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부산항 신항 4부두에서 'HMM 타코마호'에 GS칼텍스의 바이오선박유를 공급하고 있다. 사진=HMM
지난 15일 부산항 신항 4부두에서 'HMM 타코마호'에 GS칼텍스의 바이오선박유를 공급하고 있다. 사진=HMM

[이코리아] 국내 해운업계가 친환경 선박유인 바이오선박유 도입 확대 등으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는 9월 15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국제 컨테이너 선박에 바이오선박유(Bio Marine Fuel)를 급유하여 시범 운항한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브라질 파라나구아로 가는 HMM의 6,400TEU급 컨테이너선인 ‘HMM 타코마호’(HMM TACOMA)로, 지난 15일 부산신항 4부두(HMM부산신항만)에서 GS칼텍스가 생산·공급한 바이오선박유인 ‘B30 Bio Marine Fuel’를 급유 받고 운항을 시작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앞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선박용 바이오디젤뿐만 아니라 선박용 바이오중유가 혼합된 선박유 등을 연료로 사용하여 총 5차례 이상의 시범 운항이 실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선박유는 폐원료 기반 바이오디젤과 선박유(벙커C유)를 각각 3:7 비율로 섞어 생산한 연료다. 재생 가능한 원료를 사용하여 제조되기 때문에 기존 화석연료 기반 선박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65% 이상 절감할 수 있다. 특히, 폐식용유 기반 바이오디젤을 사용한 바이오선박유의 경우는 80% 이상의 탄소 배출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또 메탄올이나 암모니아 대비 저렴하고 신규 인프라 투자나 새로운 선박 건조 없이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해운 분야에서 탄소 감축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7월 런던에서 개최한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80)에서 바이오선박유의 탄소 감축 효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앞서 HMM과 GS칼텍스는 지난 4월 26일 ‘친환경 바이오선박유 사업 공동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HMM은 바이오선박유의 해상 실증 및 수요 확보에, GS칼텍스는 바이오선박유의 안정적인 공급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시범 운항에 공급되는 바이오선박유는 GS칼텍스 선박용 중유와 국내 바이오연료 기업 DS단석이 폐식용유로 생산한 선박용 바이오디젤로 제조됐다. 

HMM은 바이오선박유를 사용할 경우 약 24%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예상하고 있으며, 점진적 도입을 확대해 연간 전체 연료의 약 5~10% 수준까지 사용량을 늘릴 계획이다.

특히, 바이오선박유는 기존 선박유 대비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친환경 연료의 선제적인 도입과 지속적인 탄소 감축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점진적으로 강화되는 온실가스 규제에 적극 대응하고 화주들의 친환경 수송 요구에 부합하는 그린 서비스를 본격화 한다는 전략이다.

총 500톤의 바이오선박유를 공급받은 ‘HMM 타코마호’는 부산을 출발해 싱가포르, 산토스 등 남미 노선을 운항하며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후 확보된 데이터는 정부기관에도 제공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선박용 바이오연료 개발사업’에 기여할 방침이다.

HMM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태평양 구간에서 ‘바이오중유’에 대한 선박 실증을 진행한 바 있으며, 지난 2월에는 메탄올을 주연료로 하는 친환경 컨테이너선 9척을 발주했다. 또한 4월에는 ‘선박용 탄소 포집 시스템 연구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과 ‘암모니아·메탄올 수송 및 벙커링 업무 협약’을 맺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친환경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8월 7일에 국내 정유사 최초로 바이오연료에 대한 국제 친환경 제품 인증제도인 ‘ISCC EU’를 취득했다. 또 시범 운항 연료에 혼합되는 선박용 바이오디젤을 생산하여 공급하는 DS단석도 ‘ISCC EU’ 인증을 보유하고 있어 바이오선박유 공급망 전반에 친환경 인증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지난 5일에는 인천공항에서 LA행 대한항공 화물기에 바이오항공유(SAF) 시범 운항을 시작한 바 있다. 

HMM은 “국내 첫 바이오선박유 시범 운항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친환경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탑티어 선사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승훈 GS칼텍스 부사장은 "국내 정유사 최초로 바이오선박유를 생산하여 첫 시범 운항을 시작했고, 앞으로 해운 분야에서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국내 선사들은 물론, 한국 영해에서 급유 받는 글로벌 선사들에도 바이오선박유의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울산항만공사(UPA)에 따르면 지난 16일 울산항 자동차부두에서 현대글로비스(주)가 운항하는 자동차운반선 ‘SILVER RAY’호에 바이오 선박유 500톤(t)을 STS(ship to ship·선박 대 선박) 방식으로 공급했다.

이날 공급된 바이오 선박유는 GS칼텍스에서 생산된 선박용 바이오디젤 30%가 혼합된 선박유다.

UPA는 선박 연료 공급 및 수급 선박에 대해 선박 입출항료를 최대 50%(5000만원 한도)까지 감면해 줄 계획이다.

이번 바이오선박유 시범 운항은 지난 6월 28일 개최된 민․관 합동 '친환경 바이오연료 활성화 얼라이언스' 제3차 전체회의를 통해 결정된 ‘바이오연료 실증계획’에 따른 후속조치로 이뤄졌다.  

산업부 유법민 자원산업정책국장은 “이번에 바이오선박유를 국제 컨테이너 선박에 투입하는 시범 운항에서 얻은 데이터는 내년 하반기까지 바이오선박유 품질기준 마련 등에 활용하는 등 향후 관련 법․제도를 조속히 정비할 계획이며, 이와 함께 정부는 우리 업계가 친환경 바이오연료에 적극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해양수산부 홍종욱 해사안전국장은 “이번 시범 운항은 우리나라의 바이오선박유 상용화를 위한 첫걸음으로써 국제해운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며, 앞으로 바이오선박유 사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IMO(국제해사기구)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비중을 200I년 대비 50% 감축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대체연료 사용이 가능한 선박 개발, 무탄소 연료를 사용한 선박 운항을 검토하고 있으며, 주요 조선소와 선사들도 이에 발 맞추어 새로운 대체 연료 적용 및 테스트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21년 9월에 2050년까지 항공기 연료를 전량 바이오항공유로 대체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개발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대규모 R&D 프로젝트(약 6400만 달러)를 개시했다. 에너지부(DOE)는 바이오 연료 전환과정 신기술 개발에 35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EU는 유럽 최대 R&D 지원 프로그램인 ‘Horizon 2020’을 통해 친환경 선박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은 21만톤의 LNG 동력 벌크선, 메탄올 동력 이중연료 MR형 유조선 양산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해운기업의 경우 글로벌 선사인 MSC는 기존 선박의 LNG 추진선박 전환을 추진하고, 머스크(Maersrk)는 메탄올 추진선박을 발주하는 등 대체연료 추진선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친환경 바이오연료 기술개발과 관련해 지난 2013년 이후 총 15개 과제 기술개발이 추진 중이다. 하지만 해외에 비해 규모가 작고, 다부처로 분산돼 효율적 운영에 한계점이 지적돼왔다. 

이에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 8월에 바이오선박유 도입을 위해 육상 및 해상실증 연구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국내 대형조선소 3사는 저탄소인 메탄올, 무탄소인 암모니아, 수소연료 추진 선박 등 대체연료 선박에 대한 R&D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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