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전시회가 개최되는 베를린시내 전경. 출처-픽사베이.
IFA 전시회가 개최되는 베를린시내 전경. 출처-픽사베이.

 

[이코리아] 세계 3대 IT전시회 중 하나인 IFA가 지난 9월 1일부터 5일까지 독일 베를린의 메세 베를린(Messe Berlin)에서 개최되었다. 모두 48개국 2,100개사가 참가했고 독일에서 열린 전시회이다 보니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럽기업들이 다수 참가했다. 한국기업들은 CES에는 미치지 못하나 70개 이상의 기업 중 일부는 대규모의 한국관을 만들어 참가했다. 한국 언론에 소개되지 않았던 내용을 중심으로 전시회에 소개되었던 첨단기술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중 패권전쟁에 열중하는 중국은 미국 라스베가스 CES전시회 참가 규모를 줄였으나 유럽의 한복판에서 개최되는 IFA에서 무려 참가사의 절반이 넘는 1,200여개사 규모로 출전하며 대규모 홍보물량 공세를 감행했다. 중국의 가전기업인 하이어(Haier)는 전시장 입구의 광고판을 점령했고 TCL, 하이센스(Hisence), 미데아(Midea), 콩카, 창홍 등도 대형 부스를 개설했다. 선전즈신이란 국영기업은 유럽 현지 모델을 고용 후 영광이란 뜻을 가진 자사 휴대폰 영요(荣耀:Honor) 시리즈를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이 회사는 자사제품을 애플 아이폰 및 삼성 갤럭시와 당당히 비교했다.

하이어는 4년전 2019년 브루게리오에 있는 이탈리아 가전업체인 캔디(Candy)를 아예 인수하여 캔디 뿐 아니라 그 계열사인 후버 또는 켈비나토르와 같은 유럽 브랜드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이어는 이미 12년전인 2011년 일본의 산요 인수를 끝냈고, 7년전인 2016년 미국의 GE 어플라이언스까지 인수한 바 있다.

하이센스는 TV백라이트를 240개존으로 구별하고 ULED 100인치라는 제품명을 부착하여 홍보했다. 독일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중국기업 Insta360은 Gopro, Nikkon과 Garmin이 주도하는 유럽에서 상승풍을 타기 위하여 노력했다.

한국시장에서 판매되는 독일산 카처 처소기 제품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한국시장에서 판매되는 독일산 카처 처소기 제품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가전업체 메츠(METZ)는 중국업체들의 공세에 맞서 독일기업임을 강조하고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을 펼쳤다. 독일 오디오 기업인 블라우풍크트(Blaupunkt)도 고전적인 턴테이블을 전시하며 기존 고객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독일 냉장고 기업인 리프헤어(Liebherr)은 27데시빌로 더욱 조용해진 신형냉장고를 소개하기도 했다. 독일의 밀레는 한국산 의류관리기와 유사한 '에어리룸' 제품을 소개했다.

한때 전 세계 휴대용카세트 플레이어 업계를 호령했던 일본기업 중 AIWA는 컬러풀한 스피커를 선보이며 전시회에서 명맥을 이어나갔다. 파나소닉(Panasonic)은 유독 대만에서 선전하고 있는데 중국기업처럼 부스를 화려하게 꾸미지는 않았지만 비교적 큰 규모로 TV를 전시했다.

IFA에서 중국의 마케팅이 괄목할 만해졌지만 다수 기업들이 던진 공통된 화두는 AI, 친환경, 고효율로 요약된다. 최근 출시된 다수 냉장고들은 이미 AI기술을 이용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메뉴를 직접 추천해주기도 하는데, 머지않아 인공지능은 냉장고 내용물을 파악하여 달걀이나 주스, 우유 등을 자동으로 주문하게 될 것이다.

세티(Ceti)는 독일의 드레스덴 공과대학이 주도하는 로봇 프로토콜인데 ‘산업현장 등에서 로봇과 사람의 상호작용을 용이하게 해준다. 세티프로젝트에 참가하는 기업들은 프로토콜의 응용성을 보여주기 위하여 로봇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소형 주택을 전시하기도 했다.

