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서비스 제공업자별 이용 현황. 자료=한국은행
간편결제 서비스 제공업자별 이용 현황. 자료=한국은행

[이코리아] 간편결제 시장이 올해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카드사의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애플페이의 가세로 휴대폰 제조사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반면, 카드사가 내놓은 대책인 ‘오픈페이’에 대한 시장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한 상태다.

한국은행이 지난 6일 발표한 ‘ 2023년 상반기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규모는 일평균 2628만건, 84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4%, 16.9% 증가했다. 

간편결제는 신용카드 등 지급카드 정보를 모바일 기기, PC 등에 미리 저장해 두고, 거래 시 비밀번호 입력, 단말기 접촉 등의 방법으로 결제하는 서비스로,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간편결제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했다. 실제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상반기 간편결제 일평균 이용금액은 2876억원이었지만, 비대면 소비 확산에 힘입어 4년 만에 3배가량 증가했다.

간편결제 시장이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시장의 주도권은 전통적인 금융사가 아니라 넓은 고객 기반과 기술력이 강점인 빅테크 등 비금융사가 쥐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금액 중 카카오·네이버·토스페이 등 빅테크가 속한 전자금융업자 비중은 49.2%로 전체 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다. 애플페이의 가세에 힘입어 휴대폰 제조사 비중도 2021년 상반기 22.1%에서 올해 상반기 25.1%로 3.0%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카드사·은행 등 금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25.7%로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 증가했지만, 2021년 상반기(28.5%)에 비하면 2년간 2.8%포인트 줄어들었다. 

특히 전반적인 업황 악화에 대비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카드사의 경우 간편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비금융사에 넘겨주는 것이 더욱 아쉬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오픈페이’를 출시하며 공동 대응에 나섰지만, 좀처럼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오픈페이는 한 카드사의 간편결제 앱에서 다른 카드사의 결제·부가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현재 신한·KB국민·롯데·하나카드가 자체 간편결제 앱에서 해당 서비스를 제공 중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한 상태다.

문제는 오픈페이가 출범 당시부터 ‘반쪽’이라는 우려를 샀다는 점이다. 실제 카드업계 2~3위인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아직 오픈페이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현대카드는 독자적으로 애플페이를 도입해 점유율을 확대하는 중이고, 삼성페이는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와 금융통합플랫폼 ‘모니모’를 운영 중이라 오픈페이에 참여할 유인이 적다. BC카드와 NH농협카드가 연내 참여할 예정이지만, 두 카드사의 가세로 뚜렷한 상승효과가 나타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빅테크의 간편결제 서비스에 비해 불편한 사용성도 문제다. 모바일기기에서 본인인증만 하면 바로 결제가 가능한 삼성·애플페이와 달리 오픈페이는 카드사 앱에서 중간 과정을 더 거쳐야 하는 만큼 불편함이 따른다. 게다가 오프라인 결제만 가능한 점도 오픈페이의 확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다. 

오픈페이가 주춤하는 사이 휴대폰 제조사와 빅테크의 연합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실제 삼성페이는 지난 2월 네이버와 결제서비스 연동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카카오페이와의 협업도 추진 중이다. 간편결제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카드사가 비금융사와의 경쟁 구도를 뒤집을 묘수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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