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12시 기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24시간 거래량.(단위: 억 원) 자료=코인마켓캡
5일 오후 12시 기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24시간 거래량.(단위: 억 원) 자료=코인마켓캡

[이코리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수수료 무료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국내 시장을 장악한 업비트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빗썸은 지난 4일 창립 10주년을 맞아 이날 오후 6시부터 원화 및 BTC마켓의 모든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를 무료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빗썸의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는 기존 0.04~0.25%에서 0%로 바뀌게 됐다. 앞서 빗썸은 지난 6월 BTC마켓 거래 수수료를 무료화한 데 이어 8월 원화마켓 일부 종목의 수수료를 면제해 거래량 증가 효과를 본 바 있다.

업계에서는 빗썸의 이번 수수료 전면 무료화 정책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업비트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업비트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5일 낮 12시 기준 업비트의 24시간 거래량은 1조1250억원으로 국내 5대 거래소 전체 거래량의 76.1%를 차지했다. 2위인 빗썸의 거래량은 3204억원(21.7%)으로 업비트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으며, 그 뒤는 코인원 292억원(2.0%), 코빗 24억원(0.2%), 고팍스 21억원(0.1%) 등의 순이었다. 이 또한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해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업비트와 다른 거래소 간의 격차가 좁혀진 것으로, 지난달까지만 해도 업비트 점유율이 90%를 넘어서기도 했다. 

영업실적 차이는 더 크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915억원과 2985억원으로, 빗썸(매출 827억원, 영업이익 128억원)과는 큰 격차가 있다. 3위 거래소인 코인원은 8억778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업비트가 한때 국내 최대 거래소였던 빗썸을 제치고 독주 체제를 굳히게 된 요인으로는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 환경 ▲다른 거래소 대비 저렴한 0.05%의 거래 수수료 ▲해외 거래소와의 연계로 인한 높은 해외 코인 거래 편의성 등이 꼽힌다. 

또한, 사법리스크에 흔들리는 경쟁사와 달리 업비트가 안정적으로 일관된 경영체제를 유지해왔다는 것도 장점으로 지목된다. 검찰은 지난달 8일 배임수재 혐의로 이상준 빗썸홀딩스 대표와 프로골퍼 안상현 씨 등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 대표와 안씨가 암호화폐 상장 청탁과 함께 현금 30억원과 총 4억원 상당의 명품 시계 2개, 고급 레스토랑 멤버십 카드 등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암호화폐 상장 대가로 수십 차례에 걸쳐 27억5000만원을 받은 전직 코인원 상장 담당 이사 전모 씨는 지난달 26일 열린 1심에서 징역 4년과 19억4000만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전직 코인원 상장 팀장 김모 씨도 이날 징역 3년 6개월과 8억1000만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업비트 또한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자전거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리스크를 어느 정도 덜어낸 상태다. 또한 경쟁사가 여러 차례 경영진을 교체한 반면, 업비트는 지난 2017년 이후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꾸준히 경영을 맡아오고 있다. 

이처럼 업비트의 독주가 계속되면서 독점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비트와 타 거래소 간의 격차가 이미 역전되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진 데다, 금융당국이 실명계좌 발급 기준 강화에 나서며 신생 업체의 시장 진입도 어려워져 투자자의 선택 폭이 좁아지고 있기 때문. 게다가 업비트에 상장하지 못한 코인은 거래 활성화가 어렵기 때문에 가상자산 발행자의 업비트 의존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독점 폐해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3월 열린 ‘건전한 시장 조성을 위한 디지털자산 컨퍼런스’에서 “특정 기업의 높은 점유율은 경쟁 사업자들에게 우월한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토대로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선택을 받은 결과”라며 “정당한 경쟁을 통해 취득한 것이라면 이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권장할 사안이지 지탄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만약 업비트가 80%가 넘는 점유율을 바탕으로 시장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면 가상자산 거래 시장에 그에 따른 독과점의 폐해로 품질 대비 높은 가격(거래 수수료)의 수취가 나타날 것”이라며 “현재까지 수준을 비교하면 업비트는 다른 국내 거래소에 비하면 가장 수수료가 낮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업비트는 경쟁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서비스의 품질 개선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며 “경쟁법상 이슈가 되는 체크리스트를 보면 적어도 지금까지는 독점의 폐해가 발견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원 빗썸 대표는 "내년 1월이면 빗썸이 거래소를 만든지 10년이 되는 해"라며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고객에게 사랑받는 빗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빗썸의 수수료 무료화 정책이 업비트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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