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probable Research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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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박승민 스탠퍼드대 의대 박사가 '괴짜들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그노벨상 (Ig Nobel Prize)'을 수상했다. 현지시각 14일 미국 하버드대가 발간하는 유머 과학잡지 '별난 연구 연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는 제33회 이그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박승민 박사는 질병 진단용 스마트 변기를 발표해 공중보건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인이 이그노벨상을 받은 것은 올해로 5번째다. 주최 측은 “박승민 박사는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인간이 배설하는 물질을 모니터링하고 신속하게 분석하는 스마트 변기를 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라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박승민 박사는 이전부터 스마트 변기와 관련된 논문을 다수 집필해왔다. 2020년에는 네이처에 ‘배설물 분석을 통한 개인 맞춤형 건강 모니터링을 위한 장착형 화장실 시스템 (A Mountable Toilet System for Personalized Health Monitoring via the Analysis of Excreta)’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압력 센서와 카메라가 장착된 스마트 변기로 대소변의 색깔, 유속, 양을 계산해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 한다는 개념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 19 급증 모니터링을 위한 스마트 화장실: 수동 진단 및 공중보건,(Smart Toilets for Monitoring COVID-19 Surges)" 논문을 발표해 스마트 변기로 코로나 19 무증상 감염자의 경로를 추적한다는 아이디어를 고안하기도 했다. 

= Improbable Research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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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박사는 수상 소감에서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변기의 기본 개념을 고안한 스탠퍼드대 샘 감비어 교수에게 감사를 전했다. 감비어 교수는 ‘정밀 건강’의 개념을 주장해왔으며, 지난 2020년 세상을 떠났다.

정밀 건강은 환자의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파악해 병을 미리 예방한다는 개념으로, 비행기 제트엔진에 센서를 달아 엔진상태를 모니터링 하듯 사람의 몸 역시 스마트변기와 같은 도구를 이용해 건강 상태를 상시 모니터링 한다는 개념이다.

또 박 박사는 저개발국가에서 화장실 보급 운동을 벌이고 있는 빌 게이츠를 언급하며 “빌 게이츠는 한 가지를 놓치고 있다. 화장실은 단순히 위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건강 관리에도 사용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 Improbable Research 누리집
= Improbable Research 누리집

이그노벨상은 하버드대가 대중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지난 1991년 노벨상을 패러디해 제정한 상으로, ‘불명예스러운’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이그노블(ignoble)과 노벨상의 창시자 노벨(Nobel)을 합성하여 만들어졌다. 재미있고 엉뚱한 가설을 기반으로 했으면서도 철저한 과학적 검증 절차를 거친, 과학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는 연구를 매년 선정해 수여한다.

2010년에 그래핀 추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앙드레 가임 박사는 2000년에는 개구리를 공중부양 시키는 연구로 이그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가임 교수는 수상 소감을 발표하며 “나에게는 노벨상과 이그노벨상이 똑같은 가치를 가진다. 사람을 웃게 해주는 이그노벨상 수상 경력이 부끄럽지 않다.”라고 말했다.

다른 수상자들은 어떤 연구를 했을까. 미국 라이스대 연구진은 거미의 신체 구조를 활용해 거미의 사체를 집게와 같은 도구로 활용하는 연구로 기계 공학상을 수상했다.

거미는 다리를 안쪽으로 수축하는 굴곡근만 있고 다리를 바깥쪽으로 펴는 데는 근육 대신 체내의 수압을 활용하는데, 이 특성을 활용해 죽은 거미의 체내에 공기를 삽입해 다리를 구부렸다 펼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한 것이다. 

사우샘프턴대학의 얀 잘라시에비치 교수는 과학자들이 왜 바위를 핥는 것을 좋아하는지 과학적 설명을 시도하며 화학 및 지질학상을 수상했다. 잘라시에비치 교수는 “젖은 표면이 마른 표면보다 광물 입자를 더 잘 보여주기 때문에 원활한 관찰을 위해 혀로 바위를 핥아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전기 젓가락에 대해 연구한 일본 연구진은 영양학상을 수상했다. 메이지 대학의 미야시타 호메이와 도쿄 대학의 나카무라 히로미는 혀에 전기 자극을 주는 젓가락을 통해 음식의 짠맛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건강을 위해 나트륨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밖에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쓸 때 발생하는 독특한 느낌인 ‘자메부’ 현상을 연구한 연구진은 문학상을, 사람의 양쪽 콧구멍에 같은 수의 코털이 있는지 연구한 연구진은 의학상을, 거꾸로 말하기를 잘하는 사람들의 정신 활동을 연구한 연구진은 커뮤니케이션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이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9년에는 향기 나는 양복을 개발한 FnC코오롱의 권혁호씨가 환경보호상을 수상했다. 향이 들어 있는 캡슐을 옷감 사이사이에 넣어 움직일 때마다 캡슐이 터지면서 향기가 나도록 한 것이다. 주최 측은 “향기 치료 기법인 ‘아로마 테라피’를 신사복에 응용해 땀 냄새나 불쾌한 체취를 막아 환경 개선에 이바지했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 2000년에는 통일교 문선명 교주가 대규모 합동결혼을 성사시킨 공로로 경제학상을 받았으며, 2011년에는 1992년에 휴거소동을 일으킨 다미선교회 이장림 목사가 '세계 종말을 열정적으로 예언한 사람들'로 다른 종말론자들과 공동 수상했다. 주최 측은 '수학적 추정을 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세상에 일깨워준 공로'라고 이유를 밝혔다.

= Improbable Research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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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는 한지원 씨가 커피잔을 들고 걸어다닐 때 커피가 쏟아지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연구해 유체역학 부문에서 수상했다. 한 씨가 민족사관고등학교 재학 시절 작성한 논문에 따르면 실험을 통해 커피가 담긴 와인잔에서 4Hz 상당의 진동이 발생했을 때는 표면이 잔잔한 물결이 생기지만, 원통형 머그잔의 경우 같은 상황에서 액체가 밖으로 튀고 결국 쏟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컵의 윗부분을 손으로 쥐고 걸으면 공명 진동수가 낮아져 커피를 덜 쏟을 수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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