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사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사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이코리아] 올해 최고 실적을 기록 중인 현대차그룹주에 공매도 폭격이 쏟아지고 있다. 실적 정점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현대차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134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7월 1~25일) 575억 원과 비교하면 133.04% 불어난 것이다. 현대차 주가는 최근 한 달간(7월 31일~전날 종가) 4.08% 하락했다. 특히, 지난 23일에는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은 21.31%에 달했는데 공매도 거래비중이 20%를 넘은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이달 기아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1624억원으로 지난달(415억원)보다 291.33% 급증했다. 기아 주가도 지난 한 달 기준으로 2.42% 떨어졌다. 

현대차그룹에 공매도 거래가 쏟아지는 이유는 실적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전환)에 대한 우려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실적 피크아웃은 실적이 정점을 찍은 뒤 하락 전환되는 것을 뜻한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7조6409억 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영업이익 4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하며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현대차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4조237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2% 늘었다. 

기아도 지난해 4분기부터 연속해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하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13%를 기록하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이에 1분기에 이어 2분기 역시 현대차와 기아가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2위에 올랐다. 분기 매출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이다. 기아의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 이후 매분기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양사가 이 같은 실적을 기록한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자동차용 반도체 및 기타 부품의 수급상황 개선에 따른 생산 증가로 풀이된다. 그중에서도 비싼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잘 팔린 것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러한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산업의 호황은 일시적이고 곧 끝날 것이란 전망이 완성차 업체의 주가 상방을 억누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5월11일 21만1500원까지 치솟아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이후 별 다른 추가 상승 없이 지난달부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3개월(5월 23일~8월 23일) 동안 주가 20만7500원에서 18만7500원으로 약 9.64% 떨어졌다.

그렇다면 증권사의  전망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피크아웃 경계는 기우일 뿐 실적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제시한 올해 현대차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4조6199억 원으로 한 달 전(14조193억 원)보다 4.28% 증가했다. 

삼성증권은 2025년 현대차 영업이익이 분기당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주가도 목표가 대비 약 30% 낮은 18만원 대에 거래되고 있어 투자매력이 높다는 분석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가격과 판매량이 모두 상향·증가하는데 실적이 피크아웃에 이른다는 점이 모순"이라며 "향후 원화 강세를 감안해도 ASP 증가 트렌드에 의해 대당 영업이익 400만원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년간 지속된 실적 향상으로, 레벨업 된 체력을 증명했다"면서 "성장 모멘텀이 더해지면, 주가 랠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도 "실적 피크아웃을 논하기에는 코로나 이전(2019년 OPM 3.4%)과 확연히 다른 이익체력이 확인 된다"며 "극히 낮은 재고 수준(글로벌 재고 1.3개월)과 물량효과(2012년 레벨까지 회복) 감안 시, 올 3분기 호실적 가능성 또한 재차 높아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2023년 PER 4.7배로 역사적 저점 레벨이 지속되고 있으며, 글로벌 피어 그룹 평균(6.1배)과 비교해보더라도 부담이 제한적"이라며 "주가 하방 우려가 제한된 상황에서 높아진 이익체력의 점진적 반영 및 싼타페FMC 신차 모멘텀에 따른 주가 우상향이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현대차의 목표가를 내린 증권사도 나왔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29일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26만원에서 24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 연구원은 "하반기 실적 성장세 둔화 우려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제시된 신규 2023년 실적 가이던스 초과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축소되며 최근 주가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결국 배수 재산정(멀티플 리레이팅, Multiple Rerating)에 대한 투자 아이디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노사관리가 자동차 업계 주가에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지난 25일 현대차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 결과 노조원 재적대비 88.93%가 파업에 찬성했다. 노사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과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정년 60세→64세 연장 등에서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데,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5년여 만이다.

이에 앞서 현대차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바 있는데, 8월 28일 중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오면 노조는 합법적 파업에 나설 수 있다. 현대차노조는 8월 30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파업방향을 논의할 방침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파업이 실현되고 2016년 및 2017년 파업 중간수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매출액, 영업이익 기준 각각 4조2000억원, 1조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재고를 활용해 손실을 상쇄할 여력은 크지 않고 특근 등 추가 작업을 통해 연내 상쇄될 가능성이 있으나, 3분기 중 상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며 "9월중에는 생산이 정상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추석연휴 시작 전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파업이 장기화돼 손실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연구원은 또 "반도체 부족이라는 공통의 생산 문제가 거의 해결된 가운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노사관리가 향후 생산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노사관리는 당분간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 희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돼 파업 현실화는 현대차 매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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