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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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미국 정부가 위성을 제대로 폐기하지 않아 우주 쓰레기를 발생시킨 기업에 최초로 벌금을 부과했다. 연방통신위원회 (FCC)는 2일 에코스타-7 위성을 제대로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한 혐의를 받는 케이블방송국 '디시 네트워크 (DIsh Network)'에 15만 달러(약 2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FCC의 조사 결과 디시 네트워크는 임무 종료 시점에 위성을 허가받은 고도보다 훨씬 낮은 폐기 궤도로 이전해 통신법과 FCC 규정 및 회사 라이선스 조건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졌다. 에코스타-7 위성의 폐기 궤도는 고도 300Km로 명시되어 있으나, 디시 네트워크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122Km 상공에서 위성을 폐기했다. 해당 고도에서는 궤도 잔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 위원회의 설명이다. 

위원회는 이번 조치를 두고 위성 정책 노력을 강화해 온 위원회가 우주 쓰레기 관련 법 집행에 나선 첫 번째 사례라고 밝혔다. 로얀 에갈 FCC 집행국 책임자는 “위성 운영이 보편화되고 우주 경제가 가속화됨에 따라 우리는 기업들이 약속을 준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번 합의는 FCC가 매우 중요한 우주 쓰레기 규정을 집행할 수 있는 강력한 집행 권한과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분명히 하는 획기적인 합의이다.”라고 밝혔다.

세계 각국에서 기업들이 우주 개발 경쟁에 뛰어들며 경쟁적으로 위성을 발사함에 따라 우주 쓰레기 문제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지구 궤도에 존재하는 1cm보다 큰 통제되지 않는 우주 쓰레기는 약 70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주를 떠도는 쓰레기는 초속 7㎞ 이상의 엄청난 속도로 움직여 다른 물체와 충돌하면 중대한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게다가 우주 쓰레기가 지구로 추락할 우려도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마이클 바이어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7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10년 안에 우주 쓰레기의 지구 추락으로 인한 사상자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임무를 다한 로켓이 지구로 재진입할 때마다 10㎡의 면적에 치명적인 잔해를 퍼뜨린다면 앞으로 10년 동안 한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낼 확률이 약 10%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관련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러시아의 소유즈 M-22가 우주 쓰레기로 추정되는 물체와 충돌해 냉각수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두 명의 러시아 우주 비행사가 1년 넘게 우주에 갇혀있어야 했으며 지난달 28일에야 지구로 복귀할 수 있었다.

지난 1월에는 미국 NASA의 관측 위성 ERBS의 잔해물이 한반도에 추락할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과기부와 한국천문연구원이 경계경보를 발령해 화제가 되었다. 이에 따라 해당 시간에 전국 공항에서 항공기의 이륙이 일시 중단되고, 전 국민에게 재난안전문자를 통해 외부활동 유의를 당부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졌으나 다행히 잔해물은 피해 없이 한반도 상공을 지나갔다.

세계 각국은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지난 1993년에 설립된 국제우주쓰레기조정위원회 (IADC)에는 한국의 항공우주연구원을 포함해 총 13개 국가의 우주기관이 속해있다. IADC는 지난 2004년 정상 운용 중 쓰레기 배출 제한, 파열 가능성 최소화, 임무 종료 후 폐기, 궤도상 충돌 방지 등 4가지 규칙을 골자로 하는 우주 쓰레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또 UN 산하에도 UN COPUOS(우주 공간 평화 이용 위원회) 가 지난 2007년 ‘우주 쓰레기 경감 가이드라인’을 채택해 우주 궤도 청소에 대한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 클리어스페이스 유튜브 갈무리
= 클리어스페이스 유튜브 갈무리

우주 쓰레기를 기술적으로 처리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유럽우주국은 2026년에 쓰레기 수거 우주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스위스의 스타트업 ‘클리어스페이스’가 개발한 청소부 위성은 로봇 팔을 이용해 100Kg 이상의 우주 쓰레기를 포획해 지구로 복귀하는 것이 목표다. 또 영국 서리대학교는 2018년 ‘리무브데브리스’라는 청소 위성을 쏘아올렸다. 이 위성은 그물로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고 태양전지판 잔해를 작살로 포획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중국은 지난 2021년 청소위성 ‘스젠 21호’를 발사해 수명이 다한 ‘베이두-2 G2’ 인공위성을 사용되지 않는 무덤 궤도로 이동시켜 폐기하는 실험을 성공시켰다. 또 중국의 스타트업 오리진 스페이스 역시 그물망으로 우주 파편을 포획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의 여러 기업도 우주 쓰레기 제거 산업에 뛰어들었다. 일본의 스타트업 아스트로스케일은 2021년 거대 자석을 부착한 인공위성인 ‘엘사-d'를 발사해 잔해 제거 임무를 완료했으며 2030년까지 정기적인 제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다른 일본의 스타트업 에일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와 협력해 전도성 끈을 활용해 파편을 궤도에서 이탈시켜 대기권으로 추락시키는 기술을 개발 중이며, 위성 기업 스카파 JSAT는 레이저를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원은 목표 위성에 접근한 뒤 로봇 팔로 붙잡아 대기권으로 진입해 자연 소각하는 초소형의 ‘포집 위성’ 개발을 추진 중이다. 2027년에 처음으로 발사해 그동안 우리나라가 쏘아올린 우리별 2호, 3호 등의 폐위성 5기를 청소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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