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레스 EVX. 사진=KG모빌리티
토레스 EVX. 사진=KG모빌리티

[이코리아] 완성체업체 간 전기차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KG모빌리티는 쌍용자동차에서 사명을 변경한 후 첫 전동화 모델 '토레스 EVX'를 오는 20일 출시한다. 

토레스EVX는 보조금 적용 시 300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KG모빌리티는 "토레스 EVX가 일상 생활뿐 아니라 레저 및 아웃도어 활동에 용이한 ‘Electric Leisure SUV’로 개발했다"며 "도심형 전기 SUV와 확연히 차별화된 전기 레저 SUV의 영역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해외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해 안전성과 내구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토레스 EVX는 KG 모빌리티의 첫 번째 전동화 모델로 중국 BYD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이 차량은 최적화된 BMS(배터리 관리시스템) 설계로 1회 완충 시 주행 거리는 국내 기준 420km 이상(자체 측정 결과)이다.

기아는 경차 레이를 기반으로 한 '레이EV'를 이르면 다음 주부터 출시한다. 1회 충전 시 최대 210km를 주행할 수 있다. 레이EV의 공식 가격은 2700만~2950만 원대다. 

기아의 레이EV는 지난달 사전계약 첫날에만 7000~8000 대 가량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레이EV가 주목받는 건 2000만 원 초반대에 살 수 있는 '가성비' 전기차이기 때문이다. 

기아는 이번 모델에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를 탑재해 지난 1세대 레이EV(4500만 원)보다 가격을 절반으로 낮췄다. 

각종 보조금(647만~1528만 원)을 제하면 가장 비싼 트림(2955만 원)의 경우 지역에 따라 1000만 원대에도 구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아는 내년 소형 전기차 EV3 생산도 계획 중이다. 

이러한 중저가 전기차의 출시가 가능한 이유는 LFP 배터리가 탑재됐기 때문이다. 토레스EVX와 레이EV 모두 중국산 LFP 배터리를 쓴다. 

LFP 배터리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그간 주력해온 삼원계 배터리보다 가격적인 이점에도 불구하고, 낮은 에너지 밀도와 짧은 주행거리 등으로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핵심 광물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니켈‧코발트 등을 사용하지 않고, 최근 배터리 자체의 성능도 개선되며 전 세계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FP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8%에서 올해 1분기 35%까지 확장됐다. 

앞서 글로벌 1위 배터리 업체 CATL은 지난 8월 1회 충전으로 700㎞ 주행이 가능한 차세대 LFP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가성비 전기차를 내놓고 있는 것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전기차 성장세가 크게 둔화한 영향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 판매된 전기차는 총 434만248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41% 줄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지난 2021년 115.5%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61.2%로 급감했다. 그리고 올해 41%까지 떨어진 것인데,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는 50%를 넘기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시장 장악력 유지를 위해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동참하는 추세다. 또 기존 전기차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물론, 동급 내연기관차와 비슷하거나 저렴한 전기차 개발 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폭스바겐, 르노,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내년부터 3000만 원대 중후반의 소형 전기차 출시를 예고했다. 

폭스바겐의 경우 이달 ID. 4 CROZZ 모델을 중국에서 14만5900위안(약 2만달러)에 출시했다. 중국에서 19만3900위안 (약 2만7000달러)으로 책정되었던 ID. 4 첫 모델에 대한 가격 대비 25% 낮은 것이다.

스웨덴 볼보는 LFP 배터리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식으로 가격을 낮춘 소형 전기 SUV인 EX30을 지난 6월 공개했다. 이 차량은 이르면 올 연말 판매될 계획이다. 

테슬라는 반값 전기차라 불리는 모델2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업계에선 국내 완성차업체 역시 중·저가형 전기차 모델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는 지난달 25일 선보인 EV5의 중국 최저 가격을 15만 9800위안 (약 2900만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현대차는 내년 7월부터 캐스퍼 전기차 모델 양산을 준비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국내 배터리 업체와 손잡고 LFP 배터리를 개발해 2025년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13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전기차 가격을 낮추려면 기술 개발이 우선시되어야 하나 현재로서는 LFP배터리를 장착하는 게 빠른 방법"이라면서 "LFP 배터리는 리사이클링이 안 돼서 환경문제 이슈도 있지만 중저가 모델들은 주행거리보다는 가격 메리트가 중요하기 때문에 국내 역시 LFP배터리를 탑재한 중·저가형 전기차 모델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배터리 3사도 차량용 LFP배터리 생산을 2025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실제 차량에 탑재되려면 2026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향후 NCM, NCA 배터리 등을 장착한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과 LFP를 탑재한 중저가 모델로 전기차 시장은 양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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