다양한 로봇들의 칼군무는 CES에 이어서 IFA에서도 많은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다리가 없이 둥근 공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중심을 잡는 로봇도 주목받았다. 일부 로봇개들은 바닥의 뼈다귀를 집어 들고 진짜 강아지처럼 전후좌우로 자유롭게 이동하며 재롱을 떨었다.

라바짜 등 이탈리아 기업이 많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자동화로 유명한 지멘스(Siemens)는 더욱 똑똑해진 커피추출기를 소개했다. 삼성전자의 청소기인 비스포크젯(Bespoke Jet)제품도 추가된 AI기능을 자랑했다. 삼성전자는 일부 전시부스에 실물이 아닌 초대형 LED전광판을 배치하여 가상공간에  양한 제품을 소개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참가기업들이 홍보에 열중한 분야는 사물인터넷(IOT)의 보편화이다. 삼성전자는 "Do the Smart Things'라는 초대형 옥외광고판을 설치하며 IOT를 특히 강조했고, 자사 부스의 전면에도 ‘Smart Things for all’을 소개하는 전광판을 배치했다.

HCA(Home Connectivity Alliance)는 서로 다른 가전기기들이 서로 교신하면서 전력사용량 분석과 감축을 구현하여 전체적인 에너지 절약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이 프로토콜을 활용하면 여러 회사의 다양한 가전기기를 클라우드 상에서 서로 연동 관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TV로 LG전자의 냉장고까지 통제하는 새로운 개념이다. 한국이 주도하는 HCA에는 일렉트로룩스, 제너럴일레트릭, 아르첼릭, 튀르키예의 베스텔, 중국의 하이얼 등이 동참하고 있다. 미국의 이즈비즈(Ezviz)는 전시장에 CCTV카메라, 출입문 잠금장치 등 가정에서 널리 사용가능한 다양한 IOT기기를 소개해서 관련 기술의 활용성을 보여주었다.

한편 독일의 가전기업 AVM은 IOT 관련 기술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한 초당 1,376M 바이트 이상을 전송할 수 있는 다양한 Wifi-7 채용제품을 소개했다.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주요 가전기업들의 협력이 있었다면 다수는 더 높은 에너지효율을 자랑하며 경쟁했다. 독일 게링겐에 본사를 둔 보쉬(Bosch)는 자사의 신형냉장고가 20% 효율성이 개선되었음을 강조했다. 유럽의 AEG나 케르헤(Kärcher: 한국유통명 카처) 등 다수기업도 효율이 좋아진 청소기를 전시했다. 미국 메사추세츠의 가전업체 샤크닌자(Shark Ninja)도 효율성이 향상된 청소기제품을 전시회에 소개했다.

한국시장에서 판매되는 스웨덴 일렉트로루스 제품들. 출처=여정현 필자 제공.
한국시장에서 판매되는 스웨덴 일렉트로루스 제품들. 출처=여정현 필자 제공.

 

한편 독일기업 보쉬와 스웨덴의 가전기업 일렉트로룩스는 직접 요리를 시연하며 고객들의 감성에 호소했다. 한국계기업인 쿠빙스(Kuvings)도 다양한 주스기를 선보이며 이들과 당당하게 경쟁했다.

그러나, 친환경기업임을 강조하는 중국 업체들의 반격도 만만하지 않았다. 하이얼은 자사의 냉장고가 15%, 세탁기는 30% 더 높은 효율이 있음을 강조했다. 하이얼은 밋밋하게 모이는 드럼세탁기의 관찰 창 테두리를 아름다운 LED로 장식하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중국의 디스플레이기업 TCL는 143인치 대형 TV를 전시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친환경기업임을 강조했다. TCL는 자사 부스에 다양한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를 전시하여 기술개발에 열심이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녹색친화적 기업이미지를 부각했다. 선전의 중국기업 미더(美的:Medea)도 '녹색비전 푸른 미래'를 전시회의 핵심주제로 선정했다. 

선전의 오래된 TV업체인 콘카(Konka)는 55인치 OLED제품을 소개하면서 Web OS를 탑재한 스마트기능을 강조했다. 터키의 가전기업 베스텔(Vestel)은 8K TV제품들을 공개하면서 유럽시장에서 중국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했다. 

