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사진은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이코리아]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국제 해운 산업의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로 합의하면서 전 세계 해운업계의 탈탄소화 노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IMO 회원국들은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 회의(MEPC 80)에서 이 같은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채택했다. 

IMO에 따르면 현재 해운산업 분야의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3%를 차지한다. 전 세계 화물의 90%를 운반하는 10만여 개의 화물선의 대부분은 환경오염이 심한 디젤로 동력을 공급받고 있다. 

앞서 IMO는 그동안 새로 건조되는 선박에만 적용되어온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올해 1월 1일부터 현재 운항 중인 선박에 대해서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총 톤수 400톤 이상으로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선박은 IMO가 정한 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와 탄소집약도지수(CII) 기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 

또 2026년부터는 유럽의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해상운송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해상운송과 관련해 유럽 내 회원국간 항해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 배출은100%, EU 역외 항해로부터의 배출에는 50%가 적용된다. 한국선급이 추정한 예상 소요비용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약 1조 7천억원을 시작으로 2026년부터는 연간 8.7조원 가량의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해운사들이 강화된 IMO 환경 규제에 대응하려 노후선을 대체 연료 선박으로 교체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발주 비중이 높은 가운데, 최근에는 머스크의 영향으로 메탄올 추진선이 부상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장 전문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조선사들은 올해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총 156척의 대체연료 추진선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메탄올 추진선은 42척이 발주됐다. 

집계된 나머지 선박 114척은 LNG 선박으로 기록됐다. 업계는 현재 LNG가 향후 최적의 대체연료가 확정되기 전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친환경선 전환을 주도하는 건 주로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이다. 머스크, MSC, CMA-CGM 등 글로벌 ‘빅3’ 해운사들은 최근 2년간 새로 인수하는 선박 대부분을 친환경 연료 선박으로 주문했다. MSC는 지난 2년 동안 LNG 추진선을 100TEU 이상 발주했고 머스크는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25척 주문했다. 

향후 탄소배출이 적고 운송 및 저장이 용이한 메탄올 추진선 발주량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조선 '빅3'인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사 모두 메탄올 선박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은 머스크의 초대형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포함 현재 발주된 100여척의 메탄올 추진선 가운데 절반을 넘는 물량을 수주한 만큼 메탄올 추진선 시장에서 선두에 나서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5월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에너지 효율화 ▲친환경 연료 전환 ▲재생에너지 도입 ▲기후변화 대응체계 구축 등의 세부계획을 담은 ‘탄소중립 이행 로드맵’을 확정 발표한 바 있다.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해 인도한 친환경 메탄올 추진 PC선. 사진=HD한국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해 인도한 친환경 메탄올 추진 PC선. 사진=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도 대만 에버그린으로부터 16척의 메탄올선 수주에 성공했으며, 올해 한화그룹에 인수된 한화오션도 본격적인 수주 및 실적 개선 효과가 보이고 있어 향후 메탄올 선박 수주 경쟁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도 메탄올추진선 발주를 확대하고 있다.

HMM은 지난 2월 해양수산부, HD한국조선해양, HJ중공업, 한국해양진흥공사 등과 친환경 컨테이너선 도입을 위한 계약과 금융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메탄올을 주요 연료로 하는 컨테이너선 9척을 발주했다. 9척 가운데 7척은 HD한국조선해양 아래 현대삼호중공업이, 2척은 HJ중공업이 건조한다. 

또 탄소중립 관련해 HMM은 최근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위해 시행중인 CII(탄소집약도지수, Carbon Intensity Index) 규제에 보유 선박 중 99%가 충족됐다고 밝혔다.

HMM은 CII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CII 시뮬레이션 및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상반기 운항실적을 기준으로 최근 인증기관인 한국선급(KR)에 검증을 의뢰했으며, 한국선급은 온실가스 포털시스템인 ‘KR GEARs’를 통해 검증을 진행했다.

검증 결과 HMM은 직접 보유한 사선 67척 중 단 1척을 제외한 99% 선박이 운항에 적합한 A~D등급 예비 판정을 받았다. E등급을 받은 벌크선 1척은 선속 조정과 바이오 연료 사용 등을 통해 등급 개선이 가능하다.

