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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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올해 7월은 기록상 가장 더운 달이었으며, 평균 8월 기온 또한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높았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에서는 에어컨 사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유로뉴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마틸드 파노(Mathilde Panot) 프랑스 LFI당의 부대표의원이 인터뷰에서 "에어컨사용으로 도시의 온도가 2도(°C)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이 주제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파노 의원의 근거는 지난 2020년에 발표된 연구에서 나온 것으로, 폭염 기간 동안 실내 온도를 섭씨 23도로 유지하기 위해 파리와 같은 도시의 모든 건물에 에어컨을 사용하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했다. 

연구에 따르면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온도 상승은 "시간과 폭염의 특성, 주로 폭염의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연구진들은 2003년 프랑스에서 1만4,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치명적인 폭염을 사용해 예측을 모델링했다. 연구진들은 2003년과 유사한 폭염이 9일 동안 발생한 후, 그 기간 동안 체계적으로 에어컨을 사용하면 기온이 최대 2.4도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에어컨은 열펌프처럼 작동하기 때문에 뜨거운 공기를 외부로 방출해 실내공간을 냉각시킨다. 더욱이 에어컨에 사용되는 냉매가 이산화탄소(CO²)보다 수천배는 더 강력한 온실가스란 점도 문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 따르면 HFC(냉매에 사용되는 수소불화탄소)의 지구온난화지수(GWP)는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1만 1,700배 더 높다. 이 때문에 2016년 ‘제28차 몬트리올 의정서 당사국 총회’에서 한국을 포함한 170여개국이 HFC 냉매 생산 및 소비 감축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기후대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3월 31일부터 유명 레스토랑, 카페, 바 등의 야외 테라스의 난방이나 에어컨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시행했다. 

법에 따르면, 난방이나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는 장소는 폐쇄된 장소와 덮개가 있는 장소에만 허용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500유로에서 3,000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에어컨 사용과 도시의 온도 상승 사이의 연관성은 이미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발표된 바 있다. 2014년 지구물리학 연구 저널: 대기(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Atmosphere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도시의 에어컨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열은 밤에 외부 온도를 섭씨 1~1.5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기후 변화의 결과로 도시가 더욱 더워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실내 에어컨을 요구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050년까지 에어컨 사용량이 전 세계적으로 3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치도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행한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에어컨의 수는 2018년 기준 16억 대에서 금세기 중반에는 56억 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 이상이 에어컨을 보유할 것이라고 한다. 

에어컨의 전력수요 증가 문제와 냉매에 대한 문제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여러 스타트업들이 지속가능한 냉방을 위한 차세대 에어컨 기술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의 기후테크 스타트업인 블루프런티어는 미 에너지부 산하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지원을 받아 시제품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7월 빌 게이츠의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가 블루프런티어의 2,000만 달러(약 268억원) 가량의 시리즈 A 투자에 참여해 시장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블루프런티어의 핵심은 지구온난화지수가 높은 냉매를 대체할 수 있는 액체건조제를 개발했다는 것.

고농도 소금 액체건조제가 공기를 제습하여 주변 온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기체 냉매 사용을 최대 5분의 1가량으로 줄였다. 

블루프런티어 측에 따르면 액체건조제 용기가 에너지를 저장할 수도 있어, 온실가스 배출은 85% 줄이고 연간 전기사용량도 60%가량 줄일 수 있다.

지난 2014년 설립된 플레어 스마트 벤트(Flair Smart Vent)는 싸고 간편한 방법의 스마트 공기조화 시스템(HVAC)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회사다. 

플레어는 집안의 공기 순환을 제어할 수 있도록 스마트 벤트와 이에 연결된 스마트 온도 조절기를 개발했다. 기존 에어컨은 그대로 두고 통풍구 커버만 교체하는 방식이다. 플레어 측은 이를 통해 최대 30%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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