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 사진=뉴시스 
사진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국민주’로 불리던 카카오 주가가 최근 주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실적 부진에 창업자 압수수색 등 사법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오전 10시 54분 현재 0.82% 떨어진 483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월 9일 7만13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던 카카오 주가는 최근 6개월 동안 18.36%나 하락했다. 지난달 17일 5만원 선이 붕괴한 후 3주째 4만원 대에서 맴돌고 있다. 

카카오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은 2분기 저조한 실적과 지지부진한 미래 성장동력, 문어발식 경영과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계열사만 167개에 달하는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 대기업이 됐지만, 기업문화의 성숙도는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현재 사법 리스크에 직면해 있는 점도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달 10일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개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에스엠 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의혹에 최고 경영진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이번 압수수색은 금감원 특사경이 지난 4월6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을, 같은 달 18일 서울 성수동 에스엠 본사를 압수수색한 뒤 넉달 만에 이뤄졌다. 특히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김범수 창업주의 휴대전화까지 포함돼 금융당국이 단서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7월 17일 에스엠 주가 시세조종 의혹 수사와 관련해 "역량을 집중해서 여러 자료를 분석하고 있고 수사가 생각보다 신속하게 진행 중"이라면서 "실체 규명에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카카오가 지분 경쟁에서 승리해 SM의 새로운 최대 주주가 됐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SM은 물론 카카오 지배구조에도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카카오는 지난 2021년 4월 15일 5대 1 액면분할을 통해 국민주 반열에 올랐다. 액면 분할 이후 같은 해 주가는 16만5000원까지 올랐다. 당시 시가총액은 75조원까지 치솟아 네이버를 제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바짝 추격했다. 하지만 카카오의 현재 시총은 21조4655억 원으로 당시보다 13계단 내려간 16위까지 밀렸다.

카카오는 올해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인건비 등 고정비가 늘어나고, 인공지능 같은 신사업에 투자하는 비용이 증가하면서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2023년 3월 전년동기 대비 연결기준 매출액은 5.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5.2%, 94.1% 감소했다. 판관비와 인건비 등의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빅테크 업계 양대산맥인 네이버는 2023년도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2조4079억원, 영업이익이 372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7%, 10.9% 증가한 수치로 매출, 영업이익 모두 분기 역대 최대다.

미래 성장동력과 관련해 카카오의 행보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쉽사리 떨쳐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업계 최대 관심사인 초거대 AI(인공지능)의 경우 네이버는 이미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 24일 초대규모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다. 네이버 측은 2분기 성장을 견인한 커머스와 콘텐츠뿐만 아니라 검색·페이 등 모든 서비스에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하면 사용자 경험이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는 개발 중인 초거대 AI 모델인 '코GPT 2.0'을 연내 공개해 B2C(소비자 대상 거래) 사업을 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달 3일 콘퍼런스콜에서 "10월 이후 성능과 비용 효율성의 균형을 갖춘 AI 모델을 공개할 것"이라며 "코GPT 2.0 출시 연기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홍 대표는 또 "카카오톡과 AI 접목은 비즈니스 영역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카오 주가를 둘러싼 개인 투자자들의 시선은 차갑다. 카카오 온라인 종목토론방에는 "물타다 어느덧 1660주, 손실이 커서 손절도 못한다" "코스피 오르는데도 빠지면 끝난 종목" "아직도 비싸다. 코스피가 이리 높은데도 이 가격(4만원대)이니 지수 빠지면 폭락이겠다" 등의 자조적인 글들이 다수 게재됐다. 

내리막 실적에 증권가에서는 대거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삼성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3% 정도 내린 6만2000원으로, 신한투자증권은 5만6000원으로 낮춰 잡았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카카오는 주요 사업부의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신사업 투자를 늘려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사업이 안착하고, 카카오 재편 효과를 누리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별도기준 매출 성장 부족으로 이익률 훼손이 지속되고 있고 해외 진출을 비롯해 새로운 플랫폼·서비스 없이는 광고·커머스 부문의 성장이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실적 전망 조정으로 목표주가를 7만5000원으로 하향했지만 하반기 광고 업황에 따라 수익성 개선의 여지는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콘텐츠 부문 성과는 다소 아쉬우나 톡비즈 광고형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세(1분기: 0.9% → 2분기: 4.3%)가 회복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하반기 광고 업황의 회복 속도에 따라 수익성 개선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2분기에 관찰된 카카오톡의 트래픽(DAU, 총체류시간) 증가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경우 주가 모멘텀이 다시금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3분기 호실적을 거둬 주가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4분기 광고 실적이 회복되고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종료하면 성장주이자 플랫폼 기업으로서 주가를 회복할 것"이라며 "3분기 실적발표 이후 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실적발표 이전과 이후 어느 시점에 매수할지만 고민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4분기 실적은 광고시장 회복, 미디어 등 계열사 실적 상승, 헬스케어 신사업 시작으로 하반기 실적 및 밸류에이션 회복이 예상된다"며 "매수 시기는 3분기 실적발표 전이 적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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