또 ‘2022 Clean Cargo 온실가스 배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HMM은 지난해 아시아-유럽 구간에서 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한 선사로 선정됐다. 글로벌 선사들의 평균 탄소 배출량이 TEU(6미터 길이 컨테이너 1개) 당 39.58g/km인 반면, HMM은 2/3 수준인 26.67g/km로 1위를 기록했다.

HMM은 2020년 4월부터 순차적으로 아시아-유럽 구간에 24,000TEU급 12척과 16,000TEU급 8척 등 총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이 친환경 선박으로 입증받고 있는 것이다.

HMM은 유럽뿐만 아니라 미주 노선에서도 친환경 노력을 인정받고 있다.

노르웨이 컨테이너운임 분석업체인 ‘제네타(Xeneta)’의 ‘23년 1분기 탄소배출지수(CEI, Carbon Emissions Index)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아시아-美 서안 구간에서 CEI 스코어 56.2를 기록, 15개 선사 중 1위를 차지했다. ‘22년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최우수 선사로 선정됐다. 

하지만 HMM을 제외한 국내 해운사들의 친환경선 도입 움직임은 아직 없다. 업계 관계자는 "IMO가 합의한 중간단계 목표는 강제성이 없지만,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따를 것"이라며 "국내 중소선사들은 친환경선 발주는커녕 탄소 부담금 납부에도 허덕일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에 해운업이 우리나라 수출을 뒷받침하는 기간산업인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 2월 ‘국제해운 탈탄소화 추진전략’을 심의·의결한 바 있다. 

추진전략은 '2050년 국제해운 탄소 중립'을 목표를 제시했다. 전략은 IMO 규제대상인 5,000톤 이상 외항선 867척을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한단 계획을 담고 있다. 2030년까지 유럽·미주 정기선대 60%(118척)이 우선 전환 대상이며, 2050년까지 노후한 외항선 100%를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금융부문 지원도 추진된다. 

정부는 중소형 연안선사의 친환경선박(전기-하이브리드, LNG 선박 등 친환경 인증 3등급 이상 선박) 건조를 지원하기 위해 ‘친환경인증선박 보급지원사업’을 공모한 바 있다. 

지난해 예산규모가 60억 원(5척)이었던 이 사업은 올해 138%를 확대한 142억 5000만 원을 지원해 7척 이상의 친환경선박 건조를 추진할 계획이다. 

해운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 친환경연료 관련 저장 및 운송 등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체연료 채택의 과도기인 현 시점에서 해운산업이 손을 잡아야 할 곳은 석유화학산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 중간에서 항만이 해운과 석유화학 산업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해사협력센터가 최근 발표한 '친환경선박 발주현황 분석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항, 상하이항 및 로테르담항이 이러한 측면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며 해운과 에너지를 함께 끌고 있다. 

우리나라 울산항만공사는 ‘울산항 2050 탄소중립 중장기 전략체계’ 수립을 기반으로 2023년 4월 HD현대중공업과 메탄올 추진 선박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메탄올 추진 선박 등 친환경선박 건조를 지원하고 메탄올 추진 선박 운항 인프라 구축, 메탄올 추진 선박 벙커링 관련 제도 정비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해사협력센터 해양환경팀 황대중 팀장은 "머스크는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회사와 적극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중 2021년, 파트너십을 체결한 미국의 웨이스트퓨얼은 직원수 22명에 설립한 지 5년도 되지 않는 스타트업 회사"라며 "회사 규모만 가지고 역량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지금과 같은 패러다임 전환의 과도기 시점에서는 일단 방향이 정해졌으면 신속히 움직이고 누구와 손을 잡아야 할지 빠르게 판단하여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해운산업계도 친환경 대체연료 개발 및 공급과 관련하여 국내 석유화학 에너지회사와 발 빠르게 협력을 도모하여야 하고, 정부도 이러한 협업을 촉진할 수 있도록 관련된 산업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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