.3%) 떨어진 배럴당 82.31달러를 기록했다. 북해 브렌트유 선물은 1.74달러(2.03%) 하락한 배럴당 84.07달러에 마감했다. WTI의 경우 지난달 27일 배럴당 93.67달러(종가 기준)로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후 연일 하락세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때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던 원유 가격은 올해 5월 7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자발적인 감산 정책을 올해 연말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유가는 급등해 최근 WTI기준 배럴당 90달러 선을 상회했다.

하지만 유가는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산유국들의 장관급 회의가 끝나고 기존의 감산 연장을 지속했다는 소식에도 5달러이상 하락했다. 1년 만에 가장 큰 일일 하락 폭이다.

원유 수급이나 경제 관련 별다른 통계 발표가 없었지만 국제유가가 단기간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가격을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OPEC+는 지난 4일 장관급 공동감시위원회(JMMC) 회의를 진행했다. 이번 회의에서 OPEC+는 2024년 말까지의 협약을 재확인한 가운데, 계속해서 시장 상황에 따라 대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사우디가 7월부터 시행한 일평균 100만 배럴의 추가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한 점, 러시아가 9월부터 시작한 일평균 30만 배럴의 추가 감산을 연말까지 유지할 것으로 발표한 점을 언급했다. 다음 JMMC 회의(51회) 및 OPEC+ 장관급 회의(35회)는 오는 11월 26일 진행될 예정이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 하락세에 대해 "최근 원유에 대한 투기적인 수요가 가파르게 유입되었던 가운데 미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 등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FOMC 이후 고금리 장기화 전망 속 수요 불확실성이 다소 높아졌으나 이번 OPEC+ 회의에서 추가적인 공급 이슈가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 연구원은 "OPEC+발 공급 이슈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는다면 당분간 원유시장의 관심은 공급보다 수요에 좀 더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중국의 9월 체감경제지표가 기준선(50)을 상회하며 중국 경기 개선 기대를 높이고 있어 중국 원유 수요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수요 불안이 유가 상방 리스크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한편, 최근 들어 요동치는 국제 유가를 두고 상반된 전망이 나왔다.

석유수출국기구인 OPEC의 사무총장은 100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고 내다본 반면, 미국 내 3대 은행인 씨티그룹은 4분기부터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하이탐 알가이스 OPEC 사무총장은 지난 3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하루 평균 석유 수요가 240만 배럴가량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는 원유 소비가 사상 최대로 급증한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여파로 지난 3분기 28% 상승한 바 있다.

지난달만 해도 90달러를 넘자 100달러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에 대해 알가이스 사무총장은 "투자 부족을 비롯해 이 가격을 초래할 수 있는 요인들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마켓인사이더에 따르면 글로벌투자은행(IB) JP모건은 원유 공급이 더 감소하는 상황을 가정해 올해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골드만삭스는 "OPEC+가 감산 기조를 내년 말까지 유지하고 사우디가 산유량을 서서히 늘린다면 브렌트유 가격이 내년 12월에 배럴당 107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노르웨이 국영 석유회사 에퀴노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에이리크 워니스 역시 OPEC+의 감산 기조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워니스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하지 않겠다"면서도 "수요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OPEC이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 미만 수준에서 유지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유가가 형성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씨티은행은 4분기 유가 전망 보고서를 통해 "브렌트유가 4분기엔 평균 82달러, 내년엔 평균 74달러로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씨티은행은 올해 안에 유가가 100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약세로 의견을 선회했다.

미국과 브라질, 캐나다와 같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 OPEC+ 비회원국의 생산량이 늘고 있고,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80달러대로 내려가면서 강세론도 힘을 잃는 모습이다. 

한편 국내 증권가에서도 100달러 유가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하나증권은 유가 100달러 돌파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석유제품 시장 수급의 타이트한 흐름이 연말까지 지속되며 정유업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2008년, 2022년 WTI 가격이 100달러를 넘었을 때 이미 휘발유 수요 급감을 경험했다"며 "최근 유가 상승은 중국 원유 수요 회복 영향도 존재하기 때문에 유가 추가 상승 시 중국의 수입 수요가 약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 가스·석탄 안정화로 순환참조가 발생하면서 유가를 더 끌어올리기는 힘들고 최근 미국과 중동의 관계 회복 움직임은 사우디의 추가 감산을 제한할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도현 SK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와 러시아 중심의 감산에 따라 타이트한 공급 상황이 전개될 국면에서 유가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사우디 아람코의 지분매각 시점이 2023년말인 점을 고려할 때 올해 말까지 OPEC+의 감산 스탠스와 고유가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하반기 수요는 상반기 대비 성장률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지난해 기저를 고려하면 여전히 견조한 수요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수요의 제한적 상승 관점은 유지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은 적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이에 유가는 배럴 당 95달러를 상단으로 고유가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