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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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게임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진출하는 빅테크 기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시도와 메타버스의 부상으로 지난해부터 게임 산업은 빅테크의 전쟁터로 변하기 시작했다. 

삼정KPMG가 지난 1월 발간한 ‘2023 게임산업 10대 트렌드’에서도 올해의 게임 산업 트렌드 중 하나로 빅테크 기업의 게임 산업 영향력 증대를 꼽았다. 보고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다양한 게임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고 있으며, 자사가 보유한 높은 기술력을 활용해 게임 산업 플랫폼 확장에 주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경계하는 시선도 있다. 숀 레이든 전 플레이스테이션 사장은 지난 8월에 열린 게임인더스트리 투자 서밋에서 비디오 게임 업계가 몇 년 안에 직면하게 될 세 가지 우려 사항 중 하나로 구글, 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의 게임 산업 진입을 꼽았다. 다른 두 가지는 대규모 인수와 그에 따른 해고 등 통합이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과 게임 제작 비용 상승이었다.

빅테크는 게임 산업을 새로운 수익 수단으로 보고 있지만, 잘못된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 거대 기업이 업계를 발전시키고 강화하기보다는 결국 업계를 혼란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레이든은 “지금 우리는 거대 기업들이 ‘아, 게임 산업이 1년에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나도 한 몫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상황을 보고 있다. 그래서 구글, 넷플릭스, 애플, 아마존이 한몫을 차지하기 위해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나는 게임이 스스로와 경쟁하는 최초의 산업이 되었으면 좋겠다. 구글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겨우 3년 만에 종료되었던 것처럼 구글이나 아마존이 단시간에 현재 상황을 완전히 뒤집을 수는 없다. 그러니 우리는 이러한 변화가 다가오는 것을 확인하고 상황에 대비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빅테크의 진입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혔다. 25년 전에도 MGM, 폭스, 소니 픽처스 같은 영화 스튜디오가 게임 사업을 시작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0년이 지난 지금 클라우드 인프라를 무기로 게임 산업에 뛰어드는 빅테크 역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각 기업의 상황은 어떨까. 구글의 경우 지난 2019년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와 경쟁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스타디아’를 출시했다가 지난 1월 서비스를 종료하며 한 차례 게임 분야에서 실패를 맛보았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구글은 유튜브를 통해 ‘플레이어블 (Playables)’이라는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내부적으로 테스트하며 다시 게임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WSJ는 월간 사용자 수가 수십억 명에 달하는 유튜브는 이미 게이머들에게 인기 있는 사이트이며, 다양한 온라인 게임을 호스팅하는 서비스를 추가하며 게임 분야에서 더 큰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이런 움직임은 유튜브의 광고 수입이 둔화됨에 따라 새로운 성장 분야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구글이 플레이어블 서비스를 통해 스타디아에 사용된 클라우드 게임 기술을 다시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포브스는 이 새로운 게임 서비스가 유튜브에 통합되고, 새로운 게임들이 클라우드를 통해 서비스된다면 결국 스타디아와 기능적으로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넷플릭스는 현재 엔데믹으로 인한 구독자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게임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21년부터 다수의 게임 스튜디오를 적극적으로 인수하고 있으며, 넷플릭스 모바일 앱을 통해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지금은 모바일 기기로만 넷플릭스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지만, TV와 PC에서도 넷플릭스 게임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리앤 룸 넷플릭스 외부게임부문 부사장은 지난 8월 BBC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은 오늘날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 사업 중 하나인 만큼, 넷플릭스가 구독 서비스에 게임을 포함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확장이다.”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다양한 방식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앉아서 영화를 보고 싶을 때나 좀 더 활동적으로 게임을 즐기고 싶을 때, 넷플릭스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자사가 지닌 다양한 IP를 강점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작년 5월에는 넷플릭스의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시즌 4’가 공개되자, ‘기묘한 이야기: 1984’와 ‘기묘한 이야기3’등 관련 모바일 게임의 다운로드가 크게 증가하며 넷플릭스 IP의 위력을 증명하기도 했다. 리앤 룸 부사장은 "넷플릭스의 세계관에서 드라마, 영화, 게임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라고 말하며 앞으로 넷플릭스가 자사의 IP를 더 많이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의 경우 지난 2010년부터 게임을 퍼블리싱해 왔으며, 2021년에는 자체 개발한 MMORPG ‘뉴 월드’, 지난해에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글로벌 유통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아마존은 현재 반지의 제왕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을 개발 중이며, 엔씨소프트의 ‘쓰론 앤 리버티’의 글로벌 퍼블리싱 역시 담당할 예정이다. 

다만 자체 개발 부분에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마존 게임즈는 2013년 출시 이후 여러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소니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인재를 영입했으나 주목받는 히트작을 만들지는 못했다. 지난 4월 아마존은 비디오게임 사업부에서 약 100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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