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보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보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언론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북러 관계에 대해 우려를 내비치면서도, 정부의 외교적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새벽 러시아 국경도시 하산에 도착한 뒤,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로 이동해 푸틴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15일 러시아 하바롭스크주의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를 방문해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 등을 시찰할 예정이다. 

◇ 언론, 북러 무기거래 가능성 우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김정은’을 검색하자,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총 2138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 보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열린 13일 가장 많은 572건의 기사가 보도됐으며, 이후 기사량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김 위원장 방러 관련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연관키워드는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름이었다. 그 뒤는 김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 시 이용한 교통수단인 ‘전용열차’, 북러 정상회담 장소로 예상됐던 ‘블라디보스토크’와 실제 장소인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등의 순이었다.

‘군사협력’, ‘무기 거래’ 등의 연관키워드도 눈길을 끈다. 이는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 양국이 무기 거래 등 군사적 협력관계를 강화할 것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14일 “북한과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면서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어떤 행위든 이에는 분명한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하고, 이와 관련하여 미국, 일본 그리고 국제사회와 함께 협의하면서 북러 군사협력 문제를 엄중하게 다루어 나갈 것”이라며 “북한과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면서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어떤 행위든 이에는 분명한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또한 지난 11일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김정은의 방러 기간에 북러간 무기 (거래)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북한에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판매하지 않겠다고 한 공개적인 약속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11~15일 보도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방러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11~15일 보도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방러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강경 대응 필요” vs “한중·한러 대화 시급” 

언론은 김 위원장의 방러를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 간의 군사적 밀착관계가 형성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13일 사설에서 “전통적 불량국가 북한과, 침략 전쟁을 일으켜 고립을 자초한 신흥 불량국가 러시아의 밀착은 우리가 이제껏 경험한 적 없는 안보 지형을 낳게 된다”며 “북한의 포탄 공급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대한 변수가 될 터이고, 러시아의 핵기술 이전은 동북아 세력 균형을 뒤흔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러 협력관계에 중국이 가담해 ‘한미일 vs 북중러’의 신냉전 대립구도가 형성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향신문은 13일 사설에서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회담이 북·중·러가 뭉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러시아는 이미 중국과 함께 군사훈련을 하고 있고, 여기에 북한도 참여시킬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이것은 냉전 때도 없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신문 또한 이날 사설에서 “북러의 군사 거래는 2021년 국방협력협정을 체결한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라며 “한미일 3국 협력을 비난해 온 북중러와의 대립이 격화되고 신냉전을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외교적 대응에 대해서는 매체별로 차이를 보였다. 우선 한미일 협력관계를 강화해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중앙일보는 15일 사설에서 “북·러 정상회담 결과를 보면 북한의 포탄 등 재래식 무기와 러시아의 첨단 위성·군사 기술을 맞바꾸는 거래가 성사됐을 가능성은 불문가지”라며 “정부는 외교적 레버리지를 총동원해 러시아에 대북 거래를 중단토록 압박하는 한편 미·일과 유럽연합 등 동맹·우방을 중심으로 가치연대를 강화하고 공동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거래는 눈앞의 한시적 이익으로 맺어진 밀월관계”라며 “단합된 노력을 기울인다면 북·러 밀착을 깨뜨릴 수 있음을 국제사회에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매체는 동북아 신냉전 구도 형성을 막기 위해 냉각된 한중외교를 재개하고 러시아와의 대화의 문도 열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향신문은 “이런 지각변동의 동력은 캠프 데이비드 합의로 3자 동맹 전 단계까지 나아간 한·미·일이 제공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한반도가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의 각축장이 되지 않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한·중관계 관리에 더 노력하고, 러시아·북한과도 대화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또한 14일 사설에서 “현시점은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가운데, 한 걸음씩 떼어야 하는 긴박한 기로에 선 순간”이라며 “러시아와 중국을 관리하기 위한 유연한 외교 공간을 더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한국이 이념에 치우쳐 섣불리 중·러와 외교의 문을 닫는다면, 북한이 북·중·러 연대에서 전략적으로 더 이익을 얻고 무모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며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는 중·러와의 관계 관리 노력과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러시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조선일보는 14일 사설에서 “만약 러시아가 북한에 최신 전투기와 방공 시스템까지 제공한다면 이것은 한국민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것”이라며 “그 경우 우리도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우리에게도 여러 선택지가 있으며 그중에는 북한의 낡은 포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조치도 있다”며 “푸틴의 이성적인 판단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화일보 또한 13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궁지에 몰린 푸틴이 북한에 핵잠수함·정찰위성·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제공하면, 대한민국 안보 환경은 완전히 바뀐다”며 “비상한 각오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러시아가 직접 대한민국에 대한 핵 공격 위협의 간접적 당사자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는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기술을 제공하거나 대북 제재 시스템을 파괴한다면, 대한민국 적국임을 자인하는 행위”라며 “그럴 경우 정부는 상응한 대응에 나설 것임을 러시아에 분명히 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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