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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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연이은 주가폭락 사태와 테마주 쏠림 현상으로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공매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중장기적으로 공매도 전면재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한 개인투자자들의 반대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인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자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바 있다. 이후 증시가 안정되면서 2021년 5월 코스피200, 코스닥150 구성 종목에 대해서는 공매도가 재개됐지만 아직까지 전면 재개는 되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공매도가 여전히 일부 종목으로 제한되고 있어 국내 주식시장이 불안정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된 주가폭락 사태의 경우, 무더기 하한가를 맞은 종목 대부분이 공매도 금지 종목이었다. 실제 동일산업·대한방직·만호제강·방림·동일금속 등 지난 6월 14일 하한가를 기록한 5개 종목은 모두 공매도가 불가능한 주식이었다.

지난 4월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에서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8개 종목 중에서도 대성홀딩스·세방·삼천리·서울가스·다올투자증권 등 5개 종목은 공매도 금지 종목이었으며, 선광은 올해 4월 19일에서야 코스닥150에 편입돼 공매도가 허용됐다. 시세조종 의혹에 휘말린 13개 종목 중 11개(선광 포함)이 공매도가 금지됐거나, 최근까지 금지된 주식이었다. 이들 종목은 공매도의 견제 없이 지난 수년간 주가가 꾸준히 우상향했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실제 주식을 매수해 되갚는 것을 말한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갚아 그 차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공매도는 고평가된 주식의 거품을 방지하고 적정 가격을 찾아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이는 최근 주가폭락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공매도 부분 금지가 지목되는 이유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5월 발표한 ‘주가급락 사태에 대한 소고’ 보고서에서 “공매도 투자자는 부정적 정보를 발굴하고 주가에 반영되도록 함으로써 부정적 정보의 누적 가능성을 낮추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공매도는 주가급락에 대한 예측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며 공매도 제약을 완화하는 경우 주가급락 가능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됐다가 부분 재개 이후 일부 축소됐다는 실증분석 결과도 나왔다. 김준석·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공매도 규제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공매도 전면금지 이후 가격효율성은 측정지표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변동성과 극단수익률의 발생빈도는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특히, 수익률이 양(+)인 경우의 변동성과 극단적 양(+)의 수익률 발생빈도에서 증가폭이 크게 나타나 공매도 제한으로 주가의 과대평가가 효과적으로 해소되지 않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어 “공매도 부분재개의 이후 재개종목에서 변동성과 극단적 수익률 발생빈도가 감소하고 거래회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면서도, “반면, 가격효율성에 대한 영향은 분석지표에 따라 일관되지 않은 결과가 확인되며, 호가스프레드는 개인투자자 비중 감소의 영향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관찰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공매도 전면 금지보다 부분 재개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 뚜렷한 것에 대해 “공매도 부분재개 이후 공매도가 전면금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한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장기적으로는 공매도를 전면 재개해야 한다며, 준비에 나선 상태다. 앞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17일 기자간담회에서 “(공매도) 전면 재개와 관련해선 중장기적으로 그런 방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정확한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고, 시장 상황을 계속 판단하면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다양한 제도개선책도 나왔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담보비율을 140%에서 120%로 인하하는 한편, 상환기간 또한 60일에서 90일로 늘리고 만기연장이 가능하게 해 공매도 시장 참여 문턱을 낮췄다. 또한 지난해 6월 설치한 공매도 조사 전담반을 조시팀으로 확대·개편(4명→8명)하고, 무차입 공매도 76건을 조사해 이 중 33건을 조치하는 등(5월 기준) 불법공매도 감시도 강화하고 있다.

다만 공매도를 외국인·기관투자자에게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바라보는 개인투자자들의 비판적인 인식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지난달 성명을 내고 “우리나라 공매도의 대부분을 약탈적 공매도”라며 “1400만 개인투자자 중 상당수를 가난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인 약탈적 공매도를 방치하는 것은 중대 민생 범죄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외국인·기관은) 공매도 상환기간이 사실상 무기한으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면 무조건 수익을 낸다”며 “담보비율도 105%로 개인투자자 대비 4배에서 10배까지 차이가 나는 특혜를 누린다”고 지적했다.

한투연은 지나 7월 26일 발생한 2차전지 관련주 폭락이 공매도 작전 세력의 불법적인 주가 교란 행위 때문이라며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투연은 “1400만 개인투자자 중 상당수를 가난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인 약탈적 공매도를 방치하는 것은 중대 민생 범죄와 다름없다”며 “윤석열 정부는 한투연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제출했던 공매도 개혁을 위한 제안사항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서둘러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무릅쓰고 공매도 전면 재개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3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일정 조건이 충족된다면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이 안정될 경우 연내 공매도 전면 재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하지만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의 비판이 빗발치자 4월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 등 금융시장 불안의 근본적인 요인이 제거되지 않는다면 쉽사리 공매도 전면 재개에 대해서 검토조차 꺼내기 어렵다”며 입장을 바꿨다.

또한, 공매도가 장기적인 시세조종은 예방할 수 있어도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이 단기적으로 몰려드는 테마주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인식을 개선하고 전면 재개를 추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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