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성동구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 대기업의 진출로 신차 거래의 두 배, 연 30조원 규모에 달하는 중고차 시장의 신뢰성 회복 등 선순환이 기대되는 반면 중고차 가격이 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이달 중순부터 자사 브랜드 중고차 대상의 중고차 인증 판매업을 시작한다. 인증 중고차란 출고기간 5년, 주행거리 10만㎞ 이내의 자사 브랜드 중고차 중 품질테스트를 통과한 제품이다.

판매는 당분간 온라인으로 운영된다. 소비자들은 이달 중순 이후로 현대차그룹의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인증 중고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소비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중고차를 계약하면 현대차그룹 매입 단지인 오토허브를 통해 차량이 배송된다.

동시에 자사의 신차를 구매하는 조건으로 중고차를 일정 가격에 매입하는 가격보장 정책으로 매물을 확보할 전망이다. 현대차의 제네시스는 3년 안에 62%, 기아의 K9는 5년 안에 48% 가격을 보전해 준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등록현황보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차 시장은 약 380만대로 집계됐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만 따져도 연 250만대 규모에 달해 연 170만대 수준의 신차 시장보다도 크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발표한 '모빌리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260만 대로, 대당 평균단가를 1100만원으로 추산 시 약 29조원의 시장으로 추정됐다. 이에 완성차업체가 중고차 시장 일부만 확보하더라도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큰 폭의 시장 확장은 당분간 제한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현대차와 기아의 시장점유율을 2025년까지 각각 4.1%, 2.9%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중고차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신뢰성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그간 중고차 시장은 '레몬마켓'(저급품만 유통되는 시장)이란 인식이 강했다. 업계 관행처럼 이어졌던 불확실한 시세 및 성능, 침수차 판매 등 각종 부정행위 때문이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경기 이천시)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고차 매매 피해구제 건수는 2021년 94건에서 2022년 112건으로 20% 늘었다. 

특히 표시·광고 피해구제가 2021년 3건에서 2022년 29건으로 9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AS 불만도 같은 기간 9건에서 2022년 27건으로 3배 가량 증가했다. 

현대차그룹 이외에도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 한국지엠 등 완성차업체 모두 중고차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렌탈업체인 롯데렌탈도 지난달 중고차 거래 온라인 플랫폼인 '마이카 세이브'를 내놓았다. 3~5년간 장기렌탈 후 반납한 중고차를 온라인 직접 계약 방식으로 렌탈·판매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롯데렌탈은 2025년까지 온라인 거래용 중고차 5만대를 확보하기로 했다. 

대기업들의 잇단 시장 진출이 기존 중고차 시장의 고질병인 허위매물·강매 등 관행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소비자들의 편익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다만 대기업의 참여로 중고차 가격이 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5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OECD 국가 중 완성차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면서 "대략 5% 가량 비용 인상이 있을 것으로 보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소 웃돈을 주더라도 긴 보증기간 등 안전이 보장된 차량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크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대기업의 참여로 시장의 파이가 커지면서 신차와 중고차 간 리사이클링 효과"라면서 "자사의 중고차 가격이 높을 때 신차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다양한 성과가 나온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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