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루(KooRoo)의 전기이륜차 배터리교환기 사업. 출처=LG에너지솔루션 ESG 리포트 2022
쿠루(KooRoo)의 전기이륜차 배터리교환기 사업. 출처=LG에너지솔루션 ESG 리포트 2022

[이코리아] 최근 사내벤처가 자율성과 빠른 의사결정을 무기로 신사업·신제품 개발에 큰 보탬이 되면서 대기업들이 사내독립기업(CIC·Company In Company)과 사내벤처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발간한 'ESG리포트 2022'를 통해 지난해 10월 첫 선을 보인 CIC인 쿠루(KooRoo)와 에이블(AVEL)의 신사업 성과를 소개했다. 

이들은 기존 배터리 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 신사업을 발굴한다는 취지 아래 출범했는데, 통상 기업이 신사업에 진출 시 활용하는 인수·합병(M&A)이 아닌 방식이라 시작부터 주목을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들에게 철저한 독립과 자율을 보장했다. 실제 리더의 호칭도 ‘대표’로 불리며 구성원 선발부터 조직 구성, 근무시간 등 운영 전반에 걸쳐서 자유로운 권한이 회사에 주어졌다. 진짜 별도 회사처럼 운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엄밀하게는 개별 법인이 아닌, 사내 벤처에 가깝다. 

다만 CIC는 대기업 등에서 팀 단위로 운영하는 사내 벤처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회사 운영에 필요한 모든 조직과 기능을 갖기 때문에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미래 먹거리와 핵심 사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내벤처 성공신화’로 주로 거론되는 네이버는 출발이 삼성SDS의 사내벤처였다. 국내 CIC 사례로는 현대자동차가 최근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인수한 뒤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 ‘에어스컴퍼니’가 있다. LG전자는 최근 사내독립기업(CIC)에서 개발한 LG틔운, LG홈브루 등을 선보였다. SK이노베이션도 최근 마케팅 네트워크 관련 사업을 하는 ‘플랫폼앤드마케팅’(P&M)과 정유·트레이딩 밸류체인을 전담하는 ‘리파이너리앤드시너지’(R&S)라는 CIC를 출범시킨 바 있다.

쿠루는 배터리 생애주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BaaS)을 맡았다. 지금은 전기이륜차 배터리를 교환해 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력사업인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 사업은 방전된 전기이륜차 배터리를 20초 내에 충전된 배터리로 교환할 수 있는 서비스다. 퀵커머스의 라이더(rider)들이 대기 시간없이 빠르게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도록 편의점과 마트에 배터리 교환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중 7개의 전기이륜차 모델이 쿠루의 배터리 팩과 교환기 호환성을 갖출 예정이다. 

안홍덕 쿠루 대표는 "쿠루는 사업 승인의 첫 단계에서부터 ESG적인 측면이 강조된 바 있다"면서 쿠루의 BSS 사업을 통해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에서 연구 및 발표한 바에 따르면 50cc 소형 오토바이가 소형 자동차에 비해서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12배 더 많으며, 탄화수소는 124배라고 한다. 즉, 자동차에 비해 이륜차가 발생하는 오염이 훨씬 심각하다는 뜻이다. 서울시가 12만 대의 내연기관 오토바이를 전기이륜차로 전환할 경우 서울시의 1년 환경비용 절감액이 660억 원으로 추정된다. 

안 대표는 "이 외에도 전기 이륜차는 심각한 소음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며 "최근 서울의 여러 곳에서 배달 오토바이에 대한 소음으로 민원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 전기이륜차는 시민들이 받는 소음 피해를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쿠루의 사업모델로 중소기업과의 상생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현재 국내 내연기관 오토바이 시장은 일본과 해외 업체 등이 장악하고 있는데, 쿠루는 호환성이 높은 배터리 팩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국내 중소 제조사들과 협력해 충전 인프라 제공 및 국내산 전기이륜차 보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해외 업체들의 점유율이 높은 기존의 이륜차 시장을 친환경 기술로 전환시키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들과 함께 국내산 전기이륜차 시장을 키울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에이블(AVEL)의 에너지저장장치를 통한 재생에너지 전력망 효율화 사업. 출처=LG에너지솔루션 ESG 리포트 2022
에이블(AVEL)의 에너지저장장치를 통한 재생에너지 전력망 효율화 사업. 출처=LG에너지솔루션 ESG 리포트 2022

에이블은 분산된 재생에너지 자원 및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해 전력망 효율화를 돕는 사업에 나섰다.

에이블을 이끌고 있는 김현태 대표는 배터리 엔지니어 출신이다. 10년 이상 개발에만 몰두하다 에이블을 통해 EaaS(Energyas a Service), 즉 서비스로서 에너지를 제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발하고 있다. 

에이블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배전 선로가 발전량을 모두 수용할 수 없어 재생에너지가 소비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시점이 생긴다는 문제가 있다. 태양광·풍력 등은 날씨의 영향을 받아 발전량이 불규칙하고 그 오차를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개선할 방안을 찾는 게 에이블의 출범 목적이었다.

우선 에이블은 올해 말부터 2년여 간 제주도에서 ESS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제주에서 재생에너지 예측 모델과 알고리즘을 개발해 2025년부터는 전국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제주도는 신재생에너지 활용률이 약 20%로 국내 평균(7~8%)을 훨씬 웃돈다. 하지만 설비 기준으로만 보면 40%의 활용률을 달성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에이블의 분석이다. 

에이블의 사업모델은 LG에너지솔루션의 주요 사업 부문인 ESS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향후 본사 사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새 가정용 ESS 브랜드 '엔블록'을 공개하는 등 급성장하는 글로벌 ESS 시장 공략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시 처음으로 리튬인산철(LFP) 전지를 탑재한 신규 ESS 제품도 처음 공개해 주목받았다.

김현태 에이블 대표는 "제주도의 경우 전체 발전 자원의 40%가 풍력에서 나오는 만큼 에이은 복수의 예측 모델을 통합하는 앙상블 예측 알고리즘 개발을 통해 예측도를 향상시키고, 보조자원인 ESS를 통해 예측 오차를 보완하고자 한다"며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40% 탄소감축에 기여하는 데 필수인 재생에너지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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