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연고지 이전 논의하는 KBL 이사회 = 뉴시스
30일 연고지 이전 논의하는 KBL 이사회 = 뉴시스

[이코리아] 프로농구단 KCC 이지스가 부산으로 연고지를 이전함에 따라 전주시에서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전주시가 KCC의 노후화된 경기장 등 환경 개선에 소홀했다는 의견과 KCC가 전주시, 시민들과의 소통 없이 연고지 이전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KCC 측은 전주시가 지속적으로 구단 측을 홀대했으며 환경 개선에도 소극적이었다고 주장한다. 전주시는 지난 2016년 홈구장인 전주실내체육관 낙후를 이유로 수원으로 연고 이전을 추진하던 KCC에 신축 경기장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7년 동안 첫 삽도 뜨지 못했으며, 설상가상으로 2025년까지 전주체육관도 비워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전주시는 전주실내체육관 부지의 소유주 전북대의 국책사업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사업’을 위해 체육관을 2025년까지 철거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이와 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신축 체육관은 2026년에 건설이 마무리될 예정이라 결국 KCC 입장에서는 1년 이상 홈 경기장 없이 활동하게 될 처지에 몰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30일 KBL 이사회는 프로농구팀 KCC의 연고지 이전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2001년부터 전주에서 활동해온 KCC는 전주에서 부산으로 연고지를 이전하게 되었다. 최형길 KCC 이지스 단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연고지인 전주와 여러 이유로 시끄러웠다." "원만히 수습하려고 인내하고 자제했지만, 더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오늘 이런 방식으로 연고지 이전을 알리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또 최 단장은 전주시가 4월에 새 체육관을 KCC에 직접 지으라고 요청했으며, 5월에는 전주시가 프로야구 KBO와 야구장 건립 계획을 논의하는 것을 보고 농구가 뒷전이 되었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고 덧붙혔다.

= 전주시 누리집
= 전주시 누리집

전주시민들은 전주시청 홈페이지의 시민참여 자유게시판에 몰려와 전주시를 성토했다. 시민들은 “전주시는 KCC 구단 탓을 그만하고 다른 도시가 연고팀과 어떻게 상생하는지 좀 배워야 한다.” “시 관계자들은 주민소환투표를 시행하기 전에 구단과 시민들에게 사과하라” “전북 인구가 줄어들고 젊은이들이 나가는 상황에서 KCC 농구단을 이전시킨 것은 큰 오산이다.” 같은 의견을 올리며 전주시를 비판했다. 시민들의 비판 의견은 연고지 이전이 결정된지 1주일이 지난 7일까지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5일 입장문을 내고 전주시가 KCC 구단 연고지 이전에 빌미를 준 무능과 무성의에 대해 반성하고 시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대는 22년을 전주시민과 함께 한 구단이 전격적으로 연고지를 이전한 것에 대한 실망과 서운함은 이해하지만, 이번 사태의 일차적인 책임은 그동안 지역연고 구단의 환경 개선 요구에 대해 무능과 무성의로 일관해온 전주시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주시는 형식적인 사과 이외에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반성과 계획은 없고, 자신의 무능을 감추려는 여론몰이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전주시 누리집
= 전주시 누리집

한편 전주시는 30일 ‘KCC이지스 연고지 이전 결정에 대한 전주시 입장문’을 내놓으며 이에 맞섰다. 전주시는 KCC가 유례가 없을 정도로 졸속적이고 일방적으로 이전을 추진했다고 주장하며 유감을 표했다. KCC는 이사회에 연고지 이전 안건을 상정한 보름 동안 연고지인 전주시와 팬들에게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었으며, 전주시의 면담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또 2026년이면 새롭게 지은 실내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훈련과 클럽하우스로 활용할 수 있는 보조경기장도 갖게 돼 KCC 농구단이 전주에 완전히 정착할 여건이 마련될 예정이었으나 KCC는 눈앞의 이익만을 찾아 졸속으로 이전을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1일에는 ‘KCC이지스 연고지 이전 관련 오해와 진실’ 입장문을 재차 공개했다. 전주시는 그동안 신축 체육관 건립 계획이 지연된 점에 대해 구단 측에 충분히 설명해 양해를 구해왔으며, 신축 체육관을 KCC가 직접 지으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며 구단 측이 전주시와의 소통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전주시는 KCC 이지스의 연고지 이전 결정은 농구팬들과 전주시민들을 배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시는 구단 측에 연고지 이전을 결정한 진짜 이유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