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증권사별 IPO 실적.(단위: 억 원) 자료=한국거래소
2023년 증권사별 IPO 실적.(단위: 억 원) 자료=한국거래소

[이코리아] 대어급의 연이은 상장 철회로 침체됐던 IPO(기업공개)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밀리의서재, 두산로보틱스 등 IPO 기대주가 연달아 공모 흥행에 성공하며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1~22일 이틀간 진행된 두산로보틱스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33조1093억원의 증거금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공모주 청약 증거금 9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접수된 청약건수는 149만6346건으로 청약 주식 수 기준 25억4687만120주가 몰려 경쟁률은 무려 524.05 대 1을 기록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11~15일 진행된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실제 두산로보틱스 수요예측에는 총 1920개 기관이 참여해 27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86조원의 자금이 모였다. 

독서플랫폼 밀리의서재도 일반공모 청약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밀리의서재는 지난 18~19일 진행된 청약에서 1조9387억원의 증거금을 모았으며, 경쟁률은 449.56 대 1을 기록했다. 지난 7~13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참여 기관의 99.7%가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 가격 이상을 제시해, 최종 공모가가 희망 밴드 상단인 2만3000원으로 결정됐다. 

밀리의서재와 두산로보틱스가 연달아 공모 흥행에 성공하자, 지난해 침체기를 겪었던 IPO 시장이 올해 들어 완연한 회복세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낙관론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IPO 시장은 대어급의 상장 철회가 잇따르며 침체를 겪은 바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IPO 공모금액은 15.6조원으로 전년(19.7조원) 대비 2.1조원(△20.7%) 감소했으며, 공모건수 또한 같은 기간 89개에서 70개로 19개 감소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모금액 1조원 이상의 대형 IPO는 LG에너지솔루션뿐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금액 12조7500억원을 제외하면 지난해 IPO 시장 규모는 3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이는 금리상승에 따른 증시 침체로 기대를 모았던 IPO 대어들이 대부분 상장 계획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IPO 철회건수(스팩 제외)는 13건으로 전년(2건) 대비 6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IPO 시장 흥행을 이끌 것으로 기대됐던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며 급하게 철회를 결정했으며, SK스퀘어 자회사인 SK쉴더스, 원스토어도 지난해 5월 일주일 간격으로 IPO 철회를 발표했다. 올해 IPO 흥행에 성공한 밀리의서재도 지난해 11월 IPO를 포기한 뒤 9개월 만에 재도전에 나선 사례다. 

올해 상반기에도 대형 IPO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올해 IPO 시장 회복의 기대주로 평가받았던 케이뱅크가 2월 상장 계획 철회를 공식화했으며, 약 2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골프존카운티와 새벽배송 전문업체 ‘마켓컬리’의 운영사 컬리도 최근 상장 예심을 통과했지만, 상장 일정은 불투명한 상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 공모건수는 1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두산로보틱스가 공모 흥행에 성공하며 오랜만에 대어가 출현한 IPO 시장이 하반기 들어 회복세에 접어들 거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실제 IPO 시장에는 두산로보틱스 외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대어급 공모주의 청약이 대기 중이다. 당장 SGI서울보증이 11월 3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내달 13~19일 수요예측, 25~26일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에코프로 그룹의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도 내달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11월 8~9일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IPO 시장이 뜨거워지며 증권사 경쟁 구도 또한 바뀌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IPO 주관실적 1위는 반도체 설계업체 파두 등 10개 기업의 IPO를 주관한 한국투자증권(4080억원)으로 지난해(4위)보다 3계단 순위가 뛰어올랐다. NH투자증권도 4개 기업의 IPO를 주관하며 2805억원의 공모총액을 모아 5위에서 2위로 순위가 상승했으며, 미래에셋증권(8개, 2444억원)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3위를 지켰다.  

반면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공모를 주관하며 IPO 실적 1위에 오른 KB증권은 올해 대표주관 실적이 전혀 없다. 더블유씨피 상장 주관에 힘입어 IPO 실적 2위를 기록했던 신한투자증권 또한 올해 들어 3개 기업의 IPO를 주관해 499억원의 공모총액을 모으는데 그쳤다. 

다만 하반기 IPO 일정이 남아있는 만큼 순위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래에셋증권은 두산로보틱스에 이어 SGI서울보증의 대표주관사를 맡으며 지난 2021년 이후 내준 1위 자리 탈환을 노리고 있다. KB증권 또한 LG CNS 등 대형 IPO를 준비 중인 만큼, 내년 상반기에는 다시 IPO 실적 순위 상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 추석 연휴 이후에도 계속될 IPO 일정에서 증권사 경쟁구도가 어떻게 바뀌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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