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9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모습. 사진=뉴시스 
사진은 9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올해 국정감사 가운데 재계 최대 이슈는 4대 그룹의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후신인 한국경제인협회에 복귀문제가 다뤄질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내달 10일 시작하는 국감에 주요 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증인으로 출석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달 예정된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 김병준 전 한경협 회장직무대행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산업부는 한경협으로의 명칭 변경과 단체 정관 개정을 허가한 주무관청이다.

산자위에서 4대그룹 총수를 증인으로 부르려는 것은 국정농단 사태로 탈퇴했던 한국경제인연합회(구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재가입에 대해 추궁하기 위함이다. 증인으로 채택되면 정경유착과 재벌 특혜 방지 대책 등에 대해 따질 것으로 보인다.

산자위는 이르면 오는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여야 논의를 거쳐 증인 명단을 확정할 계획이다.

전경련은 재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정권과 관계없이 정경유착에 앞장선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2016년에는 대통령 탄핵까지 초래했던 정경유착 및 국정농단 과정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을 위한 후원금을 모금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4대 그룹이 전경련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6년 12월 열린 국회 '국정농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더 이상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고 전경련 탈퇴를 약속한 바 있다. 이후 4대 그룹은 한경협에서 줄줄이 탈퇴했다. 

최근 한경협은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를 표방하며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신임 회장에 추대하고 기존의 전경련 명칭도 버리며 새 비전을 발표했다. 그러나 한경협이 지난 19일에 가진 표지석 제막식 자리에 4대그룹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또 새롭게 합류한 회원사 발표도 없었다. 

관련해 국감장 소환에 포함된 기업들은 아직은 국회로부터 출석을 통보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22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아직 국회로부터 연락받은 바 없다. 현재로선 공식 입장을 밝힐 게 없다"고 말했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해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현재 진행 상황과 탄소 중립 대책 등을 질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당 김용민 의원은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외에 올해 국감과 관련해 재계의 이슈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이번 국감에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작업장 사고 및 아파트 부실시공 사태 관련 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근 누락 시공'으로 거센 비난을 받은 GS건설의 임병용 대표이사 부회장이 올해 국회 국토위 국정감사 일반 증인으로 소환된다. 국토위는 임 부회장에게 내달 10일 출석을 요청하고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한 질의를 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 실적이 저조한 상황과 관련해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구광모 회장 등 4대 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등 10여개 그룹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내달 10일부터 진행되는 농해수위 국정감사 일반증인 명단에 포함돼 있다.

일각에서는 국정감사가 '대기업 망신주기' 또는 '기업감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과거 기업인 국회 소환은 정·재계 로비나 유착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취지가 많았다. 하지만 2016년 '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정조사에서 재개 총수가 대거 증인으로 출석한 이후 '일단 부르고 보자' 식의 기업인 증인 신청이 이어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17대 국회에서 기업인 증인 채택은 연평균 52명이었다. 하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증인 수가 꾸준히 증가해 지난 20대 국회는 159명, 22대 국감은 국토교통위원회에서만 거의 100명에 가까운 기업인들을 증인 협상 명단에 올렸다. 

사정은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 22대 총선을 불과 6개월여 앞두고 열리는 올해 국감은 여야 의원들이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민감한 내용의 질의와 선정적 의혹 제기가 어느 해보다도 빈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 지난 2017년 증인신청 의원 이름을 밝히는 '국정감사 증인 신청 실명제'를 도입한 바 있다. 

증인을 부를 때 누가, 무슨 이유로 부르는 지를 명확하게 하고자 한 취지다. 다만 상임위에 제출하는 것은 의무사항이나 대외적으로 공개는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실효성이 충분한 것인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 감사로 변질돼 온 측면이 적지 않다"며 "현재 정치권이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관여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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