한국기업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했다. LG전자는 숲(Forest)을 주제로 전시관을 구성하기도 했다. 독일 국민들은 제로에너지 주택에 특히 관심이 높다. LG는 이에 태양광 패널이 적용된 친환경 주택과 친환경 냉난방(HVAC)기술을 소개했다. 삼성전자도 여러 친환경 패키징 기술을 소개했고, 세탁과 건조가 동시에 이루어져 생산과정에서 자원낭비를 줄이는 세탁기를 홍보했다. 이 세탁기는 제습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기존 방식보다 에너지효율이 좋다.

배터리로 작동하는 다양한 미래형 이동수단도 가전 전시회에 등장했다. 참관객들은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테슬라의 '모델Y'와 포르쉐의 '타이칸', BMW의 'The 5'를 전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테슬라는 특히 예약을 하면 시운전기회를 제공했다. 테슬라의 Y모델은 쟁쟁한 자동차 회사들이 있는 유럽에서 상반기에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지위를 차지했다.

이 제품은 유럽에서 60,000유로 정도에 판매되는데, 한국구민들은 국내에서 보조금을 받으면 5,600만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가능하다.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비중은 2023년 1사분기 독일이 22%로 가장 높았고, 영국이 17%, 프랑스가 16%로 그 뒤를 따르고 있는데, 친환경 정책홍보가 활발한 국가에서 소득이 높은 국민들이 전기차에 관심이 많았다.

ODYS는 전기로 작동하는 다양한 퀵보드를 전시회에 출품했다. 특히 여행카트에 앉아서 가는 듯한 편안한 형태의 퀵보드는 어린이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DJI는 선전의 국제무인기 전시회에서 자주 등장하는 드론체험관을 운영했다. DJI는 관람객이 헤드마운드 장비(HUD)를 착용하고 드론이 LED로 장식된 가상의 공간을 연이어 통과하는 장면을 관람하게 했는데, 이 전시는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가상경기 퀴디치(QUidditch)를 연상시켰다.

유럽에서 축구는 이미 종교가 된지 오래이다. 전시회가 개최되는 베를린의 올림피아슈타디온은 무려 12만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축구경기장임을 자랑한다. 축구경기를 활용한 다양한 이벤트가 전시회에서도 활발히 전개되었다. 선전의 가전기업 미데아는 맨체스트시티를 후원하고 있음을 알렸고 네덜란드 국적선수 엘링 홀란드 등을 홍보에 적국 활용했다.

IFA전시회에서 중국업체들의 독주는 단연 돋보였는데 반도체전쟁에서 중국의 성장세는 무섭다. 미국의 반도체 공급제한에도 중국 화웨이는 3년간의 생산중단을 극복하고 전시회 직후인 지난 8일 ‘메이트60프로’를 전격 소개했다. 7나노급의 반도체의 중국 유출을 막겠다는 미국의 전략은 결국 시험대에 올랐고, 중국은 그동안 조용히 힘을 길렀음을 보여주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22일 중국업체가 40조원의 보조금으로 반도체공급망을 구축해왔다고 보도했고, 한국에서 중국에서 일할 반도체인력의 구인광고는 큰 화제가 되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전쟁이 더욱 가속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생산위축은 생산재를 공급하는 독일과 한국의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중국은 이미 막대한 자금력으로 미국의 GE, 일본의 Sanyo 등 거대기업을 자유롭게 인수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지만, 유럽기업들의 분발은 상당히 더딘 편이다. 

다가오는 2050년까지 향후 30년간 미국과 중국 어느 쪽도 일방적인 세계패권을 장악하기는 힘들다. 미국이 막대한 국가부채로 패권을 유지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중국은 문화적인 소프트파워로 세계를 공략하는데 분명한 한계를 느낀다. 우리 기업과 정부는 앞으로 미중간 패권경쟁의 격전지인 세계시장에서 슬기롭게 파도를 타며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찾을 현명한 지혜를 찾아야 할 것이다.

[필자 소개] 여정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안양대 평생교육원 강사, 국회사무처 비서관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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