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 추진을 위한 협약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 추진을 위한 협약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DGB금융지주 김태오 회장의 3연임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당국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 추진을 위한 협약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미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열린 뒤 현재 회장의 연임을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꾸는 건 축구를 시작하고 중간에 룰을 바꾸는 것과 같다”며 “DGB금융의 과거 노력을 볼 때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발언은 김태오 DGB금융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김 회장의 임기 만료를 6개월 앞둔 DGB금융은 지난달 25일 회추위를 열고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했다. 금융권의 관심은 김 회장의 3연임 가능성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18년 취임한 뒤 2020년 연임에 성공하며 5년간 DGB금융을 이끌어온 김 회장은 꾸준한 실적 성장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 등의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DGB금융의 올해 상반기 순익은 3098억원으로 김 회장 취임 직전인 2017년 연간 순이익(3022억원)을 넘어선다. 또한 2018년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며 DGB금융은 지방금융 최초로 증권, 보험, 캐피탈 등을 모두 갖춘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했다. 2019년 금융권 최초로 최고경영자(CEO) 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 또한 김 회장의 성과로 꼽힌다.

문제는 김 회장의 나이다. 김 회장은 현재 만 68세로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 말에는 만 69세가 된다. DGB금융 지배구조 내부 규범 15조는 회장 연령을 만 67세까지로 제한하고 있어, 김 회장이 3연임에 도전하려면 이사회에서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DGB금융 이사회가 김 회장의 3연임을 위해 회장 연령 상한을 높이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이복현 금감원장이 “회추위가 열린 뒤 현 회장의 연임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꾸는 것은 규칙을 깨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 입장을 밝힌 만큼, DGB금융의 고민도 더욱 깊어지게 됐다.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이 원장은 이미 지난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관련해 외압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이미 DLF 소송전에서 금융당국에 승리한 손 전 회장이 라임펀드 관련 징계에 대해서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연임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이 원장이 “급격한 시장 변동으로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당사자도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입장을 밝힌 것. 이 원장은 외압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사실상 사퇴를 압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 CEO 장기 집권을 적폐로 규정하며 강력한 개선 의지를 밝혀왔다. 실제 윤 정부 출범 이후 CEO 임기가 만료된 금융지주사는 대부분 리더십 교체를 겪었다. 채용비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3연임이 점쳐졌던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이 세대교체를 이유로 용퇴를 결정했고, 손 전 회장도 결국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손병환 전 NH농협금융 회장도 2년 임기 후 1년 연임 관행을 깨고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용퇴했다. 우리·농협금융의 경우 관 출신 인사가 CEO로 선임되며 관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정부·당국이 금융사 CEO의 장기집권에 대해 뚜렷한 반대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김 회장이 3연임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게다가 김 회장은 사법리스크에도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다. 현재 김 회장은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김 회장이 지난 2020년 대구은행장 겸직 당시 캄보디아 현지법인 특수은행의 상업은행 인가를 위해 캄보디아 금융당국에 전달할 로비 자금 350만 달러를 현지 브로커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 원장은 “연임을 준비하는 CEO가 경쟁자보다 정보의 양이나 이사회와의 친분 등에 있어서 우위에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인 만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금융사가 솔루션을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한 DGB금융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 원장은 지주 회장들의 3연임에 대해서는 "할 수 있다"면서도 "연임하는 후보자가 여러 친분상 새로운 후보자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처음 선임될 때랑 이어 연임될 때 기준이 달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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