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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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강화에도 불구하고 불법 공매도가 반복되면서 공매도 전면 재개 논의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일각에서는 처벌 강화보다 사전 예방을 위한 감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제13차 정례 회의에서 지난 2021년 9월 펀드가 소유하지 않은 SK하이닉스 보통주 4만1919주(44.5억원)을 매도 주문해 공매도 제한을 위반한 외국 금융투자업자 케플러 슈브뢰(Kepler Cheuvreux)에 과징금 10억6300만원을 통보했다. 

또한 도이체 방크, 맥쿼리은행, SK증권, 신한자산운용 등 10개사가 공매도 순보유잔고 지연 보고 및 공시의무를 위반했다며 총 2억5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들 금융사 중에서는 신한자산운용이 가장 많은 7050만원의 과태료를 통보받았으며, 그 뒤는 맥쿼리은행 5400만원, 키움증권 3150만원, 한양증권 3000만원 등의 순이었다. 또한, 금융사 외에도 박모 씨가 같은 이유로 1610만원의 과태료를 통보받았다. 

외국인·기관의 불법 공매도가 반복해서 적발되면서 최근 고개를 든 공매도 전면 재개 논의도 다시 수그러들 모양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및 그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 유입을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공매도를 전면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게다가 지난 4·6월 무더가 하한가 사태가 반복되면서, 공매도를 재개해 증시 거품을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5월 ‘주가급락 사태에 대한 소고’를 발표하고 “공매도 투자자는 부정적 정보를 발굴하고 주가에 반영되도록 함으로써 부정적 정보의 누적 가능성을 낮추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공매도는 주가급락에 대한 예측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며 공매도 제약을 완화하는 경우 주가급락 가능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또한 지난달 17일 기자간담회에서 “(공매도) 전면 재개와 관련해선 중장기적으로 그런 방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정확한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고, 시장 상황을 계속 판단하면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공매도가 외국인·기관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공매도 전면 재개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꾸준히 개인투자자에 대한 공매도 문턱을 낮추며 공매도 반대 여론을 달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정작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기관에 대한 공매도 문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실효성 있는 불법 공매도 근절 대책 없이는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불법 공매도 근절을 위한 제도 보완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방안에는 공매도 연계 불공정거래 기획조사를 강화하고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하며 불법 공매도 조사 전담 조직을 신설·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한, 지난 2020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불법 공매도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5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자본시장법 상 가장 높은 최고 수준의 처벌로 시세조종과 동일한 처벌 수준이다. 아직까지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법적으로 부과할 수 있는 처벌 수준은 미국(500만 달러 이하의 벌금 또난 20년 이하의 징역), 일본(30만엔 이하의 과태료), 홍콩(10만 홍콩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 등 다른 선진국보다 낮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사후 처벌이 아니라 사전 예방이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의 대책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지난달 4일 성명을 내고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되는 경우가 있지만 많은 개인투자자들의 의견은 적발되는 것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이라며 “정부에서 약속했던 무차입 공매도 적발시스템이 아직도 미구축 상태여서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영업시간 중 무차입 공매도가 언제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정태 금융감독원 공시·조사 부원장보는 지난 7일 열린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외국계 증권사 준법감시인 간담회’에서 “공매도의 필요성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여러 가지 논란이 있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향후 공매도 재개 등과 관련하여 금융감독당국도 많은 고민과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도 “공매도 재개 여부를 논의함에 앞서 우선 시장에서 불법 공매도가 근절되어야 하고, 공매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반복된 불법 공매도를 근절할 해법을 찾고 개인투자자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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