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DGB금융그룹을 이끌어갈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됐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이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의 장기 집권을 반대해온 금융당국의 기조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DGB금융지주는 회사 내규에 따라 김태오 현 회장 임기 만료 6개월 전인 지난 25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를 열고,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개시를 결정하고 회장 선임 원칙 및 관련 절차를 수립했다. 

DGB금융은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 확보 ▲후보군 구성의 다양성과 평가의 공정성 제고 ▲자질과 역량을 갖춘 최종후보자 선정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 제고 등을 4대 선임 원칙으로 세웠다. DGB금융은 향후 ▲내·외부 후보군 확정 ▲롱리스트 선정 ▲숏리스트 선정 ▲숏리스트 평가 프로그램 실시(1개월 과정) ▲최종후보자 추천 등의 과정을 거쳐 차기 회장을 선임할 계획이다. 

DGB금융이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하면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김태오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다. 김 회장은 지난 2018년 취임한 뒤 2020년 연임에 성공해 5년간 DGB금융을 이끌며 꾸준한 실적 성장으로 역량을 입증해왔다. 실제 DGB금융의 지배주주지분 당기순이익은 김 회장 취임 전인 지난 2017년 3022억원에 그쳤으나, 2021년 5031억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4년 만에 66.5%(2009억원)나 급성장했다. 지난해에는 4016억원으로 실적이 하락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309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등도 김 회장의 업적으로 꼽힌다. DGB금융은 김 회장이 취임한 지난 2018년 9월 하이투자증권 인수 절차를 완료하며 지방금융 최초로 종합금융그룹을 완성했다. 증권사를 비롯해 보험사, 캐피탈사를 모두 갖춘 지방금융은 DGB금융뿐이다. 하이투자증권 인수 전 10% 수준에 머물렀던 비은행 손익 기여도도 올해 2분기 기준 32%로 세 배가량 높아졌다. 지난 2019년에는 금융권 최초로 'CEO 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해 역량 있는 CEO를 육성해 투명하게 선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DGB금융의 CEO 육성 프로그램은 지난 2021년부터 그룹 내 전 계열사로 확대 시행되고 있다. 

김 회장이 올해부터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연임을 전망하는 근거 중 하나다. 대구은행은 지난 7월 시중은행 전환 추진을 공식 선언한 바 있다. 대구은행은 이미 최저자본금 요건(1000억원)과 지배구조 요건(산업자본 보유한도 4%) 등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인가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은행권 경쟁 촉진이라는 정부의 정책기조도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부합한다. 성공한다면 김 회장 임기 내 최대 업적으로 기록될 수 있는 만큼, 연속성 있는 시중은행 전환 추진을 위해 연임의 필요성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CEO의 장기집권에 꾸준히 부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CEO 임기가 만료된 주요 금융지주사는 대부분 수장을 교체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은 금융당국과의 DLF 소송전에서 승리했음에도 용퇴를 결정했고, 채용비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도 세대교체를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손병환 전 NH농협금융 회장은 2년 임기 후 1년 연임이라는 관행을 깨고 연임을 포기한 뒤 국민은행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KB금융도 윤종규 현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양종희 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낙점한 상태다. 함영주 회장의 임기가 남아있는 하나금융을 제외하면 5대 금융 중 4대 금융의 수장이 교체된 셈. 이 가운데 우리·농협금융은 관 출신 인사가 회장으로 선임돼 때아닌 ‘관치’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연이은 지주사 CEO 교체 배경에 장기집권 관행 근절에 대한 금융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놓여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라임 펀드’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장기집권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DGB금융이 김 회장의 3연임을 선택하기에는 부담이 따를 수도 있다.

김 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도 3연임의 걸림돌 중 하나로 꼽힌다. 김 회장은 지난 2020년 대구은행장 겸직 당시 캄보디아 현지법인 특수은행의 상업은행 인가를 위해 캄보디아 금융당국에 전달할 로비 자금 350만 달러를 현지 브로커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21년 김 회장과 전·현직 임직원 3명을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미 박인규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및 채용비리 혐의로 논란을 겪은 바 있는 DGB금융이 김 회장의 사법리스크를 감안하고도 3연임을 추진할지는 아직 확신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김 회장은 현재 만 68세로 지배구조 내부규범 상 회장으로 재선임될 수 없어, 연임에 도전하려면 이사회를 열고 재적인원 8명 중 과반의 출석과 동의를 얻어 이를 수정해야 한다. 만약 김 회장이 연임을 위해 이사회를 열고 내규를 수정할 경우 ‘셀프연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용호 회추위 위원장(DGB금융지주 사외이사)은 “회추위는 DGB금융그룹의 성공적인 시중금융그룹 전환과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최적임자를 찾기 위해 독립적인 위치에서 회추위의 주도 하에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맡은 역할을 다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김 회장이 그룹 성장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3연임에 성공할지,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과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힐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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