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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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지난 4월 주가폭락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차액결제거래(이하 CFD)가 1일 재개됐다. 기존에 CFD 상품을 판매해온 증권사들이 대부분 다시 서비스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정비한 규제장치의 실효성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1일부터 CFD 관련 정보제공 강화, 신용융자와의 규제차익 해소 및 개인투자자 보호 강화를 목표로 하는 각종 제도 보완장치가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월 30일 발표한 CFD 규제 보완방안의 후속조치다. 

CFD는 주식 등 실제 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가격변동분 차액만 결제하는 장외파생상품으로, 지난 4월 발생한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CFD는 40%의 증거금만 납입하면 주식을 거래할 수 있어 최고 2.5배의 레버리지가 가능하며, 신용융자와 달리 공매도처럼 주가 하락에도 베팅할 수 있다. 게다가 주문을 넣으면 증권사→외국계 증권사→한국거래소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방식이라 거래 주체를 확인하기도 어려워 시세조종에 악용될 위험이 컸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CFD 관련 제도 보완장치가 시행되면서 이러한 위험요인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 우선 실질적인 CFD 거래 주체를 확인하기 어려웠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개인·기관·외국인 등 실제 투자자 유형에 맞게 거래실적 정보가 공개된다. 또한, 전체·종목별 CFD 잔고 공시가 시행되면서, 향후 투자 참고지표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개인투자자 보호장치도 강화됐다. 우선 지난 2020년 개인전문투자자 요건이 완화되면서 CFD 사태로 인한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비판을 고려해, 개인전문투자자 대한 CFD 거래 문턱을 높였다. 앞으로 개인전문투자자가 CFD 거래를 하려면 증권사로부터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충분한 투자경험을 갖췄음을 확인받아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최근 5년내 1년 이상의 기간동안 지분증권, 파생상품, 고난도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월말평균잔고가 3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개인이 처음 전문투자자가 되거나 장외파생상품 투자요건을 확인받는 경우 증권사가 대면(영상통화 포함)으로 투자자 본인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증권사가 개인전문투자자 지정신청을 권유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증권사로서는 규제 강화로 CFD 서비스 운영이 까다로워진 데다 주가폭락 사태로 인한 부정적인 여론이 여전해 CFD 서비스를 재개하는데 부담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CFD 서비스를 제공해온 13개 증권사 중 1일 서비스를 재개한 곳은 메리츠증권과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 4곳뿐이다. 

다만 CFD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힌 SK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증권사 대부분은 조만간 CFD 재개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 주식매매 대비 높은 중개수수료를 얻을 수 있는 데다, 고액자산가들의 CFD 수요도 여전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주식 대량 보유자는 차익의 22%를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CFD는 유가증권인 파생상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국내외 주식에 대해 11%의 양도세만 적용된다. 또한, 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대주주 요건을 회피할 수 있고 금융소득종합과세도 적용되지 않는다. 고액자산가 입장에서는 매력을 느낄 요소가 많은 만큼, 고액자산가 고객 유치를 노리는 증권사도 CFD 서비스를 재개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 

다수의 증권사가 CFD 서비스 재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융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불공정거래 수법이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개인투자자 요건 및 공시의무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 최근 SG증권발 하한가 사태에서 보듯이, 불공정거래 수법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교묘해지고 있어, 장기간에 걸쳐 CFD, TRS 거래와 연계된 불공정거래 수법은 현행 시장감시시스템에서는 탐지하기 어렵다”며 “장기간에 걸쳐 장외파생상품 등을 활용한 신종 유형의 불공정거래를 신속하게 적출하고 조사하려면, AI 및 빅데이터 관련 우수 인재 채용을 늘리고 대규모 IT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시스템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금융위는 “금융당국은 이번에 변경되는 제도가 시장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증권사들의 CFD 관련 건전한 영업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는 한편, 회사별 리스크 관리 실태와 시장동향도 밀착 모니터링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던 CFD 시장이 더욱 강화된 규제 속에서 예전의 성장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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