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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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가 늘어나고 있는 시대에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이 SNS를 통해 근거 없는 음모론과 거짓 정보를 퍼뜨리며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AI나 SNS와 같은 기술이 자연재해와 기상 이변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생성되고 퍼져나가는 것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올 여름 잇따라 발생한 자연재해와 관련, 거짓 주장이 횡행하고 있다고 30일 전했다. 출처가 불분명한 동영상, 반복되는 거짓말, 왜곡된 공포가 기록적인 폭염, 홍수,산불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한 뒤 이런 현상은 두드러졌다. 마우이의 기후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더 빈번하고 격렬한 산불이 발생할 위험에 대해 수년 동안 경고해 왔으며, 이번 산불은 가뭄 상태 악화, 낮은 습도, 강풍으로 인해 촉발되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소셜 미디어에서는 산불의 원인이 기후변화가 아닌 '지향성 에너지 무기'에 의한 공격이라고 주장했으며, 부유한 부동산 투자자들이 산불을 일으켰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퍼지기도 했다. 

또 30일 플로리다에 상륙한 허리케인 이달리아아와 관련해서도 허위 정보가 퍼져나가고 있다. 당국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허리케인과 같은 기상 현상은 화석 연료 배출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등의 각종 허위 주장이 온라인을 통해 퍼져나가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이런 근거 없는 주장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며 결국 지구 온난화 재앙에 대비하고 있는 기후 전문가들을 좌절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예일대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과 조지메이슨대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 센터가 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15%가 지구 온난화를 부정한다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음모론자들과 극단주의자들이 보다 분산된 방식으로 활동하면서 지구 온난화에 대한 기만적인 클릭 미끼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짚었다.

유엔 인간 주거계획의 책임자 엘레니 마이리빌리 박사는 기후 관련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이런 사람들을 두고 "우리가 해결해야 할 최악의 도전 중 하나다."라고 평가했다. 기후 재난과 관련된 재난에 대해 잘못된 정보가 퍼져나가면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의 기후 연구 및 정책 책임자 제니 킹은 과학자들과 기후 변화 전문가들이 음모론자들의 인신 공격에 포위당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어 건전한 토론의 장 대신 신뢰성에 대한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킹은 "일부 사람들이 좋지 않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위험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기후변화와 같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문제에 대해 선의의 대화를 나눌 수 없게 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음모론자들이 정치세력화 되어가는 것도 문제다. 각종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들에 대해 다룬 책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의 저자 리 매킨타이어는 과학 부정론이 기후변화와 예방접종, 팬데믹 시기의 마스크 착용 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 스며들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과학적 이슈가 정치적 신념의 문제로 탈바꿈한 것이다. 

실제로 2020년에 캘리포니아, 오레곤, 워싱턴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에는 흑인 인권 시위대가 음모론자들의 희생양이 되었으며, 올 여름 캐나다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을 때는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환경 테러리스트와 연관되었다는 루머가 반대파에 의해 퍼져나기도 했다. 

매킨타이어는 기후변화와 같은 긴급한 이슈에 있어서는 부정론자들의 비합리적 견해를 바꾸는 것보다 이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고, 투표와 같은 정치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사회적·정치적 변화를 위해서 대화와 신뢰를 형성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 19 팬데믹 당시 마스크 착용 등의 방역조치를 부정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를 들어 코로나 19의 상황을 교훈삼아 기후변화 부정론에 시급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기후 부정론자들과 맞서 싸우는 단체도 있다. BBC는 지난 4월 X (트위터)등 소셜 미디어에 에서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에게 반박하고 맞서 싸우는 다국적 온라인 조직 ‘닌자 트롤 헌터’를 취재했다.

지난 2019년에 조직된 이 단체는 SNS에 올라온 기후변화 관련 허위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지속적으로 허위 사실을 올리는 계정을 신고하는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결과 지속적으로 기후변화 관련 혀위 정보를 올리던 계정 600여개가 더 이상 활동하지 않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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