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추이. 자료=PwC
기후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추이. 자료=PwC

[이코리아]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날로 증폭되면서 ‘기후테크’(Climate Tech)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테크’는 ‘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고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등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는 모든 기술을 뜻하는 말이다. 글로벌 컨설팅 자문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기후테크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흡수하는 것(완화·Mitigation)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는 것(적응·Adaptation)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 등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완화’의 경우 화석연료를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거나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를 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CCUS)을 통해 다시 흡수하는 것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적응’은 기후변화 예측 모니터링 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기후변화로 인해 위험에 직면한 생태계를 보존하고 이상기후에 강한 신품종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말한다. 이 밖에도 기후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거나 기업에서 회계 처리와 공시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는 등 탄소배출량 관리를 위한 광범위한 활동 또한 기후테크에 포함시킬 수 있다. 

기후테크가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는 것은 급격한 기후변화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감축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 기술적 해결책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전 세계가 기존에 제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로는 기후변화 진행 속도를 둔화시키기 어렵다는 것. 

PwC 또한 지난해 발표한 ‘기후기술 보고서 2021’에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폭을 2100년까지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탈탄소율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속도보다 8배 빨라야 한다”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각국이 발표한 목표를 종합하면 2100년 예상 온도 상승폭은 2.4℃에 달해 이 갭을 줄이기 위한 기후기술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신기술의 도움이 절실한 만큼, 관련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PwC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기후테크 투자액은 약 87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0%나 급성장했다. 2021년 상반기 전체 벤처캐피탈(VC) 투자액 중 기후테크 투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14%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 또한 기후테크 투자금액이 2019년 149억 달러에서 2021년 448억 달러로 2년 만에 3배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기후테크의 미래 성장 전망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2016년 169억 달러에 불과하던 기후테크 산업 규모가 매년 성장해 오는 2032년 148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매년 시장 규모가 14.5%씩 확대되는 셈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 또한 기후테크 관련 투자 규모가 2030년까지 약 9조~12조 달러 수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투자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원도 적극적이다. 실제 해외 주요국은 이미 기후테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탄소중립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 기후테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은 기후변화대응 산업정책을 내놓으며 기후테크 확보에 집중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2030년까지 3690억 달러의 자금을 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 대응에 투자할 예정이다. 유럽 또한 탄소중립산업법(NZIA)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기후·에너지 목표 달성에 필요한 기술의 40%를 유럽 내에서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은 태양광 입지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R&D에 집중 투자 중이며, 중국은 산업·수송·건물·에너지 분야의 76%를 전기화하고, 재생에너지 확대 및 석탄이용 감축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지난 6월 ‘기후테크 산업 육성전략’을 심의·의결했는데, 해당 방안에는 오는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약 145조원을 투자해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육성하다록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산업기술혁신펀드 내 4000억원 이상의 정책펀드를 조성하고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임팩트 투자 등 기업 ESG 활동과 연계한 약 2천억 원의 민간투자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또한 유망한 기후테크가 산업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개발·실증·사업화 과정을 연계한 1조원 규모의 기후문제 해결형 연구개발(R&D)도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기후테크 투자가 특정 분야에 편중되고 있는 데다, 기술 고도화 및 상용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민간투자 유도가 어렵다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실제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탄소배출량의 16%를 차지하는 모빌리티·운송에 전체 VC 투자액의 61%가 집중된 반면 탄소배출 감축 잠재력이 81%나 되는 제조·식품농업·건설 분야에는 겨우 25%만이 유치됐다. 이미 기술 성숙도가 높은 기존 시장에 투자금의 3분의 2가 몰리고 있으며, 신기술 및 상품 개발에는 투자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기술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후테크의 특성 상 투자회수의 불확실성이 높아 민간투자를 유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후테크 성장을 위해서는 초기 성장 단계의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민간투자 유도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지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기후테크기업들은 초기 기술단계부터 실증 및 상용화단계까지 도달하는데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며, 일부 기후테크 시장은 매우 강한 규제를 받고 있어 스케일업 단계를 돌파하는데 중장기적 지원 필요하다”며 “기술 초기단계의 기업도 성장할 수 있도록 기후테크 기업의 성장 단계별 정책자금 지원을 강화하고,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우수기술 보유 기업을 발굴·지원해야 한다”고 말헀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최근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기후테크 시장의 급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중”이라며 “국내 금융사도 기후테크 산업 내 기술 성숙도와 스케일을 고려한 프레임워크와 전략적 접근을 통해 새로운 금융기회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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