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7일 새벽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7일 새벽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김만배 허위인터뷰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여당이 해당 의혹을 보도한 언론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언론은 해당 매체의 언론윤리 위반을 비판하는 측과, 이번 사건으로 인해 언론에 대한 정부의 압력이 강화될 것을 우려하는 측으로 나뉘고 있다. 

◇ 김만배 허위인터뷰 의혹 보도, 핵심 키워드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의 이름을 검색하자,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총 991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는 지난 7일 가장 많은 321건의 기사가 보도됐는데, 이는 이날 김씨가 구속기간 만료로 출소하면서 허위인터뷰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만배 허위인터뷰 의혹 관련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키워드는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이었다. 신 전 위원장은 지난 2021년 김씨로부터 책값으로 1억6500만원을 받고 허위인터뷰를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혐의와 관련해 지난 7일 오전 검찰에 출석해 14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신 전 위원장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 해당 인터뷰를 보도한 매체인 ‘뉴스타파’도 연관키워드 목록에 포함됐다. 뉴스타파는 지난 7일 김씨와 신 전 위원장이 나눈 대화가 담긴 음성파일 72분 분량 전체를 공개하고, 대선 개입을 위해 기획된 허위인터뷰라는 대통령실과 여권의 비판을 반박했다. 뉴스타파는 “녹음파일에 따르면, 김만배는 신학림에게 "윤석열이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줬다"고 말한 사실 자체가 없다. 오히려 '검찰 직원이 커피를 타 줬다'는 취지로 말한다”며 “‘남욱, 조우형 등을 동원한 김만배의 기획인터뷰’라는 여권의 주장과 정면으로 부딪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이어 “‘김만배 음성파일’에서 김만배가 말하는 대화의 핵심은 '커피'가 아니다”라며 “핵심은, 김만배의 말처럼 조우형에게 박영수를 소개한 뒤, 조우형 관련 수사가 무마됐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도 김만배 허위인터뷰 의혹 관련 보도에 자주 등장한 키워드였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5일 고위관계자 명의의 성명을 내고 김만배·신학림 인터뷰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낙마시키기 위한 정치 공작이라며, 당시 보도한 매체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당시 조작 인터뷰를 4개 아이템에 할애해서 보도한 방송사 등 집중적으로 가짜뉴스를 실어나른 언론 매체들이 있었다. 기획된 정치공작의 대형 스피커 역할이 결과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며 “이렇게까지 비윤리적인 언론 보도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 지금의 입장도 그때와 같은지 국민께 명확한 해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JTBC는 지난 6일 뉴스룸을 통해 지난해 2월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보도에 “중요한 진술의 누락과 일부 왜곡이 있었다”며 “왜곡된 보도를 하게 된 점,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MBC 또한 7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뉴스타파의 기사를 이튿날 인용 보도한 MBC는 녹취록 원문 제공을 거부당한 상황에서 김씨의 발언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혼선을 드렸다”고 말했다.

 

지난 4~8일 보도된 김만배 허위인터뷰 의혹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지난 4~8일 보도된 김만배 허위인터뷰 의혹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보수 언론, “가짜 뉴스  카르텔 의혹 규명해야”

김만배 허위인터뷰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여권이 언론을 향한 비판의 날을 세우면서, 언론도 입장이 나뉘고 있다. 관련 매체의 언론윤리 위반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허위인터뷰 의혹과 별개로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의 진상은 규명돼야 한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조선일보는 7일 사설에서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피의자였던 대장동 사업 브로커 조우형씨가 “윤석열 검사에게 조사받은 적 없고 누군지 알지도 못한다고 수차례 말했는데도 JTBC나 경향신문은 내 말을 무시하고 정반대로 보도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사실을 언급하며, “JTBC 기자의 보도는 언론 보도가 아니라 애초에 정치적 의도를 갖고 사실을 왜곡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는데도 완전히 무시하고 보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선을 가짜뉴스로 뒤엎는 세력들이 성공하는 나라엔 희망이 없다. 해당 언론사가 사과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문화일보 또한 6일 사설에서 “언론은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의혹이 허위로 밝혀져도 법적 책임을 면제받는다”며 “이런 특권은 가혹하리만큼 엄격한 취재·보도 윤리를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문화일보는 “그런데 ‘대장동 몸통 조작’ 가짜 뉴스의 생성과 보도 과정에서 일부 매체들이 언론이기를 포기한 행태를 보였다는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정치권과 매체가 결탁한 ‘가짜 뉴스 카르텔’ 의혹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통해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진보 언론,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은 별개”

반면, 경향신문은 “조씨 말대로, 신 전 위원장의 인터뷰가 허위라고 해도 사건의 본류인 검찰의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씨가 윤석열 검사로부터 커피를 얻어마신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과, 당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었느냐는 의혹은 별개 사안”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대장동 사업 초기 자금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조달됐음에도 검찰이 관련 수사를 소홀히 했다며 “중수부 수사에 허점이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 전 특검과 윤석열 대통령의 막역한 관계를 고려하면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는 시쳇말로 ‘법조 카르텔’의 결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대통령실과 여권이 뉴스타파의 인터뷰 보도를 비판할 수 있다. 그 진위 규명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대장동 일당이 땅을 사들인 종잣돈과 김만배씨 가세, 50억 클럽 시발점이 된 부산저축은행 사건에 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한 언론 보도를 ‘가짜 뉴스’로 몰아가는 것은 온당치 않다. 경향신문의 이 사건 보도에도 언론윤리에 어긋남이 없었음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또한 7일 사설에서 “언론이 제기한 의혹의 본질은 윤석열 대통령이 2011년 대검 중수2과장 때 대장동 사업의 밑천을 대준 부산저축은행의 ‘불법대출’ 사건 수사를 부실하게 한 게 아니냐는 것”이라며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의 친인척인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가 대장동 일당에게 대출을 알선했는데, 대검 중수부는 조씨에 대해 계좌 추적과 소환 조사를 하고도 그를 처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런 상황에서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왜 대장동 일당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안 됐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언론의 정당한 활동을 ‘여론 조작’ 운운하며 ‘배후세력’을 밝혀내겠다는 것은 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길들이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허위인터뷰 의혹과 관련된 대통령실과 여권의 날 선 반응을 두고 언론자유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일보는 7일 사설에서 “언론사들의 자성이 우선돼야 함은 자명하다”면서도 “하지만 진실이라고 믿고 보도한 언론까지 고의성을 가진 ‘정치공작’ 세력이라 매도한다면 심각한 언론자유 위축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수사권이 없는 언론 입장에서 사실관계를 100% 검증하기엔 한계가 있는 현실 또한 간과해선 안 된다. 대법원 판례는 허위보도라도 진실로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라며 “인터뷰 내용이 결과적으로 허위로 드러났다고 해서, ‘매체 폐간’ 운운한다면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공익제보나 내부고발도 원천봉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또한 8일 사설에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이 사태가 언론의 보도 기능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는 “국민의힘이 7일 인터뷰 내용을 보도한 다수 언론사 기자들을 무더기로 경찰에 고발했는데 지나친 대응이다. 여권 고위층이 뉴스타파의 보도를 정치공작이라 단정하고 ‘폐간’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거론한 것도 우려스럽다”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가 신문법 위반 및 발행정지나 등록취소 여부 검토에 착수했는데 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손보려 한다는 의심을 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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