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7/03 광구에 설치된 원유 생산 플랫폼. 사진=SK어스온 
중국 17/03 광구에 설치된 원유 생산 플랫폼. 사진=SK어스온 

[이코리아] SK이노베이션의 자원개발 자회사인 SK어스온이 남중국해 해상 광구에서 원유 생산을 시작했다. 국내 기업이 독자적으로 탐사를 해 원유를 발견하고 개발·생산까지 이뤄낸 최초의 사례다. <이코리아>는  SK어스온의 성공 사례의 의미와 국내 원유 수입 등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SK어스온은 25일 남중국해 북동부 해상에 위치한 17/03 광구 내 LF(Lufeng)12-3 유전에서 9월부터 원유 생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17/03 광구는 중국 선전시에서 약 300km 떨어져 있으며, 크기는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한다. 일일 생산량은 석유 생산 정점(Peak Production)을 기준으로 약 2만9500배럴로, 이는 국내 하루 석유 소비량의 1%를 넘는 규모다.

SK어스온은 2015년 중국 국영 석유회사인 CNOOC(중국해양석유집단유한공사)와 광권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남중국해 해상 광구 사업에 뛰어들었다. 독자적인 광구 운영권을 확보한 이후 지질조사, 물리탐사 등 기초탐사 작업을 통해 2018년 탐사정 시추에서 원유 발견에 성공했고, 생산준비를 위한 유전평가, 생산시설 건설 등 개발 단계를 거쳐 마침내 원유 생산에 이르게 됐다.

17/03 광구는 정부 에너지 융자 지원사업의 성공 사례다. 정부는 국내 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1984년도부터 자원개발 사업을 대상으로 융자 지원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17/03 광구의 생산이 시작되면 SK어스온은 정부로부터 받은 융자 원금 및 이자를 상환하게 되며, 원리금 상환이 완료된 후에는 특별부담금의 형태로 일정 기간 동안 이익금의 일부를 정부와 공유한다.

2021년 SK이노에서 분사한 SK어스온은 석유개발사업과 그린사업의 두 개 축을 기반으로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는 1983년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 지분 참여를 통해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해외 자원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재 SK어스온은 8개 국가에서 10개 광구 및 4개의 LNG프로젝트 참여·관리를 하고 있으며, 10개 광구의 생산량은 일일 약 5만2000배럴(석유환산기준)이다.

아울러 그린사업 영역에서는 석유개발을 통해 축적한 탐사기술을 기반으로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탄소 포집 및 저장) 사업을 추진 중이며, 현재 국내외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이산화탄소 저장소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SK어스온은 원유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저감하기 위해, 설계 시점부터 발전기 배기 가스 폐열 재활용, 설비 전동화 등을 생산 시설에 도입했다. 뿐만 아니라 LNG 연료 추진 선박 도입, 신재생에너지 동력 사용 등도 검토 중이다. 향후 이를 적용해 이산화탄소를 저감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감축 목표량(210억t)의 1%에 해당하는 2억 톤의 탄소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SK어스온은 기존 석유개발 중심 사업 구조에 친환경 영역을 추가해 SK그룹의 탄소중립 프로젝트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실제 SK어스온은 지난 2020년 테스크포스(TF)를 조직해 CCS 사업을 시작했다. 

명성 SK어스온 사장은 "1983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든 후 40년 동안 쌓아 온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원유 생산에 성공했다"며 "석유개발 사업과 함께 탄소포집·저장(CCS) 사업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해 탄소 중립과 성장이라는 목표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SK어스온이 생산을 시작한 원유가 국내 반입이 가능한지, 국내 도입 시 경제성 등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어스온 관계자는 26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아직은 원유 생산 초기라 중국, 동남아, 한국 등 다양한 판매처를 검토하는 단계다. 생산단가의 경우도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외부에 확정해서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원유 생산이 민간기업이 독자적인 운영권 탐사사업에서 원유를 발견하고 개발, 생산까지 이어진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에 뜻 깊다는 평가다. 

석유개발 전문회사인 한국석유공사의 경우 2023년 6월말 기준으로 17개국 30개(국내 6개 포함) 유망 석유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일일 평균 약13.5만 boe(석유환산배럴)를 생산하고 있으며, 확보한 매장량은 약 9.5억 boe이다. 

그 중 베트남 15-1광구는 우리 기술진에 의해 발견에 성공한 광구로 2003년 10월 원유생산을 개시했으며, 2003년 세계 최대 유전의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들여오는 원유는 대략 68% 정도가 중동산 원유다. 다른 산지에 비해 위치가 가까운 편이며, 수급 안정성 및 국내 설비가 중동 원유에 특화돼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미주산, 아시아 및 기타 남미산 원유를 배치하는 상황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일일 생산량이 국내 하루 소비량의 1프로 정도라 국내 석유 수급의 안정적인 도입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하기에는 어려울 듯하다"면서도 "민간기업으로서 최초의 원유 생산 성공이라는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생산되는 것이다 보니 원유의 스펙을 아직 모른다. 휘발유의 경우 한 가지 유종만 쓰는 게 아니라 다양한 원유의 유종을 믹스하는 만큼 추후 현지 설비에서 해당 원유가 가동될 수 있을지 여부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관계자는 "탐사도 힘들지만 해양시추의 경우 조 단위 이상의 돈이 들고 엄청난 리스크가 있다. 업스트림(탐사·개발·시추 과정)의 경우 오랜 동안 축적된 고도의 기술집약적인 산업이라 발굴 및 사업화에 10년 이상 투자가 필요하다. 이에 BP나 엑손모빌, 쉐브론 등 글로벌 석유 메이저 기업들이 대부분 업스트림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유가가 다시 90불 가까이 뛰면서 전 세계 석유기업들이 해양 시추 쪽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규모의 경우 가치 판단이 다를 수 있지만 여하튼 민간기업으로서 자체 기술력을 통해 원유를 발견하고 개발, 생산까지 하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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