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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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전자금융사고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잦은 전산장애로 비판을 받고 있는 증권업계의 경우 전산 관련 투자를 늘리면서 관련 민원이 줄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6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전자금융사고 발생 현황 및 대응방안’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발생해 금감원에 보고된 전자금융사고는 총 19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건 감소한 것이지만 2021년(197건)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금감원은 “전산센터 화재·누수로 인한 시스템 중단 등과 같은 대형 사고는 없었지만, 충분한 용량의 설비를 갖추지 않아 증권사의 HTS·MTS가 중단·지연되거나, 프로그램 오류로 인해 환전, 보험료 출금 등에서 일부 소비자가 불편을 겪는 등의 사례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 증권사에서는 주식매매 프로그램 오류로 이미 매도된 주식이 계좌에 남은 것으로 잘못표시되면서 고객 착오로 중복 거래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다른 증권사에서는 보안장비(방화벽)에 과부하가 발생해 고객의 거래요청을 즉시 처리하지 못하면서 이체 및 해외주식 매매 서비스 등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디지털 전환이 금융권의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됐지만, 정작 전자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는 무관심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증권업계의 경우 고질병으로 여겨지는 전산장애가 반복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당시 IPO를 주관한 증권사 HTS·MTS에 접속자가 몰려 관련 서비스가 먹통이 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적극적인 디지털 인프라 투자가 해답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주요 증권사는 올해 들어 전산운용비 지출을 늘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하나·메리츠·신한투자·키움·대신증권 등 10대 증권사가 올해 상반기 지출한 전산운용비는 총 2600억원으로 전년 동기(2368억원) 대비 232억원(9.8%) 늘어났다. 

디지털 인프라 투자를 늘린 덕분인지 전산장애 관련 민원건수도 줄어드는 추세다. 금투협회에 따르면, 올해 10대 증권사의 전산장애 관련 민원은 총 74건으로 전년 동기(783건)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증권사 민원은 총 284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2건(△21.6%) 감소했는데, 이는 전산장애 관련 민원 감소 폭(△723건)과 비슷하다. 

특히, 전산운용비 지출을 크게 늘린 증권사일수록 민원 감소 효과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당시 발생한 접속지연·장애로 거센 비판을 받은 KB증권의 경우 올해 상반기 303억원의 전산운용비를 지출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5억원(22.1%) 증가한 것이다. KB증권의 전산장애 관련 민원은 같은 기간 91건에서 1건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신한투자증권 또한 이 기간 전산운용비가 195억원에서 243억원으로 48억원(24.9%) 늘었으며, 전산장애 관련 민원은 66건에서 6건으로 급감했다. 

다만 여전히 증권사 민원 중 전산장애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증권사 민원 중 내부통제·전산 관련 민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4.8%로 전년 동기 대비 8.2%포인트 감소했지만 여전히 절반이 넘는다. 

증권사들이 지속적인 개인투자자 유입으로 늘어난 수익에 비해, 고객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투자를 늘리는 데든 인색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무더기 하한가 사태와 차액결제거래(CFD) 사태로 증권사 실적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2차전지·테마주 흥행으로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오히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올해 상반기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증권사 수익 대비 전산운용비 비중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영업이익 대비 전산운용비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7.5%에서 올해 상반기 4.8%로 2.7%포인트 감소했다. 

한편, 금감원은 유사한 유형의 장애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금융IT 안전성 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금융보안원 등 유관기관과의 공조체계 강화 등을 통해 사이버 공격에 대비하는 한편, 전자금융사고 보고를 소홀히 하거나 안전성 확보 의무를 준수하지 않아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사가 지속적인 디지털 인프라 투자 확대로 전산장애에 따른 고객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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