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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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금융당국이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3대 부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대한 추가 검사를 추진하면서, 증권가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해당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제재 절차가 재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징계 수위에 영향이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3대 펀드 사태 재검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취임 이후 필요하다고 판단한 부분을 진행한 것”이라며 “사건의 실체에 맞게 가감 없이 국민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해당 사태가 “자본시장 질서와 관련된 문제라고 판단했다”며 “원칙대로 검사하고, 그 검사를 국민의 알권리라든지 향후 유사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종전에 해오던 원칙대로 진행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이 단호한 입장을 밝히면서 증권가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 사태 재검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 수년째 지연되고 있는 부실 펀드 판매사 CEO에 대한 제재 절차가 빨라지고 징계 수위도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0년 라임 펀드 사태와 관련해 박정림 KB증권 사장과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당시 사장)에 대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결정한 바 있다. 징계가 확정되면 세 명의 CEO는 향후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하지만 징계를 확정해야 할 금융위원회의 결정은 수년째 미뤄지고 있다.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관련 징계가 결국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취소되면서 유사한 이유로 징계를 받은 증권사 CEO에 대한 제재 확정이 어려워졌기 때문. 

실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12월 15일 DLF 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바 있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는 규정돼있지만, ‘준수’ 의무는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한 이상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 DFL 소송의 최종 결론이 나온 지 한 달 뒤인 올해 1월 18일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대법원 판결로 내부통제 관련 기본 법리가 마련됐다며 제재 절차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3명의 증권사 CEO에 대한 제재는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손 전 회장의 승소로 내부통제 관련 징계의 법적 근거가 약화된 만큼, 증권사 CEO 대상 징계 수위도 감경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NH투자증권이 지난 2021년 피해자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배상하기로 결정하는 등 판매사들이 피해구제에 나섰다는 점이 제재 심의 과정에서 고려될 경우 징계 수위를 낮출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실제 각 증권사는 금감원의 징계 결정 이후에도 이들의 연임을 결정했고, 이들도 새 임기 동안 회사를 이끌며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박정림 사장이 맡은 KB증권은 지난해 전년 대비 35.6% 증가한 2523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KB금융이 ‘리딩금융’ 타이틀을 차지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원칙대로 추가 검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징계 감경에 대한 기대도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특혜성 환매 의혹에 판매사가 연루됐는지 여부에 검사의 초점이 맞춰진 만큼, 추가 검사를 통해 과거 밝혀지지 않았던 혐의가 드러날 경우 중징계가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중징계가 그대로 확정될 경우 증권사 입장에서는 리더십 공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내년 3월 1일 임기가 만료된다. 두 명 모두 3연임에 성공했지만, ‘문책경고’가 확정될 경우 추가 임기를 보장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손 전 회장처럼 소송전을 통해 임기를 이어나갈 수도 있지만, 금융당국과 날을 세우기는 쉽지 않기 때문.

실제 손 전 회장을 DLF 소송전에서 최종 승소했지만, 금융당국이 라임펀드 관련 중징계를 결정하자 결국 추가 소송을 포기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도약을 추진 중인 대신증권도 라임펀드 사태 재수사로 인한 악영향이 우려된다. 대신증권은 최근 서울 을지로 본사 사옥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는 등 종투사 인가 요건을 갖추기 위한 자본 확충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양 부회장의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종투사 심사 과정에서 ‘오너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금융위는 오는 13일 열리는 정례회의 안건에 판매사 CEO 제재안을 회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 정례회의 일정은 추석 연휴와 겹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판매사 CEO 제재 절차는 10월 국정감사 시즌 이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판매사 CEO) 징계 문제는 내부적으로 계속 검토를 하고 있다”며 “최근에 또 상황이 발생해 조금 더 고려할 점이 있는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곧 재개될 증권사 CEO 제재 심의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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