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코파 아메리카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는 바티스투타 선수라이선스: 자유 이용 저작권 (public domain) 제공=이송용 교육가
1993년 코파 아메리카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는 바티스투타 선수라이선스: 자유 이용 저작권 (public domain) 제공=이송용 교육가

 

[이코리아] 199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활동했던 스트라이커 중에 아르헨티나의 바티스투타라는 선수가 있다. 출중한 실력 이외에도 그에게는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데, 그로 인해 지금까지도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는 한다. 

그는 이탈리아 리그에서 주로 활약했는데, 어느 시즌에 본인은 골을 많이 넣었지만 팀 성적은 좋지 못해, 팀이 2부 리그로 강등되는 일이 발생했다. 바티스투타 선수 자신은 스타 플레이어였기에 여타 선수들처럼 팀의 강등을 피해 다른 대형 클럽으로 얼마든지 이적할 수 있었다. 프로의 세계에서 비난 받을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의외의 선택을 내린다. 2부 리그로 강등된 자신의 팀에 남은 것이다. 그러고는 엄청난 활약을 통해 강등된 바로 그 시즌에 팀을 2부 리그에서 우승시키고는 다음 해에 다시금 1부 리그로 승격시켰다. 마치 영웅담과도 같은 이 일로 인해 그는 스포츠계의 의리남으로 기억되고 있다.

시간이 지난 후 그는 리그 내의 다른 팀으로 이적하게 되었다. 어느 날 자신의 친정 팀을 상대하게 되었는데, 그 경기에서 자신이 골을 넣어 1:0으로 승리하게 된다. 그는 원래 기관총을 쏘는 화려한 세리머니로 유명했다. 하지만 그 날 자신의 친정 팀 앞에서 골을 넣은 후 그는 멍하니 서서 눈물만 흘렸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바티스투타 선수를 그라운드 위의 로맨티스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는 영웅이면서도 사람냄새 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바티스투타는 무릎 부상으로 다소 일찍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은퇴 후에도 무릎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큰 고통을 겪는다는 기사가 전해지곤 한다. 오죽 고통스러웠으면, 차라리 다리를 잘라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말이다. 다행히 실제 그 정도까지 가지는 않았던 것 같으나, 그는 여전히 걸을 때마다 통증으로 고통 받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스포츠 영웅이 그의 젊은 시절 스포츠 경력으로 인해 평생 고통을 받는다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우리나라의 축구 영웅인 박지성 선수 역시, 선수 시절에 그를 괴롭히던 무릎 부위가 지금까지도 편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가 국가 대표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나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에게 환희를 안겼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고마우면서도, 어떤 면에서 ‘우리의 기쁨을 위해 그의 평생 쓸 몸을 희생시킨 것은 아닌가’ 싶어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만일 나의 자녀가 직업적으로 운동 선수가 되는 일을 고민한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애비로서 솔직한 나의 마음은 ‘적극적으로 응원하기는 어렵고 가능하면 말리고 싶다’이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그것이 평생 쓸 몸을 젊어서 다 쓸 만큼의 중대한 일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그가 소방관이나 경찰이 되어서 사회의 평안과 이웃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데에 자기 몸을 희생다면 그것은 고귀한 일이 될 것이다. 대중을 기쁘게 하고 국가의 명예를 높이는 일 또한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일이나, 그것이 자신의 몸을 상해 가면서까지 할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둘째, 대중과 국가를 위한다는 대의명분은 차치하고, 단순히 선수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만 본다고 해도, 그것이 진정으로 그의 미래를 위한 일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스포츠 선수로서 커리어를 추구한다는 것은 결국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것인데, 우리가 좋아하는 프로축구, 프로야구 등 대부분의 종목에서 소위 성공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자신과 가족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선수는 비율적으로 매우 적다. ‘성공한’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젊음을 갈아 넣은 선수들 중의 대부분은 경쟁에서 뒤쳐져 두각을 드러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고통을 받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매우 두드러진 분야가 바로 프로 스포츠 분야인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그 분야에서만큼은 정의를 부르짖는 감각이 대단히 무뎌져 있는 것을 본다. 경쟁에서 뒤쳐진 대부분의 선수는 십 수 년 간 열정 페이, 드림 페이로만 만족해야 하는 것일까?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에 망가진 건강도 열악한 경제도 그저 스스로 감내하면 되는 일일까? 

굳이 본인이 그런 삶을 선택해서 살겠다면 누가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부모로서 또 교사로서 프로 선수 직군의 명과 암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생각한다. 그가 운이 좋다면 많은 명예와 재물을 누릴 수 있겠지만, 선수 기간 중 필연적으로 여러 부상을 당하게 될 것이며, 그 부상 중의 일부는 평생의 짐이 될 우려가 있고, 특별히 경제적으로는 최저임금도 못 받으면서 이삼십 대를 보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가감 없이 알려 줄 터이다. 

[필자 소개] 이송용 순리공동체홈스쿨 교장, 전 몽골국제대학교  IT 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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