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 호수의 먼 저편을 바라보는 사람 (출처: pixabay)
바이칼 호수의 먼 저편을 바라보는 사람 (출처: pixabay)

 

[이코리아] 살아있는 물은 움직인다. 양 방향으로. 들어오는 물이 있으면 나가는 물이 있다. 저 거대한 외몽골의 홉스골 호나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가 담수호로서 살아 있는 것은 매일 엄청난 양의 물이 흘러 들어오는 동시에 또 비슷한 양의 물을 흘려보내기 때문이다. 반면 지구의 각 대륙에는 심각한 농도의 염수호들도 있는데, 그곳에서는 담수호와 달리 생명 현상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유는 하나다. 들어오는 물길은 있으나 나가는 물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생명이든 조직이든 사회 현상이든, 무릇 살아있다 여겨지는 존재에는 순환 활동이 있다. 들어오는 일과 나가는 일에 균형이 있는 것이다. 일례로, 섭취하는 에너지에 비해 내보내는 에너지가 적은 동물은 비만에 빠지고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그것이 기업이든 도시든 자선이든 주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며 비대해져 가는 모습을 보고 아름답다 여기는 이는 없다. 순환을 잃으면 상쾌함과 건전함이 사라진다. 쓰레기 매립지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받기만 하고 내보내지 않는 곳은 매력이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건국 이래 수도권은 정치, 경제, 문화, 교육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면의 중심이 되어 왔는데, 그 결과 수도권은 지방의 인구를 꾸준히 흡수했다. 그러한 패턴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불러 왔고, 수도권의 젊은 세대는 자신의 월급으로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잃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공식/비공식적으로 자본주의를 따르고 전 세계적으로 자본의 흐름이 활성화된 상황에서, 잉여 자본은 필연적으로 대도시의 부동산으로 몰리기 마련이다. 런던, 홍콩, 뉴욕 등지의 평균적 젊은이들은 그곳에서 평생을 일한다 해도 집을 사기 어려워진 지 오래이다. 이제는 서울도 그렇게 되었다.

필자는 교육과 관련된 강의나 상담을 진행하느라 국내 여러 지역을 골고루 다니는 편인데, 수도권에 사는 젊은 가정들을 만났을 때 느껴지는 바가 있다. 여러 면에서 그들 삶에 여유가 없고, 그들의 삶이 지나친 압박 가운데 놓여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영호남 지역에 사는 가정들과 비교해 보자면, 더 많이 벌 지는 모르나 전체적으로 삶의 질이나 행복도가 높지 않아 보인다.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지출로 인해 더 많은 시간을 일하며 허덕이는 삶을 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가능한 수도권으로 향하려 하고 어떻게 해서든 거기에 붙어 있으려 하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교육 때문이다. 교육적 이유 중에서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 대학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수도권에 있는 작은 사립대학과 비교하여 지방거점국립대학이 교원의 질이나 시설 면에서 월등한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입시생들의 선택지는 수도권 우선이다. 어떻게 하면 이 역전된 선택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전문가들과 행정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재도전하며 교육의 지방 분권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교육이 앞서 가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도 따라 오며 인구도 자연스레 분산된다. 기업은 수년을 보고 기획하고, 행정은 수십 년을 보고 준비하지만,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역사를 보면 고려도 조선도 대한민국도 건국 초기에 교육을 정비하였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를 식민지 삼으며 교육에 먼저 손을 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미국이나 일본을 보면 명문 대학들이 전 국토에 걸쳐 분산되어 있고, 기업들 역시 그러하다. 그들에 비해 우리의 국토가 작고 인구 밀도가 높다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하겠으나, 어찌 되었건 그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연구하여 우리에게 맞는 모델을 개발하고 끊임없이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 힘써야 한다. 

현재 되어지고 있는 거점국립대학 간의 학점 교류와 같은 안을 더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추진했으면 한다. 거점국립대학 학생들은 반드시 한 학기(또는 일 년) 이상 타 지역의 거점국립대학에 가서 수강을 하게 한다던가, 교원들이 안식년(연구년)을 타 지역의 거점국립대학에서 보내거나 인구가 더 적은 지역의 대학으로 아예 이직을 하는 경우 급여나 연구 기회에 있어 메리트를 주는 안 등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몇몇 정치인은 우리도 프랑스처럼 국립대학들을 아예 통합하자는 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사정에 맞게 적용할 여지가 있는지 검토해 볼만한 안이라 생각한다. 

포기하지 말고 끊임없이 방법을 찾고 시도하여 반드시 지방 균형 발전을 이루었으면 한다. 우리의 청년들에게 또 그들의 자녀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 될 것이다.

(입시 및 대학 교육 관련 시리즈 끝)

[필자 소개] 이송용 순리공동체홈스쿨 교장, 전 몽골국제대학교  IT 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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