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동맹, 공주60플러스기후행동, 녹색연합,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정치하는엄마들, 청년기후긴급행동, 환경운동연합 등 기후환경단체가 지난 12일 강원도 삼척블루파워 공사장 입구에서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녹색연합
기후정의동맹, 공주60플러스기후행동, 녹색연합,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정치하는엄마들, 청년기후긴급행동, 환경운동연합 등 기후환경단체가 지난 12일 강원도 삼척블루파워 공사장 입구에서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녹색연합

[이코리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발전을 중단하고 에너지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탈석탄으로 인해 관련 산업 종사자 및 지역민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중립 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급속한 산업구조 전환이 일어날 때 발생하는 충격을 사회적으로 분담하는 것을 뜻한다. 석탄발전을 중단하고 탄소중립 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기존 석탄발전 산업에 종사했던 노동자나 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직·간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이들에게 모든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지원정책을 마련해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 이는 탈석탄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사회적 저항 및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탈석탄에 나선 해외 주요국은 이미 석탄발전 관련 이해관계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주요국의 정책 비교를 통한 국내 석탄화력발전 부문 공정전환 추진 방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독일·캐나다 등 석탄발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 중인 국가들은 모두 탈석탄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및 지역사회 쇠락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독일은 지난 2018년 ‘성장・구조 변화・고용위원회(탈석탄위원회)’를 설립해 에너지 정책 방향을 보고서로 제출하게 하고, 2020년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연방기후보호법’, ‘탈석탄법’, ‘석탄지역구조강화법’ 등으로 법제화했다. 이 가운데 ‘석탄지역 구조강화법’은 탈석탄으로 인해 경제 구조가 취약해진 지역에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해 타 지역과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법안이다. 독일 정부는 해당 법안에 근거해 2038년까지 별도의 특별예산 없이 최대 400억 유로를 탄광지역에 지원하는 재정계획을 세웠는데, 해당 자금은 탄광지역의 교통 및 IT 인프라 확충, 경관 보존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탈석탄법’은 탈석탄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석탄산업 노동자에 대한 고용 지원 방안을 담고 있다. 독일 정부는 해당 법안에 따라 오는 2038년까지 석탄산업 노동자 최대 4만 명에게 소득 및 연금 감소에 대한 보상으로 고용조정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미국 또한 지난 2015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석탄산업 쇠퇴에 따른 에너지 전환 지원정책인 ‘파워플러스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석탄 지역의 경제 구조를 다변화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실직한 석탄산업 노동자의 경제 및 건강관리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계획 발표 직후 미국 정부는 총 4000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하고 잠재력이 높은 산업 클러스터 개발, 피해 지역 내 재원을 활용한 일자리 창출, 인력 훈련 등의 사업을 지원했다. 다만 파워플러스 정책은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되면서 동력이 크게 약화됐고, 현재는 일부 사업만 운영되고 있다. 

캐나다는 지난 2018년 정의로운 전환 추진의 일환으로 ‘캐나다 석탄화력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 태스크포스’를 설립하고, 저탄소 경제 전환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장기 연구 지원, 석탄산업 노동자 및 지역사회를 위한 자금 조달 프로그램 마련, 석탄발전소 폐쇄로 인한 조기 은퇴자 지원 프로그램 마련 등의 내용이 담긴 권고안을 발푯했다. 이후 캐나다 정부는 총 1.85억 달러의 자금을 조성한 뒤 ‘캐나다 석탄전환 이니셔티브’와 ‘캐나다 석탄전환 이니셔티브-인프라 펀드’로 나눠 석탄 의존도가 높은 지역의 경제개발 프로그램 및 실직한 석탄산업 노동자 지원 프로그램에 배정했다.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석탄발전을 다른 에너지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지만, 석탄산업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위한 구체적인 지원정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보고서는 “현재까지는 석탄발전 폐쇄를 권고 또는 강제하거나, 이로 인한 피해를 보상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중앙정부부터 근로자, 지역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해관계자를 아우를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도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에는 탈석탄법 제정 청원이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로 넘겨졌다. 하지만 국회 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탈석탄법 제정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17일 ‘석탄발전사업의 철회 및 신규 허가 금지를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석탄발전사업에 대한 신규 허가를 중단하는 한편, 석탄발전 사업자·노동자·지역사회 등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우리나라도 더 늦기전에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지역과 석탄발전에 봉사하는 노동자들 위한 지원을 시행해야 한다”며 “독일과 프랑스와 같이 정의로운 전환 정책계획을 마련해 관련 산업, 노동자, 지역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탈석탄법 제정을 외치는 목소리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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