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서 열린 ‘가스텍2023’에 마련된 HD현대 부스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싱가포르서 열린 ‘가스텍2023’에 마련된 HD현대 부스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이코리아] 최근 온실가스 규제에 대응하는 친환경 연료추진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국내 조선업계도 친환경 연료를 이용한 ‘차세대 친환경 추진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3사는 액화천연가스(LNG)와 메탄올에 이어 암모니아, 수소 등 무탄소 추진선 시장 진출을 위해 자체 기술개발, 밸류체인 협력 등에 나서고 있다.

앞서 HD현대는 지난 5월 '수소 혼소 힘센 엔진 고객 시연회'를 통해 독자 개발한 LNG·수소 혼소엔진(H22CDF)을 공개했다. 혼소 엔진이란 수소와 LNG를 같이 연소해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으로, 해당 엔진은 △디젤 △LNG △LNG·수소 혼합연료 등 상황에 따라 활용이 가능하다. HD현대중공업은 오는 2025년까지 수소 연료만으로 운항하는 엔진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거제조선소에 암모니아 실증 설비 설치에 돌입했다. 실증설비는 1300㎡(약 380평) 규모로, 부지에는 △연료공급 △재액화 △배출저감 시험 시스템 등이 설치된다. 올해 말까지 완공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20년 암모니아 추진선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상용화를 위한 각 단계의 밸류체인에 해당하는 기업들과 동맹 ‘카스토르 이니셔티브’(Castor Initiative)를 맺었다. 

한화오션은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대형 선박용 MWh(메가와트시)급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선박용 ESS를 선박에 적용하면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로 에너지 활용이 가능해 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

한화오션이 선보인 그린십 사양 LNG운반선은 기존 이중연료추진 LNG운반선에 차세대 친환경 기술이 대거 적용돼 더 뛰어난 온실가스 배출 억제 효과를 자랑하는 선박이다.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이 선보인 그린십 사양 LNG운반선은 기존 이중연료추진 LNG운반선에 차세대 친환경 기술이 대거 적용돼 더 뛰어난 온실가스 배출 억제 효과를 자랑하는 선박이다.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은 지난 2020년 MAN-ES, 로이드 선급과 공동개발에 나서 초대형 암모니아 추진 컨테이너선에 대한 기본 승인을 로이드 선급으로부터 획득했다. 이어 2021년에는 수소연료전지(SOFC)를 적용한 원유 운반선(VLCC)에 대해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기본 승인을 획득한 바 있다. 

한화오션은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2025년까지 암모니아 추진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국내 조선업계가 이처럼 친환경 선박 기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친환경 연료 개발 외에 에너지 효율성도 함께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7월 탈탄소화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보다 엄격한 목표를 설정했다. 이에 따라 해운업계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20% 감축하고,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해야 한다. 

해운업계가 2030년까지 필요한 17Mtoe(1700만 석유환산메가톤)의 탄소중립 연료의 수요를 충족하려면 전 세계 탄소중립 연료 생산량의 30~40%를 확보해야 한다. 

향후 해운업계도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 거래제에 포함되어 연료의 전 과정 배출량(WtW, Wall-to-wake)과 관련된 요구사항을 갖춰야 한다. 이에 선주들은 연료 확보를 넘어 에너지 효율과 탄소배출 감축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에 중점을 둬야 하는 상황이다. 

연료 전환은 이미 진행 중이다.  글로벌 선급 및 인증기관인 DNV(노르웨이 선급협회)가 최근 발표한 '2050년 해운업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발주된 톤수의 50%가 액화천연가스 (LNG), 액화석유가스(LPG) 또는 메탄올을 이용한 듀얼 연료 엔진을 사용하는데 이는 작년의 1/3과 비교 시 증가한 것이다. 

현재 운영 중인 선박 중 6.5%의 톤수가 대체 연료로 운영이 가능하며, 이는 작년의 5.5% 대비 상승한 것이다. 메탄올과 LPG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의 발주는 이미 진행되었고, 신규 건조하는 선박 중 수소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사례도 등장했다. 암모니아의 경우, 여러 시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머지않아 발주될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조선 빅3는 지난 8일 싱가포르에서 성료된 '가스텍 2023'에서 친환경 선박의 미래 기술을 중점적으로 선보였다. 가스텍은 매년 4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LNG와 수소, 저탄소 등 가스 분야 관련 세계 최대 전시회다. 

 HD현대는 탄소 배출이 없어 차세대 친환경 선박으로 꼽히는 암모니아 및 수소 선박의 기술력을 공개했다. 이를 위해 지난 5일 자체 기술 세미나를 열어 암모니아추진·운반선, 액화이산화탄소(LCO2) 운반선, 차세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디자인을 소개했다.

또 노르웨이선급(DNV)으로부터 액화수소운반선의 수소시스템에 대한 기본인증(AIP)을 받았다. 로이드선급(LR) 등으로부터는 LPG운반선용 암모니아 이중연료추진 시스템, 암모니아 벙커링선에 대한 기본인증을 획득했다. 한국선급으로부터는 현대미포조선이 개발한 '액화이산화탄소 화물 탱크'에 개념 승인을 받았다.

또 HD현대의 조선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 가스텍 2023을 통해 싱가포르 EPS, 그리스 캐피탈과 6168억 규모의 암모니아 운반선(VLAC) 4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는 옵션 2척이 포함돼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건조 예정이다.

디지털 트윈 기반 자율 운항 기술을 형상화한 이미지. 사진=삼성중공업
디지털 트윈 기반 자율 운항 기술을 형상화한 이미지.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도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모델을 중심으로 LNG·LCO2 운반선에 대한 기술력을 내세웠다. △암모니아, 수소 운반선 △부유식 풍력 및  원자력(SMR) 발전 설비 등 미래 친환경 제품과 △디지털트윈 기반 자율운항 기술 △스마트선박 등 신기술 개발 현황을 고객사에 적극 알렸다.

기술협력협약(MOU)과 기술인증도 놓치지 않았다. 삼성중공업 측은 이번 행사에서 래티스테크놀로지와 격자형압력탱크 MOU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를 활용해 LCO2의 저장 용량은 키우고 비용은 낮춘 새로운 LC02 운반선 및 부유식 이산화탄소 저장설비 모델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이외에도 세계적 엔진 개발사인 윈지디와 암모니아 엔진 개발을 위한 기술협력을 체결해 눈길을 끌었다.

한화오션은 해외 주요 선급으로부터 친환경 기술에 대한 인증을 획득하며 기술력을 선보였다. 가스텍 2023 행사에서 노르웨이 선급 DNV으로부터 7만㎥급 LCO2운반선에 적용되는 화물창에 대한 기본 승인을 획득하고, 국내 조선소 최초로 선박수중방사소음 측정기관으로 인증 받았다. 

또 미국 선급 ABS로부터 암모니아를 연료로 하는 가스터빈을 탑재한 LNG 운반선의 기본 인증(AIP)을 획득했다. 이번에 인증 받은 선박은 가스터빈에서 전기를 얻어 추진하는 시스템이 적용된 17만4000㎥급 선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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